Bloom 展

 

도미노 | 반주영 | 진현미 | 채경

 

반주영作_ untitled_ink, 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130x130cm_2010

 

 

신한갤러리 역삼

 

2012. 1. 17(화) ▶ 2012. 2. 28(화)

2012. 1. 17(화) pm 5.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31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內 | T.02-2151-7684

10:00 - 18:00(월-토) 매주 일요일, 공휴일 휴무 | 홈페이지 준비중

 

 

반주영作_Untitled_ink, acrylic & mixed media on canvas_130x130cm_2011

 

 

우리는 여러 예술들을 서로 접근시키고

한 예술에서 다른 예술로의 이행을 추구하여야 한다.

 

독일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빌헬름 슈레겔(Wilhelm Friedrich Schlegel, 1772~1829)은 잡지 『아테나움(Athenäum)』에 「유화, 대화편」이라는 제목으로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글을 기고했다. 1798년에 발표한 이 글은 예술의 상호적인 관계를 설명하고자 했던 선구적인 기사이다. 특히 문학과 미술의 연관성에 대한 중요한 기록이기도 하다. 문학과 미술에 관한 이론적인 고찰은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존재했다. 이에 대한 고전적인 근거로 남아있는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 BC65-BC8)의 유명한 경구, “시는 그림처럼(Ut picture poesis)”은 오늘날까지 종종 인용되곤 한다. 최근 여러 전시들의 경향에서도 텍스트를 소재로 삼거나 문학적 주제를 차용하는 등 문자를 시각화하려는 시도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시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담론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문학과 미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렇듯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는 ‘문자’와 ‘형상’이 생성된 이래 끊임없이 회자되는 예술의 중요한 화두이다. 그렇다면 전시 <Bloom>은 어떠한 맥락에서 문학과 미술의 관계를 논할 수 있을까?

 

 

도미노作_LlIiGgHhTt_single channel video_2009_1

 

 

신한갤러리 역삼의 기획 전시인 <Bloom>은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 1941)의 대작 『율리시스(Ulysses)』(1922)에서 비롯되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이 하루 동안 더블린 시내를 배회하며 겪은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이지만 그 내용은 인생의 모든 여정을 대변하듯 복잡하고 방대하다. 철저한 ‘의식의 흐름 기법’에 의해 쓰여진 블룸의 방황기는 자신의 침대에서 웅크리고 잠을 청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자신의 이름처럼 새롭게 피어날 것을 암시하는 블룸을 통해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제시하고자 했던 조이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전시 <Bloom>은 『율리시스』에 등장하는 특정 텍스트를 표방하거나 주요 장면을 연출한다기 보다는 이 소설의 회귀적 구조와 이름이 지닌 상징성을 차용하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현상을 이미지로 구현하여 무한함과 영원성을 나타낸다. 또한 소설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 블룸이라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시각예술 안에서 어떠한 보편성을 갖게 되는지 보여준다.

 

 

도미노作_LlIiGgHhTt_single channel video_2009_2

 

 

도미노의 영상은 지구 밖에서 은하계를 바라본 모습을 형상화 한 상상의 결과물이다. 별들의 생성과 소멸을 의미하는 아름다운 이미지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빛으로 나타난다. 10여 분에 달하는 영상은 총 4편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단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만 독립적으로 감상해도 무방하다. 추상 회화의 느낌이 강한 이 작업은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빛의 움직임으로 감성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반주영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식물이 만개하는 모습의 드로잉으로 선보인다. 가느다란 선에 의지하는 이 작업들은 자연 안에서 무한하게 성장하는 개체들과 그 개체들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종이나 캔버스 위에 잉크로 그려진 반복적인 이미지들은 ‘선’이라는 조형 요소에 의한 직관적인 행위의 기록들이다. 패턴화된 드로잉에서 집요함이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는 단순하고 추상적 형태를 띤다. 작품에 주로 사용되는 붉은 색은 삶의 강렬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의미한다.

진현미는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자연의 모습을 공간에서 재해석한다. <겹>으로 대표되는 시리즈 작업은 농묵을 우려 말린 한지를 찢어서 필름지(혹은 아크릴)에 붙이거나 실크에 직접 그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독특한 공간을 재현하는 이 설치작업은 낱 장의 필름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되면서 반복적인 ‘겹’ 구조를 생성한다. 겹 구조로 인해 이미지는 중첩되고 형상은 변화한다. 또한 한 장 한 장이 모여 전체를 이루면서 무한한 사고의 공간을 제시한다.

채경의 사진은 소위 건강식으로 불리는 식용병아리를 엑스레이(X-ray)로 촬영한 것이다. 작은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는 병아리의 비극적인 운명이 담겨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하나의 우주로 변용하여 생명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짝이는 행성 안에 자리한 병아리의 모습은 레오폴드 블룸의 마지막 모습처럼 배 속의 태아를 연상케 한다.

 

 

진현미作_겹-0102_한지, 먹, Clearfilm_200×100×680cm_2004

 

 

하나의 소설에서 차용한 구조와 상징이 <Bloom>이라는 전시로 탄생하면서 문학과 미술의 관계, 즉 ‘한 예술에서 다른 예술로의 이행’을 단편적으로나마 살펴보았다. 다양한 장르가 소개되는 본 전시는 ‘블룸’이라는 주제어에 대한 작가들만의 깊이와 함축성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깔려있으며, 이것이 곧 예술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행위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전시 <Bloom>이 추구하는 바이다. 이와 더불어 순환을 반복하는 인생의 과정처럼 끊임없이 피어나는 삶의 의미들을 되새겨 보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김남은(신한갤러리 큐레이터)

 

 

진현미作_겹-0101_한지, 먹, Clearfilm_140×70×400cm_2003

 

 

채경作_Starcloud624_wide color and light panel_90x90cm_2009

 

 

채경作_ Sun318_wide color and light panel_90x90cm_2009

 

 

 
 

도미노

- 제10회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아이공+상상마당, 서울

- 미디어 아트 랩 뫼비우스, 청계천창작스튜디오, 서울

- Feavs (Far East Audio Visual Socialization) in Getsumin gallery, Osaka, Japan

- 경기도 미술관 (경기창작센터), 경기도 외 영상작업 다수

 

반주영

- 뉴욕 프랫 아트 인스티튜트 석사 졸업

-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아티스트 레지던스

- A Quiet Forest, Hpgrp 갤러리, 뉴욕

- Growth in Life, 스투번 웨스트 갤러리, 브루클린 외 그룹전 다수

 

진현미

- 성신여대 동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 겹,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 겹 사이사이, 갤러리올, 서울

- 인식의 방, 관훈갤러리, 서울 외 그룹 전 다수

 

채경

-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 고양 단기입주 5기 작가

- Alpha State, 모로 갤러리, 서울                               

- Ghost in the Machine, Utterly Art, 싱가폴

- Oriental X-ray, 신한갤러리, 서울 외 그룹전 다수

 

 
 

vol.2011-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