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展

 

 

행복한 일상 1_41.0×52.5cm_Oil on canvas_2011

 

 

Gallery M

 

2011. 12. 22 (목) ▶ 2011. 12. 28 (수)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4-5 대전문화방송(주) (대전 MBC1층) | T. 042-330-3003.3351

 

 

행복한 일상 2_52×45cm_Oil on canvas_2011

 

 

그녀가 꿈꾸는 행복한 일상

 

조상영 (미술학 박사, 미술 평론)

과거는 추억 속에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직 않았기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은 더 없이 값지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둘러싼 평범한 사물들과 자연에 관심을 갖고 일상성을 반영하려는 의지를 보였던 박은경 작가의 첫 개인전에서는 해바라기, 나무, 장미꽃, 기도하는 여인 등이 등장하며 지극히 이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현실을 담아내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에 좀더 진지한 시선을 품게 된 이번 두번째 개인전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내면의 조형성을 드러내는 일기형식으로 확장된 듯 하다. 그녀가 표현한 꿈꾸는 듯한 소녀들의 일상과 자유를 갈망하듯 날아다니는 모습들 그리고 평온하면서도 고즈넉한 자연 풍경은 인간 삶의 근원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원초적 물음으로 다가온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평면화 되어 있는 소녀들의 고요한 표정과 앙증맞은 몸짓들, 흐느적 거리는 나무들의 몸 동작은 일상적 삶이 예술과 하나되어 있음을 감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또한 정형화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소소한 일상을 채집이라도 한 듯 아기자기한 색채와 악세사리 같은 조형적 배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욕망을 위해 치닫는 현대인들의 기억 저편에 머물고 있던 아련한 추억의 이미지들을 재생시켜 다시금 회귀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행복한 일상_52.0×45.5cm_Oil on canvas_2011 | 행복한 일상 5_60×73cm_Oil on canvas_2011

 

 

작가의 작품을 크게 분류하자면 ‘꿈 이야기’, ‘ 행복한 일상’, ‘ 추억이 있는 풍경’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꿈 이야기’는 빗자루를 타거나 무중력 상태로 하늘을 훨훨 날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인데, 아마도 작가의 내면 깊이 잠재해 있는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밤 하늘과 숲속, 하트 모양의 공간들을 비집고 날아다니는 소녀는 희망없는 지상에 금가루를 뿌리며 행복을 전하는 메신저 같아 보인다. ‘행복한 일상’은 여리고 조용한 소녀가 등장한다. 그 소녀는 춤을 춘다거나 피리를 불기도 하고 고양이와 다소곳이 앉아 사색에 잠겨 있기도 하다. 마치 복잡한 도시와 문명에서 벗어나 자신을 정화하며 소소한 일상의 달콤한 행복을 느끼 듯 보인다.

특히 ‘꿈 이야기’나 ‘행복한 일상’시리즈에서 보여지는 소녀들의 모습 중 독특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발이 없고 허리나 목이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비틀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나 감상자 모두 행복한 마음과 자유로움을 주기 위한 심리적인 공감 장치로 읽혀지고 있는데, 색채 역시 블루와 바이올렛, 핑크 계열을 사용하고 있어 행복함과 미지의 세계가 공유될 수 있도록 구조화 시켜놓은 점도 눈에 띈다.

 

 

행복한 일상 4_60×73cm_Oil on canvas_2011

 

 

또한 빗자루와 하트,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나팔꽃, 여러 식물 이미지 도상들이 주변부에 등장하며 소녀들의 몸짓에 반응하고 있는데, 이 도상들의 공통점은 작가의 어릴적 동심에 대한 발현으로서 자본주의나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로 포장된 형식을 벗어 버리고 본질적인 인간 행복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자아내는 개념으로 정착시키고 있다고 판단된다. 마틴 하이데거는 일상성에 대해 살아가는 나날들의 연속 가운데 형성되는 것이고, 시간성의 한 양태’라고 보았고, 카렐 코지크는‘매일 매일 개별적인 삶의 테두리 속에서 개인의 역사 진행을 지배하는 시간의 조직이고 리듬이며, 현실을 은폐하면서도 일정한 방식으로 그것을 드러내는 현상적 세계’라고 했다. 그래서 일상성은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에 대한 진리를 드러내는 힘을 지녔다.

이에 박은경 작가의 작품들은 일상의 평범함과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일깨우는 미학의 실천적 담론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판단되는데, 이른바 우리를 둘러싼 생명체들과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일상의 중요성들을 공존시켜 미적 환희나 평온과 안식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성찰의 시간인지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작가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기계문명이나 비인간화되는 현실에서 대량생산을 긍정적으로 수용한 팝 아트 작가들과는 구별되지만, 일상적인 생활방식을 수렴하는 서사적 구조가 무의식적으로 반영되어 맥을 같이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에서는 사회 현실을 직시하는 도상들은 없지만 행복한 일상의 이미지들을 채집하고 발췌하여 그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세계를 해석하고자 하는 직관력이 있기에 더욱 빛난다.

 

 

꿈이야기 2_90×73cm_Oil on canvas_2011

 

 

우리의 일상은 우주적 법칙에 의해 끊임없이 콘트롤 될 수 밖에 없으며, 일상의 시작과 끝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찰나적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실은 진실이면서도 진실이 아닌 허구의 산물로 여겼던 이들의 담론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욕망이 한꺼풀 두꺼풀 벗겨질 때마다 영혼의 중심에 있는 뜨겁고 찐득한 그 무언가와 만나려는 작가의 시도는 포스트모던과 해체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이 시대에 깊은 통찰력을 선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제 그녀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행복의 씨앗을 뿌리는 메신저가 되어 세상과 함께 공존하며 행복한 일상의 작업들을 해나가길 기대해본다.

 

 

꿈이야기 1_73×90cm_Oil on canvas_2010

 

 

 
 

■ 박은경 (Park, Eun-Kyung)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아트블루전 (대구르노와르화랑) | 미명전 (대구이목화랑) | 2008 계명대학교 동문전 (계명대학교 대학원전시관)

 

개인전  | 2010 제1회 개인전 (대전중구문화원) | 2011 제2회 개인전 (대전m갤러리)

 

2011 그룹전  | 르셀리에 초대전 2회 | 대전국제교류전 | 몽골전 | 대전구상작가협회정기전 (아트존갤러리) | 대전현대화랑27주년기념초대전 (현대화랑) | 대전환경누드전 (아트존갤러리) | 대전구상작가협회정기전 (타임월드갤러리) | 대전청년작가초대전 (열린미술관) | 안견미술모색전 (아트존갤러리)

 

현재  | 한국미술협회 | 대전국제미술교류회 | 대전구상작가협회 회원 | 대전구상작가협회 사무국장 | 스콜라화실 운영

 

 
 

vol.20111222-박은경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