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 展

 

2011 동강사진워크샵 베스트 포트폴리오

Blue Day of School _ 고봉중고등학교

 

Blue Day 1_40.6x50.8cm_digital print_2011

 

 

갤러리 룩스

 

2011. 12. 21(수) ▶ 2011. 12. 27(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Blue Day 2_40.6x50.8cm_digital print_2009

 

 

작가 노트

이곳은 상처와 분노, 다짐과 약속들이 혼재하는 공간이다.

직방으로 생(生)을 관통해 온 아이들의 다소 고약한 이력은

더 이상 비밀이 되지 않는다.

또한 과격한 문신은 때로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고

제 몸을 지켜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주자주 웃어 주었지만

그 웃음은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가 없다.

죽도록 아버지가 미워 방화를 했던 아이는

그 불구덩이 속에서 엄마와 동생까지 잃었다.

아이는 골프를 배웠다며 으쓱거리기도 하고

밤마다 당직교사에게 상담을 하고 싶다며 졸라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무심함과

짱짱한 날것의 마음들이 수시로 엉긴다.

나는 이 비밀스런 충돌을 기록하고자 한다.

 

아니다. 나는 다만

이 혼돈의 시간을 살아내고자 하는 아이들이

이따금씩 날려 보내는

모스 부호 같은 찰나의 눈빛들을

그저 주워 담을 뿐이다.

 

 

Blue Day 4_40.6x50.8cm_digital print_2009

 

 

[전시에 부치는 말]

Blue는 푸르지만 우울함이다. 젊고 싱싱한 육체와 활기차고 명랑한 일상과 불안정하고 불안한 미래가 한 범벅이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어쩌면 일반 학교 아이들 또한 겪는 불안하고 우울한 어느 하루쯤이 아닐까. 경계 안의 삶이 어쩌면 이 땅의 어떤 아이든 겪고 있는 성장통과 닮지 않았을까.

다만 좀 더 아프고 좀 더 상처받은 가난한 삶이어서 드러내기를 주저했던 아이들의 일상이 세상과 만남으로써 더 이상 외면 받는 불편한 진실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지는 현실이 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의 일상과 세상의 시선이 만나는 것은 사람들의 단순한 호기심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처지와 조건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아이들의 불우했던 과거와 소통함으로써 보다 진전된 무언가를 이루어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전시가 부디 아이들에 대해 불편하거나 그저 연민(憐憫)하는 눈길을 거두고, 아이들의 지독했던 한 때의 상처가 당당히 세상과 만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연대(連帶)의 시간이 되었음 한다.

 

 

Blue Day 6_40.6x50.8cm_digital print_2011

 

 

전시 서문 -  최광호

1.

대학교 1학년 시절.

내 첫 개인전이 생각난다.

 

학교 다니는 것이 재미없고, 사진 찍는 것이 재미없다고 하니

육명심 교수가 개인전을 해 보라셨다.

사진이 재미있어 질 것이라셨다.

 

‘심상일기’라는 제목을 달아 첫 개인전을 했다.

하고나니 성취욕도 생기고, 혼자 사진을 하며 즐기고 노는 방식도 만들어졌다.

내 식의 사진에 대해 자신감이 붙은 것.

첫 개인전이 내게 준 힘이었다.

 

그 힘으로 35년이 흘렀고

지금의 나 최광호가 되었다.

 

이정화 작가의 첫 개인전을 보며

첫 개인전하던 먼 세월 속으로 기억이 달려간 이유는 하나.

자신감과 자존심.

작가 양 손 주먹에 그 둘이 꽉 쥐어 졌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2.

동강사진워크샵 포토폴리오 리뷰에 사진을 내고, 사진이 뽑히는 과정 이전에

나는 이정화 작가를 2년여 보아왔다.

지독하게 열심이고 지극하게 정성이 넘치는 사람.

사진가 이전 그는 그런 사람으로 내게 다가왔다.

 

리뷰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고 전시가 결정된 다음.

그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사진을 발표해도 되는가.

사진을 찍기 위해 이들을 이용한 것은 아닌가.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괴로워하고 스스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구나,하는 보람에 그를 아는 일이 자랑스러워졌다.

오히려 내 사진로서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기까지했다.

 

 

Blue Day 7_40.6x50.8cm_digital print_2010

 

 

3.

이정화란 사람.

참으로 솔직한 사람이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다.

자기표현이 정확한 사람이다.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다.

 

거기에 나는 하나 더 수식을 붙이고 싶다.

가장 인간적인 사람.

 

이정화 작가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존엄이 없이는 이뤄질 수가 없다.

 

그녀의 사진에서는

그 마음으로, 자식 대하듯 언니와 누나가 되어 정성껏 찍는 마음이 느껴진다.

가식 없고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시선의 멈춤과 듬뿍 담긴 사랑이 우러난다.

 

거기에,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전시를 하지 못하겠다며 고개 숙이던 그의 모습.

이정화 작가 아니면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이다.

작품 이전에 그들을 먼저 헤아리는 그 마음.

이 시대 사진가들이 보고 배워야 할 따스함이다.

 

그를 극복하고 전시를 하게 된 이유를 나는 안다.

그들에게는, 우리 함께 한 몸이 되고 한 맘이 되어 평생을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미는 징표.

이를 보는 모든 이의 양심을 향해 던지는 화살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는,

우리나라 유일한 최고의 마음을 가진 사진가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4.

많은 사진이 그의 뜻에 상관없이 걸러진 것을 나는 안다.

이미 그의 작업을 처음부터 지켜봐왔으므로.

 

눈으로 보이는 1%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99%.

그 99%에 담긴 진심읽기

 

그의 첫 개인전을 보는 이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

누구의 시선을 두려워 말고 내 식의 사진으로 두 번째를 준비하자.

 

자기이름으로 이 세상에 처음으로 사진을 선보이는 이정화 사진가에게는

이 말을 당부하고 싶다.

 

보다 자기다운 자신감으로 흘러 넘칠

이정화 사진가의 두 번째 개인전을 기대한다.

 

5.

그와, 그와 함께 인생을 살아갈 그의 사진친구들.

성장의 몫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이정화 작가의 시 중 한 구절을 전한다.

 

아이들은 그저 카메라 앞에서

아침 꽃 같이 활짝 웃었다.

아무 상처 한번 없었던 이마처럼 희멀겋게

그냥 웃었다.

보통의 아이들이다

 

6.

나 최광호는 그에게 사진을 가르친 적은 없다.

함께 세상을 이야기하며 말동무를 하였을 뿐이다.

 

 

Blue Day 10_40.6x50.8cm_digital print_2009

 

 

 

 

■ 이정화

 

이정화는 소년원 교사로서 18년을 근무했다. 2009년부터 법무부 푸르미방송국에서 소년원 아이들의 이야기를 작은 다큐로 제작하거나, 행사 동행취재를 하며 본격적으로 개인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다.

 

 

 

vol.20111221-이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