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아사이 히토 2인 展

 

INSTRUMENTAL ENCOUNTER - 도구적 조우

 

박주현_기다림_15x20x45cm_도끼_2008

 

 

갤러리 엘비스

 

2011. 12. 15(목) ▶ 2012. 1. 3(화)

Opening : 2011. 12. 15(목) PM 5:00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65-18 쟈스미 빌딩 B1 | 02-3443-7475

 

www.gallerylvs.org

 

 

박주현_Human_25x10x45cm_낫_2010

 

 

인간이 누구나 추구하는 근본적인 행복의 가치 즉 궁극적인 목표, 목적을 본질적 가치(Intrinsic value, 本質的 價値)라 부른다. 그리고 이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행동들 직업, 학벌, 돈 등 이러한 방법적인 요소들을 도구적 가치(Instrumental value, 手段的 價値)라 말한다. 이 개념을 작가에게 적용하자면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본연의 개념 그리고 작가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 목표 이것을 본질적 가치라 할 수 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미디엄(medium), 도구(Tool)와 재료(Material)를 도구적 가치라 말 할 수 있다.

도구적 가치 표현에서 궁극적으로 동일한 재료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 어떤 생각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분명하다. 이번 2인전에 참여하는 한국의 박주현 작가와 일본의 아사이히토 작가처럼 말이다. 그들은 분명 같은 도구들을 사용한다.

이 두 작가는 재료가 갖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 조합하여 그들만의 색깔로 작품을 표현해 낸다.

나무, 금속이라는 공통된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결과물은 판이하게 다르다. 박주현 작가의 작품은 동양적인 정서를 담고 고즈넉한 향취를 띄며 아사이히토는 캐릭터를 활용한 현대적 디자인의 작품을 연출한다. 위에서 언급한 미술에서의 도구적인 가치의 도구가 동일하나 그 결과가 다름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조합이다.

현대 작가들은 남들과 다른 도구의 발견에 집착할 때가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또 그 도구가 갖는 특별함으로 충격을 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도구적 가치가 본질적 가치를 지배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박주현, 아사이히토 두작가는 조소의 기본적인 도구인 나무, 금속을 선택했고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본질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박주현은 도구를 사용하여 도구를 변형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에게 있어 망치, 낫, 장도리 등은 그의 작품을 위한 재료(Material)이자 그 재료를 다듬어 작품으로 귀결시키는 도구(Tool)로써의 기능, 이중적 역할을 한다. 그는 도구의 주된 기능을 하는 금속부분을 밑(받침)으로 하고 부수적인 손잡이 역할을 하는 나무 부분을 조각하여 작품으로 표현하며 한 물체가 용도의 변화와 함께 주되지 않은 부분이 주가 되고 중요한 가치가 부수적 가치가 되는 역설적 전이현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다루는 주제 또한 인간, 나무 등 일상적인 소재로 평범하다. 하지만 인간사에 대한 친숙함과 재료에 대한 친숙함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충분히 정겹다.

아사이히토는 금속과 나무가 절묘하게 하나로 조합된 작업을 한다. 작품에서 두꺼운 금속 갑옷, 매끄러운 나무 피부, 자동차 차체 등 재료의 역할을 충분히 하며 하나로 조합을 이룬다. 치밀한 계획하에 금속을 담금질하고 나무를 매끈히 깎아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인과 같은 치밀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칼라와 기름칠이 더해진 인간과 동물 캐릭터들은 다가가기 쉬운 팝아트적 성향을 보이지만 한걸음 가까이 다가서면 그 완성도에 놀라게 된다.

인간과 동물 등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금속을 두른 모습은 산업의 발전으로 삶이 윤택해 보이지만 메말라가는 인간의 감성과 자연파괴적 이기심을 잉태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듯 하다. 결국 도구적 가치들이 본질적 가치를 침범하여 그 뜻을 흐리는 역전현상을 말한다.

200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작가 박주현과 2010년 아시아프에 작품을 선보이며 솔드아웃 된 작가 아사이히토. 이번 전시는 같은 시대 다른 나라의 두 작가가 같은 도구로써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 가를 살펴볼 수 있는 유희와 2012년 그들의 새로운 발걸음을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줄 것이다.

- 갤러리 LVS 조재현 큐레이터 -

 

 

박주현_男女_10x20x35cm_장도리, 못_2011

 

 

평론 - 박주현

“예술의 많은 역설들 중의 하나는 만드는 행위가 어떻게 만들어 지지 않은 것의 모습을 띠울 수 있게 하는가 하는 것이다.” -테리 이글턴 (Terry Eagleton)

 

박주현의 망치를 손 대신 잡아본다. 잡으니 손도 망치도 아닌 일상이 묵직하고 끈적끈적하게 묻어난다.

손 안에 가득 잡히는 것은 조각이 아니라 노동의 곤고함과 삶에 대한 되새김이다.

손 안의 아름다운 세계가 손 밖의 가혹한 의미로 방출된다. 그저 해석의 다양함을 염두에 두면 될 말이지만 박주현의 작품을 볼 때 이 말이 새롭게 새겨지는 이유다. 망치나 장도리의 손잡이에 노동자 자신의 모습, <낚시 하는 김씨>이거나 <실업자>를 새겨놓았다. 때로는 계단참에서 <기다림>에 설레거나 <세발자전거>를 타거나 <별>을 쥐어보겠다고 <사다리>를 오르는 인물을 새겼다. 망치를 쥔 손 안에 노동의 일상과 꿈이 새겨진다.

한 손에 쥐이는 그 작은 공간에서 그가 구현하는 것은 마치 연극장면을 옮겨놓은 듯한 정황이다. “돈은 그 어떤 가치도 더 이상 자신과 상대가 되지 않도록 한다. 다른 가치들은 지불 행위를 위한 우연적인 근거들로 격하된다.” 그러나 노동의 가치는 무소불위의 시장폭력에도 불구하고 돈으로만 계산되지 않는다. 박주현의 손잡이 조각은 그것을 보여준다. 망치나 장도리, 톱이나 호미, 혹은 일상에 필요한 도구들은 손잡이를 필요로 하고 그 손잡이를 매개로 쇠의 날카롭고 무거움이 노동의 정교함으로 이어진다.

손잡이는 나와 노동, 도구를 잇는 매개자이자 한 몸이다. 그것은 돈의 창출이 아니라 꿈의 창출이다.그 작은 공간. 하필이면 손잡는 부분에다 조각할 생각을 했을까. 모든 것을 손에 쥐려하지만 쥐고 있을 수만 없다. 그 순리는 노동으로서 손의 생산이 우리를 떠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동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상품이 되고 노동 당사자인 자신을 소외시키듯, 그의 손잡이는 쥐고 있은 그 시간만큼 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그 꿈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지 않는 충족감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위화시킨다. 우리의 노동을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미디어로서 망치와 장도리와 호미와 톱을 선택하고, 그 곳, 손잡이를 새로운 형상을 구상하는 터전으로 바라보는 의미는 그저 조각한 형상의 재미나 신기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시선에 있다. 그의 시선이 형상화의 결과물보다 더 많은 의미와 해석을 안겨준다. ‘만들어지지 않은 것’의 모습이 거기 있다. 조각된 손잡이는 이제 손잡이 역할을 못한다. 그 자각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를, 그 꿈이 우리의 손 안에 있음을 환기시킨다.

손으로 쥔 것은 그 손을 펴야 무엇이 잡혔는지 보인다. 일상은 펴 보일 때 비로소 보인다. 쥐고 있을 때 노동은 도구일 뿐이다.

- 강선학 미술비평-

 

 

아사이 히토_Armored_970x450x450mm_

Iron, brass, aluminum, wood, colors_2011

 

 

작가노트 - 아사이 히토

[금속]은 기원전 5500년경 장식품으로 사용되면서부터 인간을 풍요롭게 하였다. *정련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금속은 인간의 손을 대신하며 여러 가지 도구로 사용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손과 발이 되어 문명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금속]에는 “탄생”과 “파괴”라는 두 가지의 성향이 나타났다.

첫째는, 다양한 도구와 [금속]의 집합체인 기계가 사물을 만들어 내는 “탄생”이다. 깊이 생각하면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은 모두 [금속]이라는 필터를 거쳐 존재한다.

두 번째는, 사물이나 생명을 앗아가는 “파괴”이다. 전쟁이나 자유를 빼앗는 구속력을 말한다.

풍요로움을 위해 나라와 나라를 이어주는 비행기조차 9.11테러 때 살상무기로 사용되며 압도적인 힘으로 변해버렸다.

[금속]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과 [금속] 사이에 여지없이 힘의 상하관계가 생겨난다. 이렇듯 [금속]에는 양극단으로 갈리는 이면성이 있다.

문명에 의해 만들어진 많은 사물들에 사용되는 [금속]의 이면성은 생활 속에선 의식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탄생”과 “파괴”라는 이면성을 가진 [금속]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것을 형태로 표현하고 싶다.

 

*정련 : 제련 공정 과정의 후반에 해당하는 과정을 말한다. 광석에서 목적하는 금속이 함유된 양을 어느 정도 높인 물질까지 가지고 가는 조제련(粗製鍊) 다음에 목적하는 금속을 뽑아내기까지의 조작을 말하며, 정제련(精製鍊)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출처] 정련 [精鍊, refining ] | 네이버 백과사전

 

 

아사이 히토_Rocketman_720x470x800mm_

Iron, brass, wood, resin, colors_2011

 

 

아사이 히토_Windmill_990x330x200mm_

Iron, brass, wood, colors_2011

 

 

 

 

■ 박주현

 

1975  부산 출생 | 부산디자인고, 동아대 조각과 졸업, 부산대학교 조소과 대학원 수료

 

개인전  | 2008  Tool story, 큐브스페이스, 서울 | 2009  Tool story, 한전 아트센터, 서울 | Tool story, IM 갤러리, 부산 | Tool story, 비올 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11  지역네트워크 오차의 범위, 부산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 WATAGATA, 후코후까, 아시아미술관, 일본 | “이작가를 추천한다” 31인展, 숲 갤러리, 서울 | 디오니소스의 방 4인展, 이듬 갤러리, 부산 | 2010  부산비엔날레 특별展, 부산, 문화회관 | 손편지 3인전, CSP111, 서울 | 사제 동행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 2009  Korea Tomorrow 2009 'Bridge the World', 서울 무역전시관 컨벤션 | 경기미술展, 경기도 문화의 전당 | 한일교류展, LADS 갤러리, 일본 오사카 | 인간의거울 - The Head,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부산 | 2008  람사르 야외 조각展, 용지호수, 부산 | 리사이클아트, BEXCO, 부산 | 치오후쿠 아트 페스티발, 후코후까, 일본 | Artist-in-Residence, OPEN TO YOU 오픈스페이스배, 부산 비엔날레 | 축제로서의 조각,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디지털 미디어와 현대조각의 만남, 상암동 IT타워, 서울 | 2007  양산조각제전, 삼덕공원, 양산 | 2006  Art in City 2006 (공공미술추진위원회), 물만골 프로젝트, 부산 | GRONP展, 명 갤러리, 서울 | 2005  diary, 스페이스 반디, 부산 | 길에서 다시만나다 부산, 광주, 태백, 서울공평아트 순회 | 2000~2002  부산 비엔날레 바다 미술제, 해운대, 부산 | 2001  경남 연합 FAKO정기展, 성산 아트센터, 창원

 

작품소장  | 2008  과천국립현대 미술관 (미술은행) | 2011  부산 중앙공원 조각공원

 

■ 아사이 히토

 

1982  Born in Tokyo, Japan | 2007  Graduated from Tama Art University | 2009  Completed Postgraduat Studies,Tama Art University

 

Solo Exhibition  | 2009  “HITTO ASAI EXHIBITIONS”, Gallery Tsubaki, Tokyo, Japan | 2010  “Whereabouts”, Gallery Tsubaki, Tokyo, Japan

 

Group Exhibition  | 2010  “2010 ASYAAF” Seoul, Korea | 2011  Edwin’s Gallery, Jakarta, Indonesia | 2011  “Gallery LVS”, Seoul, Korea

 

Art Fair  | 2009  ”Daegu Art Fair 2009”, Korea | 2010  ”Kyoto Art Fair 2009”, Kyoto | 2010  ”KIAF 2010”, Seoul, Korea | 2010  ”Daegu Art Fair 2010”, Korea | 2011  “Art Taipei”, Taipei, Taiwan | 2011  “KIAF 2011”, Seoul, Korea | 2011 “Daegu Art Fair 2011“ Korea

 

Prize  | 2008  The 24th Traditional craft doll exhibition: Selected work | 2010  Suita City sculpture contest: Mayor prize

 

 

 

vol.20111215-박주현.아사이 히토 2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