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아 展

 

Voice telling itself

 

Voice telling itself_290×290×190cm_벽돌, 자갈, 사운드 설치_2011

 

 

인천아트플랫폼

 

2011. 11. 23 (수) ▶ 2011. 11. 29 (화)

초대일시 : 2011. 11. 23 (수) PM 5:00

인천 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G동 전시장 | T. 032-760-1000

관람시간 : AM 11:00 ~ PM 6:00 (월요일 휴관)

 

www.inartplatform.kr

 

장르 | 사운드아트 | 후원 | (재) 인천문화재단

 

 

Voice #1_50×50×40cm_Record & Edit Sound_2011

 

 

우물에서 들리는 목소리

예전엔 꽤 지나는 인파도 많았고 유흥상점들로 활기를 띄던 인천 신포시장거리 건너편 용동에서 큰 우물을 만났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보아 왔었고 늘상 기억의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었던 우물이다. 그러나 인천시의 행정 중심이 이동되고 번화 거리가 옮겨가면서 그 기억의 자리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음을 새삼 느꼈을 뿐이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우물이었건만 뚜껑이 덮힌 채 덩그러니 방치되어 관심 밖의 잊혀져가는 모습이다. 더 이상 물을 길어 올리지 않는 우물은 목숨을 다한 생명체가 웅크리고 이 세상 저편 멀리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왠지 쓸쓸하고 공허한 메아리가 우물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것 같았다. 인천 개화기 때 개항장으로 꽤나 이름을 날리고 수많은 해외 선박과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을 때만 해도 이 우물은 무척 사랑받고 물맛이 좋기로 소문났었다고 한다. 우물물로 술을 만들어 팔던 양조장들이 번성했고 우물을 둘러싼 주점에서도 장사가 잘되어  당시 기생들을 관리하던 권번들은 우물 주변의 용동에서 권한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당시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과 중국인들의 꽃다운 나이의 기생들이 우물에 둘러 앉아 나눈 그들의 삶의 이야기는 우물 속 어딘가에서 공명으로 울려 나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여러 나라의 문화가 충돌하던 격변의 시기에 겪어야 했던  인생의 애환이 우물로부터 흘러나와 귀에 들리는 듯하다.

 

 

Voice #2_50×50×40cm_Sound by metal_2011

 

 

선조가 우물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우물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중요한 생명수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수는 물론 세탁과 가사일등의 모든 생활용수를 공급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물을 뜨러 오는 여자들, 서민들 등의 소수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이며 그들은 이곳에서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먹고 사는 걱정, 농사짓는 이야기 등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전쟁시에는 긴밀한 정보를 연결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 우물물로  밥을 지어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어 사기를 진작시키기도 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물을 소중히 여기고 섬기는 관습으로 가뭄이 오래거나 역병이 도는 등 재해가 생겼을 시에는 우물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는데 제물로 신성한 동물들(소, 말, 개, 고양이 등)을 우물에 빠뜨려서 정성과 염원을 담았다. 그런 제의적 관례 기록중에는 통일신라시대 때 어린아이를 함께 빠뜨린 흔적이 있기도 하다. 우물을 둘러싼 우리의 이야기들은 우물에서 샘이 솟듯 끝이 없을 듯하다. 한국인의 삶과 정서의 중심에 있던 우물이 산업화가 진행되고 경제개발이 가속화 되면서 새마을 운동이후 부터는 위생적인 문제로 정부에서 폐기하는 조처를 취하게 되어 이제는 역사적 유래와 의미를 갖는 우물들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나마 시골 마을 마당에 간혹 남겨진 우물의 경우라도 쓸모를 다하여 거의 대부분 뚜껑이 덮힌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상들의 한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던 숨쉬는 매개물이 이젠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조상들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 현대인들이 꼭 들어야 할 이야기들은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본다.

 

 

Voice #3_50×50×40cm_Sound by turntable_2011

 

 

현대인의 공허한 목소리

현대인의 일상은 테크놀로지 환경에 둘러싸여 기계들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동체 생활을 근간으로 하여  이루어지던 근대 이전의 삶의 형태와는 다르게 현대인의 일상은 오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는 첨단 미디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고 그러한 기술을 쫒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계획하여 수직과 수평성의 활용을 하는 방향으로 점점 진화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첨단 미디어와 기계들의 발전으로 공간을 운용하고 주체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능력이 개인차별로 다르게 축적되어 가면서 현대인의 다양한 능력들이 경쟁을 이루어 가고 있는 가운데 현대인의 생활양식은 점점 더 개인적 삶에 치중하도록 내몰려 지고 스스로 인간적 존엄성과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하게 자라나게 된다. 정작 말을 하고 싶고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마는 소통이 단절되는 시대를 살게 되면서 갖는 외로움과 고립감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재 구축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동시에 네트워크가 가능한 미디어의 환경에 노출되면서 현대인은 보다 섬세한 감성으로 예술적 체험과 공감각적 만족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소리 환경은 항상 접하는 영상 환경의 익숙함에서 발견하지 못한 개인적 정체성의 자유로움으로 신경계를 지배해 나간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의 모습으로 현대인들은 색다른 감성과 미디어 체험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 나간다. 기계적 소리에 친숙한 현대인의 목소리도 어느덧 그 기계음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Voice #4_50×50×40cm_Sound by motor_2011

 

 

일상에서 발견하는 사운드

진정한 소통을 외면한 채 단지 소비적인 언어와 유희가 유통되고 보편화되는 현상속에서 현대인의 목소리는 대변할 기계와 음향으로 대치되어 변장과 위장을 일삼으며 하이테크놀로지 가면 속에서 숨바꼭질한다. 숨바꼭질의 술래가 누구인지, 찾는자가 누구인지 아는것이 중요하지 않은 상황은 혼돈과 어둠에 맞닥뜨리게 되며 그 시점의 공포를 누그러뜨리려, 숨바꼭질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몸부림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미디어로 포장한 불안한 증폭으로 터져 나온다. 낯설지만 새로운 소리의 체험으로 이어지는 감상 순간은 어려운 개념에 구애받지 않고 감성본능에 충실한 즉흥적 가치를 쫒는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적 소리의 만남에서 오히려 위안과 평정을 얻기도 한다. 현대인의 목소리는 옛날 조상들이 우물터에서 서로의 표정과 감정을 읽어내며 나누던 정감어린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도 듣지 않는 독백적 외로운 이야기로 주목받지 못하는 허공으로 가볍게 흩어진다. 이러한 현대인의 공허한 목소리를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기계들의 소리에서 찾아 감지해보고자 한다. 항상 있었던 소리이지만 새롭게 발견하여 음향적 아름다움을 부여해 본다. 꽃의 이름을 불러 주어 나에게 어여쁜 꽃이 될 수 있듯 소음으로 치부해 버릴 소리가 어느 공간에서는 나에게 다가와 즐겁게 교감을 나누 수 있는 멋진 사운드로 들려온다.

 

 

필드레코딩_2011

 

 

우물에서 체험하는 소리

감상자는 우물 속에 고립되어 헤드폰 속으로 파고드는 낯선 소리에 몰입하며 청각에만 의지하여 감상체험을 갖는다. 저편에서 전류를 타고 전달되는 소리가 옛날 우물에 둘러앉아 동네 사람들이 나누던 이야기 소리가 될 수도 있고 기우제를 지내던 제사의 염 소리가 될 수 도 있다. 억울한 영혼과 불행한 영혼들이 모여들던 블랙홀의 주술적 구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현대인에게 친숙하게 들리는 소리는 보다 파편적이고 노이즈에 가까운 광범위한 비음악적 소리로 이루어진다. 이는 바로 옆집 누군가의 외로운 목소리이기도 하고 컴퓨터와 인간이 주고받는 뜻 모를 비언어를 추상화한 소리 일 수 도 있다. 소리를 찾는 방식은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소리를 구성하였다. 공기의 공명에 의하여 듣게 되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접촉하여 소리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피에조 디스크(Piezo Disk)를 이용한 녹음 방식으로 물체의 진동이 피에조 디스크 판을 타고 감상자의 귀로 전달된다. 물체를 두드리는 표면과 감상자 고막사이의 미묘한 떨림과 파열이 교차되며 색다른 음향의 세계로 안내한다.

- 정진아 -

 

 

 
 

■ 정진아 (Jung, Jin-Ah)  |  Blog  |  https://jupiterjja.blog.me

 

 
 

vol.20111123-정진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