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다 展

 

 

고진숙 1

 

 

갤러리 봄

 

2011. 11. 19(토) ▶ 2011. 11. 25(금) 박성민, 정옥희, 조완순

2011. 11. 26(토) ▶ 2011. 12. 2(금) 김창곤, 신미숙 , 오미혜

2011. 12. 3(토) ▶ 2011. 12. 9(금) 고진숙, 윤영숙,  이화정

2011. 12. 10(토) ▶ 2011. 12. 16(금) 김양희, 남기석, 이종숙

2011. 12. 17(토) ▶ 2011. 12. 23(금) 남채연, 오영숙, 조형애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1가 1173-32 | 010-8643-0429

 

www.gallerybom.net

 

 

김양희 1

 

 

1번 국도에 가면

1번 국도는 목포에서 신의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약5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다. 서해안에서 서울을 통과하며 신의주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요충지를 거쳐 가던 도로다. 그러나 불행이도 지금은 분단국가로서 문산에서 그 길이 끊기고 있다.

이 전시는 그 1번국도 중에서 여산, 삼례, 전주, 태인을 거쳐 정읍까지 이어지는 길의 순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꼭 1번 국도가 중요한 테마가 아닐지 모른다. 그 이유는 1번 국도에 한한 특별한 증표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어떤 국도와도 별로 다르지 않은 간선도로의 역할을 하는 그 길에서 얻을 수 있는 삶과 변해가는 환경에 대한 재인식인 것이다. 한 때 길은 한 개인 개인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타인과 함께 걷던 공동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쉬어갈 숙소, 음식, 주막 등이 생기며 그로인해 새로운 마을이 번창하기도 했다.

이처럼 1번 국도와 더불어 많은 길이 연결되고 그 길을 지나치면서 또 다른 지역의 관습과 음식과 인간품성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일반 국도를 제치고 4차선 도로가 생기고 그 위에 고속도로의 교각이 산과 들 사이에 불쑥불쑥 들어서며 우리국토 전체가 길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마저 든다. 편리한 도로로 인해 세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과정이 생략된 목적만이 의미가 있게 되었다. 그런데 목적보다 과정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아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전시는 박성민의 기획에 15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종숙 1

 

 

고진숙

1번 국도를 수없이 다니면서 박제화 되어 가는 소도시 일상의 권태로움에 젖어들었다. 그 권태로움의 시선은 아무렇지도 않게 둘러친 낡은 콘크리트 벽으로 향했다. 그의 차분한 흑백사진의 톤은 분단의 벽처럼 견고한 시멘트 담장을 몇 개의 잔가지와 잎사귀의 그늘과 멀리보이는 하늘을 이고 있는 풍경 안에서 쇄락해가는 소도시의 고독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김양희

그림으로 1번 국도에 섰다. 그는 젊은 시절의 날 서게 푸르던 욕망-언젠가 도달 할 지도 모른다는 신념-으로 숨 가파했지만 이제 조금은 편안하면서도 여전히 간절한 소망의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창곤

국도 주변에 있는 마을의 고목들을 흑백사진으로 찍었다. 그 나무들은 들판, 마을 어귀, 찌그러진 상가 앞, 정류소 옆에서 몇 백 년을 살았을 자태의 겸허함과 따뜻함으로 전해진다. 그 것은 작가의 성실한 작업 때문일 것이다.

남기석

한 때 이 길로 통근을 하며 매일 익숙하게 정이 든 길이기도하다. 이 길을 일 년 내 내 보고 왔기 때문에 같은 풍경이라도 여러 다른 중첩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그 모습들을 컴퓨터그래픽을 통해서 자기만이 느꼈을 독특한 색채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남채연

일번 국도를 중심으로 중소도시 혹은 시골의 늙고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한다. 세상의 중심에 서 있지 못하지만 유모차에 의지하며 열심히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박성민

그는 35미리 필름 한통으로 1번국도 한 장면을 퍼즐 맞추기 식으로 보여준다. 필름 한통에서 한 장도 빼지 않고 한 신을 밀착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작업에 능숙한 그이지만 이 번 작업에서는 아날로그 사진을 통해서 조급함 없이 더디게 가지만 깊고 아득했던 시간의 의미를 담아내려는 진심이 담겨있다.

신미숙

국내 외 몇 명의 작가들이 주유소를 소재로 찍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자본의 잉여논리에 소멸되어가는 주유소의 쓸쓸한 모습들이었다면 신미숙은 아직도 일번국도를 쌩쌩하게 달리는 자동차들의 주유소 건물을 다양한 형태의 구조로 경쾌하고 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옥희 1

 

 

오미혜

1번 국도의 길을 따라 펼쳐져 있는 농촌의 들녘에 들어선 새로운 형태로 필요성에 따라 지어지는 건물들이 있다. 이것이 사료창고건 우사건 낯선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작가의 눈으로 하여 변해가는 환경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정리된 이미지 구축 때문이라고 보여 진다.

오영숙

정돈된 물건들을 마구 헝클어 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이기도 하고 또 새로운 뭔가를 만들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교차로에 서 있는 찌그러진 반사판에 밖의 현실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반사판 안은 초현실주의를 연상시키다. 마치 픽셀을 움직여 만든 듯한 이 사진은 인간의 일탈을 꿈꾸게 한다.

윤영숙

사진은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을 부리면 재미가 없어진다. 가능하면 설명이 없이도 상대에게 깊은 의미를 전달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다. 어렸을 적의 기억을 사진으로 엮어보는 모습이 신선하다.

이종숙

안셀 아담스, 에드워드 웨스턴 등이 결성한 f64의 맴버들은 사진이 그림을 따라가는 픽토리얼리즘을 경시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예술 장르의 구별이 모호해졌다. 어떤 표현을 가져다 쓰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전달되어지는지가 더 중요시하게 되었다. 이종숙의 사진은 꽃과 바람과 시간을 동시에 전해주는 것 같아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화정

요즘 좋은 동네에 가면 허공에 거추장스럽게 매달린 전신주들을 땅으로 다 매립 시켜버려 거미줄 같은 전선줄 없이 공중이 깔끔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래도 전선이 보여야 목포에서 문산(통일 후 신의주)까지 전기가 이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허공을 향한 셔터소리가 조금은 공허하다.

정옥희

일번국도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한 사진이 아니가 한다. 길을 따라가며 차근차근 잊혀져가거나 혹은 천천히 가는 시간의 흐름을 전달해주고 있다. 국도 주변에나 아직 남아있는 버스 정류소가 프레임의 거의 반을 차지하여 그 옆에 유사한 풍경을 붙여 논 것 같은 포맷도 이중의 재미를 준다. 그리고 버스 정류소의 작은 창틀을 통해서 보여주는 에피소드에서 작가의 센스가 보인다.

조완순

그의 사진에서 시간은 유희처럼 보인다. 작가는 그의 딸(친구들과)을 통해서 지나간 자신의 시간을 이입 시키면서 동시에 그 아이들의 시간을 보여준다. 10대 청소년에게 시간은 입에 막대 사탕을 빨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는 화살처럼 흘러가는 시간의 페이소스를 극적인 유머와 현대적인 감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형애

일번 국도의 적막감과 그와 함께 소비해버린 시간 속에서 외로운 사람들의 뒷모습을 통해서 지나간 시간의 허무와 회한을 보여주고 있다.

글.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관장 김지연

 

 

조완순 1

 

 

 

 

 

vol.20111119-길위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