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렬 展

 

<The captured nature>

 

The captured nature_air#1_144x180cm_Inkjet print_2010

 

 

갤러리 온

 

2011. 11. 15(화) ▶ 2011. 11. 30(수)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B1 | 02-733-8295

 

www.galleryon.co.kr

 

 

The captured nature_sea#1_80x100cm_Inkjet print_2011

 

 

작가노트

드라마 속 비극의 주인공처럼 모든 불행이 마치 내 것인 것처럼 행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난 하루가 멀다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마음 닿는 곳에 발을 디뎠다. 마치 두서 없는 글처럼.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 난 내 발이 숲 속을 지나 산 정상을 내딛고 있었음을 보게 되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산책이다. 자연에 내보이는 관심과 강박적인 집착은 어쩌면 위안을 받고 있다고 느낀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내 시선은 자연스레 사회 안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풀과 나무, 바다, 바위 같은 자연이라 불리는 하나하나의 것들이 내가 있는 이곳에선 온전한 편안함을 유지할 수 없음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이 자연으로서 우리 곁에 있기에는 불가능한 것인가.? 불행하게도 나조차도 욕망의 그늘에 산다. 성공하고 싶은 욕망, 갖고 싶은 욕망, 빼앗고 싶은 욕망, 돈 벌고 싶은 욕망 등 수많은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살고 있다. 더욱이 이런 욕망을 부추기는 이곳에선 아주 조금의 틈만 보이면 이리저리 휘젓고 들어와 회색으로 물들인다. 자연은 그 회색 빛깔에 따라 옮겨지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무엇으로 탈바꿈되기도 하면서 아주 피곤한 자신의 삶을 살 뿐이다. 생각해 보건대, 우린 단 한 번도 자연에게 당신 생각을 물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되는지를.

이런 시각을 대변하는 ‘The captured nature' 작업은 아무런 항변을 하지 못하는 자연을 자신들의 욕망을 달래기 위한 여러 형태의 장치들과 그 속에서 변형하고 포획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현대인들과 자연의 수동적이고 지배적인 관계에 대해 의심해보고자 한다. 또한, 과연 자연이란 것이 우리 인간들에 의해 소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The captured nature_snow#1_80x100cm_Inkjet print_2010

 

 

작가비평글

“자연을 포획하는 것”(to capture nature)은 사진에서 흔히 사용되는 상투적인 말인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The camera never lies)라는 표현과 동일하다. 이 두 표현은 사진의 특질인 모방에 근거해 세계와 사진적 과정 사이의 특수한 관계(a privileged relationship)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헨리 폭스 탈보트의 상업적으로 출판된 최초의 사진집인 “자연의 연필”(1846)(The Pencil of Nature)에 묘사되어 있다.

자연을 포획한다는 것은 박형렬이 그의 풍자적인 사진에서 보여주듯 터무니없는 제안(an absurd proposition)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조리함은 인간과 자연 중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 박형렬은 인간의 자만심이 바로 그 범인(the culprit)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는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멀어졌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음을 암시한다.

해변의 왕좌에 앉아 밀려드는 파도에 물러가라고 명령했던 크누트 대왕(995-1035) (great king Cnut)의 이야기가 영국에 전해진다. 바다는 그의 명령에 무관심했으며 왕은 물에 젖고 말았다! 지혜로운 왕의 몸짓은 자연이나 신에 비해 자신의 권력은 지극히 제한적인 것임을 아첨을 일삼는 신하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포획한다는 것은 (사냥감에) 몰래 접근하기, (사냥감) 뒤쫓기, 그리고 (사냥감을 향해 총) 발사하기 등과 같이 사진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사냥의 은유(hunting metaphor)이다. 박형렬 공연단(troupe)의 멋진 사냥꾼(stylish hunters)들은 서로 합심해서 사냥감을 추적하고 철저히 침묵을 유지하며 즉흥적으로 고안한 덫을 주의 깊게 설치한다. 자연은 그들에게 하나의 상품이고 그들은 종종 주차장으로 자신들이 구입한 물품들을 힘들게 끌고 가는 프레임을 벗어난(out-of-frame) 쇼핑몰의 쇼핑객처럼 보인다. 쇼핑처럼 그는 자연에 대한 약탈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중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의 사진들은 조화로운 공간을 보여준다. 풍경 속에 놓인 인물, 이미지의 틀, 제시되는 작품의 규모 등 여러 요소들은 자연 자체를 통제하기 보단 이미지에 대한 주의 깊은 통제로부터 비롯된 미적 질서(an aesthetic order)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는 박형렬의 일련의 우아한 작품들(elegant series)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이는 자연에 대한 존경이며 인간의 특별한 재능을 고취하는 것이다.

 

2011년 9월

옥스포드에서,

존 고토(영국 더비대학교 교수)

 

 

The captured nature_stone#3_120x150cm_Inkjet print_2011

 

 

전시기획 의도 및 전시내용

자연은 기후, 태양광선, 물, 토양, 식생, 동물, 곤충, 미생물들이 태고로부터 상호 밀접한 관련성을 유지하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과 모든 생물은 지구상의 생태계에 의존하여 그 지역의 자연에 적응하여 생존, 번식, 이동하여 왔으며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유전자는 그 생물이 번식하는 생태계(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성된 역사적 소산(所産)인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사회 안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사회의 욕망으로 인해 불안전하고 온전히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뜻에서 ‘The captured nature’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사람들이 자연을 마치 쇼핑몰의 하나의 상품처럼 대하는 인간의 자만심과 부조리함을 담아내며, 아무런 항변하지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포획되어지는 자연을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지배적인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사진들은 촬영을 위해 주제에 부합하는 의도적인 장면을 연출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방식을 선택하여, 이러한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인 시각과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풍자적인 표현방식을 선택하여 작품들을 구성한다. 이 전시를 통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이 희 복 (갤러리 온 큐레이터)

 

 

The captured nature_tree#4_144x180cm_Inkjet print_2011

 

 

The captured nature_water#1_80x100cm_Inkjet print_2010

 

 

 

 

 

vol.20111115-박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