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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준 展
시간-기억 1034_131x73cm
선 갤러리
2011. 10. 12 (수) ▶ 2011. 10. 22 (토)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84 | T. 02-734-0458
시간-기억 1110_162.2x97cm
서정에 깃든 기억의 서사 ‘시간이란 무엇인가?’ 1천 5백 년 전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자문하고는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고 한다. “만일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물어오는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나는 시간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누군들 속 시원히 답할 수 있을까? 고전 물리학에 서 시간은 만물에, 공간에 단속 없이 직선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졌다. 시간은 만물의 생멸을 관장하기에 만물은 시간의 틈을 비집고 어디론가 일탈을 시도할 수도 없는 수동적 존재로만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불가역적이고 직선적이라고 여겨졌던 뉴턴과 데카르트적 전망의 시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도전에 직면했다. 예컨대 모든 사물은 자기 자신의 특정한 시간을 가진다는 아인슈타인과 흐름의 지속이론을 펼친 베르그송, 그리고 뒤자르뎅과 제임스 조이스의 불균질한 시간에 의해 도전 받게 되었다. 심리학, 의학, 나아가 회화, 사진, 영화 등 예술 전 분야에서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런 다양한 이론에 의해 시간은 미결정형의 띠이거나 굴절되거나 비선형적이 되기에 이른다. 시간은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갔다.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렇듯 굳이 시간에 대한 해석을 장황하게 설파한 것은 이런 문맥이 지금 감상자가 목도하고 있는 김유준의 작품과의 어떤 관련성을 논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그의 시간이 기억을 수반하면서 그 이론들과 비균질적이란 면에서 동질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가 그려낸 이미지를 읽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작품의 명제로서 <시간-기억>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유준에게 시간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불규칙하고 피상적인, 프란츠 카프카의 부조리하고 공포스러운,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자의적인 것 중에서 누구의 시간에 호응할까? 아마 모두에 호응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김유준의 시간은 기억에 상관하는 의식의 기제일 뿐 아니라 초시간성이기 때문이다.
시간-기억 1132_90x65.1cm
김유준의 시간은 망각이 존재를 끌어안기 직전의 시간이다. 기억과 망각의 차이는 너무 미세하다. 그 사이에 착각이 개입하기도 한다. 이것들은 시간이 낳은 쌍생아여서 매우 가깝게 접변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는 과거를 점유하고 있는 기억과 망각의 시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화면 위에 재생한다. 작가가 언술하듯 그 기억에서 추출한 이미지들이 ‘과거 현재 미래의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초시간적이다. 논리적으로는 가당치도 않아 보일 수도 있다(작가 또한 작품의 창작에서 이성이나 합리적 논리의 전개를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가 기억의 시간이라면 그 속에 잠재하는 의지, 행동방식, 염원, 신화, 제의 등이 현재의 이 순간 속으로 수렴되고 곧이어 현재의 또 다른 이름인 미래에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으로 체득한 이러한 기억들은 망각되지 않는 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기억 속의 시간여행’은 작품창작의 원초적 근간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 <시간-기억>의 원형인 자연으로 돌아 가고자 한다. 또한 그의 <시간-기억>은 인간에 의해 훼손되고 인간화된 자연에게 본래의 상태를 되돌려 주고자 자신의 작품을 제물로 하는 씻김의 행위이기도 하다. 김유준의 작품에서 기억은 해, 달, 구름, 산, 기와집, 소나무, 솟대 등으로 펼쳐진다. 기억이 시간을 역류한다는 의미에서 어떤 서사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분명 그것은 외피적으로 서정이 깃든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풍경은 특별한 장소이거나 특정 시간의 풍경은 아니다. 지극히 관념적이고 주관적인 기억의 침전물이며, 연장된 시간을 반추하는 매개물들이다. 이런 풍경에서는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비실재의 구분은 모호해지고 혼재한다. 켜켜이 쌓인 기억의 편린들을 몽타주하듯, 마치 사물들이 침투하고 혹은 살이 서로 섞이는 것을 용인하면서 조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풍경의 이면에는 철 모르던 코흘리개 철부지가 들고 나던 솟대가 있는 마을 어귀와 뛰놀던 들판과 뒷산의 훗훗하고 잔잔한 서사가 깔려있는 것이다. 특히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의 지층은 쉽게 망각되지 않을 만큼 깊어 파내려 가도 그 끝을 헤아리기 힘들다.
시간-기억 1133_100x80.3cm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테오뒬 리보(Theodule Ribot)에 의하면 망각은 ‘최근 사건 다음에 더 오래된 사건, 복잡한 사건 이후에 간단한 사건, 의지적인 사건 이후에 비의지적인 사건, 통합성이 약한 사건 이후에 강한 사건’ 순으로 역행법칙을 따라 기억이 사라져 간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기억이 복구될 때 이 역행법칙은 다시 거꾸로 작동하기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거기에 고향의 추억은 더 말해 무엇 하랴. 따라서 그 풍경은 단지 풍경이 아니라 어릴 적 겪은 경험의 서사가 깔리게 되어 있다. 그렇더라도 거의 인간이 부재하는 서사는 어딘지 모순 덩어리로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물질적 공간이 아니라 정신적 공간을 구성하려는 작가의 의지이며, 작가가 자주 자연에 대한 경외, 생태와 인간의 욕망관계를 거론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 서사는 연대기적 순서가 무시되는 파편화의 서사이며 완결된 기억이 아니라 미결정의 기억으로 나타난다. 과거의 기억이 미결정으로 남는다는 것은 기억의 메커니즘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나 괄호 속에 잠겨있던 기억의 단편들은 작가가 열어 제친 후에야 존재를 부여 받고 그 의미를 개진할 수 있다. 현실은 현실일 뿐 기억으로, 추억의 회상으로 더 애틋해진다. 본시 <시간과 기억>의 여행이란 의미론적으로 그리움의 발로이자, ‘과거, 현재, 미래를 여행’하는 즉 삶의 영위에 대한 집착과 회의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연홍지탄(燕鴻之歎)은 없다. 이를테면 여름 철새인 제비와 겨울 철새인 기러기가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한탄은 없다. 왜냐하면 김유준이 기억하는 하늘에는 해와 달, 별이 동시에 세상을 밝히고, 계절은 뒤섞여 표현된다. 그것은 기억의 단편들이 응축된 기억의 풍속화이기에 가능하다. 그곳에는 동양화의 문기 어린 산수와 민중의 질박한 향토적 민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전통적인 방법론의 위계나 가치는 그의 화면에서 새롭게 경험된다는 의미다. 나아가 거칠거칠한 회 바탕에 호응이라도 하듯 고대 벽화의 별자리가 지소한 그 꼬리를 연결하며 하늘에 수놓아졌다. 시대와 장르조차 혼융의 세계에서 새롭게 빛을 발한다.
시간-기억 1139_116.8x91cm
색상에 있어서도 기억이란 측면을 고려하면 담박한 흑백사진을 떠올릴 만도 하지만 김유준은 우리 전통의 색상을 염두에 두어 보색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는 기억이 단지 작가 개인의 기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기억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집단적 기억이란 우리네 전통에 대한 작가의 조형어법이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특별하게 주목하게 되는 것은 화면에 안착된 기억의 대상들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화면 밖에서 솟구친다는 점이다. 산도, 집도, 소나무도, 솟대도 그 밑동을 볼 수는 없다.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굳건한지 알아볼 수 없다. 다만 모든 것들은 하늘에 닿아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크건 작건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의지를 담아 하늘에 통하고자 하는 듯이 하늘에 맞닿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김유준의 시간이, 기억이 단지 과거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어떤 염원을 체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과 반면에 이율배반적으로 그 염원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뿌리 내릴 수 없음이 은연중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회심이랄까 하는 것 말이다. 회심은 구체적이지 않다. 그래서 시선은 그리 미시적이지 않다. 요컨대 풀벌레도 길섶의 들꽃들도 보이지 않는다. 회심은 다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시간은 기억을 잉태한 과거를 낳았지만 기억은 역으로 시간의 자궁으로 되돌아가려 억지를 부린다. 하여 불멸하는 기억의 원천으로 고향에 대한 추억은 열병처럼 가슴에 각인되지만 가슴은 머리만큼 이성적이지 못하다. 시간과 사건의 연쇄는 망실되어 선후가 뒤섞이고 장소는 이곳과 저곳이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이렇듯 기억은 단속적이고 뒤죽박죽일 수도 있다. 때론 부조리 하다. 부조리 하지만 따뜻하다. 가슴은 불편한 진실도 때론 따뜻한 감성으로 갈무리하여 추상한다. 사실 기억이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이다. 시간은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관용을 베풀기는 했지만 기억이라는 굴레를 남기고 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우리는 종종 망각을 작동시켜 유년시절의 일부를 가감하고 일부는 분식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회상하는 것이다. 김유준의 그림은 너무 무겁다거나 우울하다는 인상이 없는 것도 여기에 연원한다. 그에게 기억은 시간의 또 다른 육체이다. 그의 마음 속에서 시간이란 기억을 통해서 체험되기 때문이다. 그의 기억 속의 시간여행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제논의 화살처럼 과거의 어느 공간에서 멈췄을 수도 있고 미래의 어느 지점을 향해 순행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김유준은 자신의 그림만큼이나 그 행로를 명확히 알고 있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하늘, 땅 가운데 달, 별, 구름이 되어 다시 만날 것이므로” 유근오 (미술 평론)
시간-기억 1151_72.7x60.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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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준 (金裕俊 Kim, Yu-Jun)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 1984 | 제1회 개인전, 관훈 미술관, 서울 | 1988 | 제2회 개인전, 수화랑, 서울 | 1990 | 제3회 개인전, 갤러리 2000, 서울 | 1991 | 제4회 개인전, 자하문 미술관, 서울 | 1992 | 제5회 개인전, 가인화랑, 서울 | 1993 | 제6회 개인전, 갤러리 이콘, 서울 | 1994 | 제7회 개인전, 도올 갤러리, 서울 | 1995 | 제8회 개인전, 예술의전당.(화랑미술제), 서울 | 1996 | 제9회 개인전, 갤러리 2000, 서울 | 1997 | 제10회 개인전, 미호화랑, 서울 | 1998 | 제11회 개인전, 송원 갤러리, 서울 | 1999 | 제12회 개인전, 청화랑, 서울 | 제13회 개인전, 예술의전당.(화랑미술제), 서울 | 2000 | 제14회 개인전, 아시안 라이브 갤러리, 서울 | 제15회 개인전, 박영덕 화랑, 서울 | 제16회 개인전, 예술의전당.(화랑미술제), 서울 | 2001 | 제17회 개인전, 유지 갤러리, 광주 | 제18회 개인전, 표화랑, 서울 | 2002 | 제19회 개인전, BEXCO 제2전시장, 부산 | 제20회 판화개인전, EVE 갤러리, 서울 | 2003 | 제21회 개인전, 다림, 서울 | 제22회 개인전, 청화랑, 서울 | 2006 | 제23회 개인전, GLOBAL 갤러리, 오키나와 | 2007 | 제24회 개인전, 선화랑, 서울 | 제25회 개인전, 예술의전당.(화랑미술제), 서울 | 2008 | 제26회 개인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갤러리 H, 서울 | 제27회 개인전, 예술의전당.(KCAF), 서울 | 제28회 개인전, 현대백화점 목동점 갤러리 H, 서울 | 제29회 개인전, 청화랑, 서울 | 2010 | 제30회 개인전, 불암골 갤러리, 서울 | 제31회 개인전, 사우스표 갤러리, 서울 | 2011 | 제32회 개인전, 희수 갤러리, 서울 | 제33회 개인전, 선화랑.선아트센타, 서울
심사 | 2003 강원일보사 제4회 신사임당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심사위원 | 2003 (사)한국미술협회 제 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문 심사위원 | 2005 (사)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전북미술대전 판화부문 심사위원 | 2006 (사)한국미술협회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 심사위원 | 송파한성백제미술대전심사위원 | 2011 겸재진경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심사위원 | 2011 단원미술제 평면부문 제2차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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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작품소장처 | 삼화빌딩, 서울 | LG전자구미LCD공장, 구미 | 경주교육문화회관, 경주 | (주)한솔, 서울 | 쌍용양회, 서울 | 삼성병원, 서울 | 우창프라자, 서울 | 민재빌딩, 인천 | 방송회관, 서울 | SK텔레콤, 분당 | 매일경제신문사, 서울 | 대동빌딩, 서울 | 현대병원, 광주 | 두산, 서울 | 경수제철, 당진 | 그랜드인테콘티넬호텔, 서울 | 삼부골든타워, 서울 | 주공아파트 비잔틴모자익글라스 벽화 (37000X3100cm) | 안양, 임곡 | 도봉구청, 서울 | 휘닉스파크, 면온 | 전자부품연구원, 성남 | SK허브, 서울 | 삼부오피스텔, 서울 | 세종병원, 부천 | 외무부 | 부관페리호 | 동해해군골프장, 동해
홍익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전북대학교, 강릉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목포대학교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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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1012-김유준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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