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송 展

 

움직이는 산

- 차마고도와 히말라야 -

 

움직이는 산-히말라야_65x53cm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2011

 

 

Gallery GASAN

 

2011. 9. 28 (수) ▶ 2011. 10. 7 (금)

초대일시 : 2011. 9. 28 (수) PM 5:0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274-1 | T. 031-712-1580

 

www.gallerygasan.com

 

 

움직이는 산-차마고도_162x65cm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2011

 

 

차마고도와 히말라야

영어로 travel 은 옛 프랑스어 travaillier 에서 따온 것인데, 힘들게 일하다, 혹은 고생하다란 뜻이었다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즐거운 여행이란 그 자체가 모순이거나, 되도록이면 모든 불편함을 미리 친절하게 제거해준 패키지여행을 의미한다할까. 그런데 누가 여행을 산으로 간다고 한다면, 이건 틀림없이 첫 번째 의미라고 장담한다. 산을 오르는 그는 순례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라면 산꼭대기에서 종교와 예술의 정점을 찾으려는 의도를 부인하긴 힘들게다.

이종송의 이번 개인전의 특별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까지 한국의 산을 그려온 그가 처음으로 나라밖의 산을 그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여행을 통해 괄목할만한 새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주게 되었다는 성과다.

 

 

움직이는 산-히말라야_117x46cm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2011

 

 

전통과 위기

이 성과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종송이 아티스트로서 진화해온 배경을 알아보자. 80년도 후반 학부에서 수묵화를 배우고 군대제대 후 대학원에 들어간 그는 본격적으로 '사실'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비구상적으로 수묵화를 그려 왔던 것과 달리, 물상을 그대로 보고 그리는 '사생'을 재발견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가 착목한 인물이 바로 겸재 정선이다. 정선이 마주하고 그린 산수풍경을 찾아다니며 모방을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스케치해보기도 하면서 형태와 구성에 대한 연구를 한다. 이 때 이종송은 산을 오르며, 그 산이 흘려보내는 물줄기를 따라가며, 산수에 대한 직접적 체험의 중요성을 습득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와 교감을 통해 전통의 끈을 잡고 싶었는지 모른다. 인왕산을 바라보며 붓을 들었던 이종송은 260년전 정선으로 하여금 <인왕제색도>를 그릴 수 있게 한 영감을 얻기를 원했을 것이며, 이렇게 그의 의식 속에 들어온 정선은 실로 살아 숨 쉬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종송에겐 곧 위기가 닥친다. 그가 느낀 위기감은 단지 그에게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조선왕조 몰락 후 지난 백년간, 먹물로 산수화라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넣는 행위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각 세대는 고민해왔다. 이종송은 정선을 흠모하지만 정선 같은 그림은 더 이상 그릴 수 없다고 결정한다. 그리고 그런 그림이 내포하는 선비로서의 자기수행과 관조의 의미를 거부한다.

 

 

움직이는 산-차마고도_73x61cm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2011

 

 

또 다른 전통 : 부석사 벽화

그가 종이를 버리고, 부석사 조사당 벽화에서 영감을 얻어 캔버스위에 흙을 칠하는 아티스트가 된 것은 래디컬한 사건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재료만 바꿔치는 수단적인 차원을 넘어, 산을 새롭게 보기위한 아티스트로서의 근본적인 변신을 의미했다. 이 벽화에서 그가 본 것은 찬란한 색깔과 생동하는 육체였다. 수묵화를 그리며 무언가에 억눌려 있었던 그가 마침내 해방감을 얻는 순간이자, 전통을 중요시하는 그가 우리나라의 또 다른 전통과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 때 받은 느낌은 첫 사랑과 같았다고 했다. 그 후 이종송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불화가 보여준 가능성을 현대적으로 산수화에 적용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아티스트에게 필요한건 다 중요한 거라고 누가 그랬던가.

 

 

움직이는 산-히말라야_90x65cm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2011

 

 

즐거움이 우선이다

이번 전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색깔의 폭발이라고 하겠다.  그의 색깔은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하고, 원초적이며, 찬란하다. 이것은 20년전 부석사 벽화를 처음 보고 느낀 그의 첫 사랑의 귀환이며, 그래서 자연스런 결론이 아니겠냐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초심을 찾아오는 길이 평탄하진 않았고, 또 오래 걸렸다. 그 동안의 작품을 종합해보면, 석회와 황토를 적절하게 혼합한 후 캔버스에 칠하는 이종송의 벽화기법은 지금과 동일했지만, 고대벽화의 이미지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 같았다. 한 예로 삼국시대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신화적 상징물을 캔버스에 도입하였는데, 다소 과장되어 보였다. 그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그 고분벽화를 그린 고대인들은 그 상징물들의 주술적 힘을 믿었는데 반해, 그 세계를 잃어버린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에게 그것들은 이미지로서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반해 이번 작품들은 복고적 역사성에서 이탈하여, 자유로운 감각의 운행에 몸을 실어 얻어내었다. 어린아이가 뛰어노는 것 같으면서도  완숙미가 느껴지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히말라야의 두 걸작은 그간 그에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의 장을 연다. 산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홍진휘 (예술비평가)

 

 

움직이는 산-히말라야_162x65cm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2011

 

 

 
 

■ 이종송 (Lee, Jong-Song)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 및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지금 까지 서울, 뉴욕, 캐나다, 일본, 프랑스등에서 27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250여회의 단체전에 출품하였다. 박수근 미술과, 일본 나고야 한국영사관, 뉴욕 중앙일보사, 한국은행, 캐나다 한국 영사관,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및 국제학사, 건국대학교 병원, 국정원, 문화관광부, 알펜시아리조트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작업실은 충북 괴산의 산골마을에 있다. 건국대학교 회화과에 재직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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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0928-이종송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