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녀 展

 

'물소리 보며 꽃웃음 듣네'

 

물소리 보며 꽃웃음 듣네_725x204cm

 

 

인사아트센터

 

2011. 9. 28 (수) ▶ 2011. 10. 4 (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 T. 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강천사 물소리_200x100cm

 

 

한국화가 홍성녀, 폭포에 미치다.

‘물소리 보며 꽃웃음 듣네’전, 28일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이목 홍성녀(53)가 또 폭포를 토했다. 이번엔 천지연이나 구룡폭포가 아니라 빅토리아, 이구아수 급이다. 홍성녀 개인전 ‘물소리 보며 꽃웃음 듣네’(9월28~10월4일, 인사아트센터)에선 물방울 부딪는 소리, 폭포 소리가 난다. 이번이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최근 2년간 작업했던 30여점이 걸린다. 폭포 연작, 소나기 연작, 지리산 연작 등 그간 익숙한 주제도 있고 몇몇 점은 전혀 새롭다. 전반적으로 스케일이 훨씬 커졌다. 가장 큰 작품은 폭포 대작(大作․725×204cm․위 그림)이다. 150호짜리 화선지 다섯 장을 이어 붙인 화폭 전체에서 폭포가 낙하하고 물안개가 승화한다. 가로로 긴 그림이어서 가운데 서면 나이아가라와 같은 압도적 넓이에 갇힌다. ‘물이 흐르고 날아 내려 꽂히길 삼천척이라’(‘飛流直下 三千尺’)가 여기 있다. 귀가 멍해진다. 어떤 부분에선 물이 거꾸로 치솟아 오른다. 흡사 백마 갈기마냥 휘날리는가 하면 연옥의 불꽃처럼 혀를 날름거린다. 화가에게 폭포는 천사며 악마, 사랑과 미움, 평화와 혼돈이다.

홍성녀는 지난 1년간 이 그림에만 매달렸다. 큰 그림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근엔 화실을 보다 넓은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기법은 단순정직하며 정면승부다. 먹 이외의 칼라가 없고 물 이외 형상이 없다. 지난 두 차례의 전시회 때 보였던 폭포에 갇힌 작은 새는 사라지고 없다. 대신 물이 우주의 모든 것이란 듯 그냥 물 밖에 없다. 일체의 문학적 장식물을 배제한 상태에서 화가는 붓으로 폭포만 그려 폭포의 모든 것을 잡으려는 듯하다. 그림을 한눈에 보려면 뒤로 한참 물러서야 하고 자세히 보려면 열 걸음 이상 걸으며 옆으로 살펴야 한다. 문인화의 안방 스케일도 여기서 탈출된다.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폭포 소리만 놓고 보면, 그녀는 실내악에서 오케스트라처럼 커졌다.

 

 

소망

 

 

전시회장에 좌충우돌 폭포 음만 있는 건 아니다. ‘꽃 웃음 듣네’ 란 전시 제목처럼 윤택한 채색화도 있다. ‘청산에 살어리랏다’와  ‘비가 오려나’는 크기가 같고(각 39×57cm) 모두 문인 산수지만 하나는 맑고 하나는 흐리며, 하나는 청색, 다른 하나는 회색이어서 대(對)를 이룬다. 세상엔 맑은 날도, 비오는 날도 있거니 하고 말하려는 듯하다. 봄 홍매화와 여름 청포도‧가을 황국‧감‧연꽃 등을 그린 여섯점짜리 내리닫이(각 23×137cm)는 현대판 매란국죽 세트다. 또 ‘소망’, ‘여유’, ‘청초’, ‘축제’(이상 각 119×47cm) 넉 점은 흰색‧녹색‧청색‧빨강색으로 색을 바꿔 표현한 매화 시리즈다. 이중 ‘소망’을 제외하고는 모두 디자인적으로 변용돼 이 세상엔 없는 매화이다. 백화점 포장지처럼 화려한 상업적 취향 또는 아파트 거실용이어서 짐작컨대,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한 번 보여준 듯하다.

홍성녀는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했고 한국화는 1990년에 시작했다. 전북 한국화단의 원로인 목원 임섭수(76·경희대 겸임교수)가 사부며 목정 방의걸(77‧전 전남대 미술학과 교수)이 사조다. 두 사람의 나무 ‘목’(木)자를 받아 호를 ‘이목’(以木)으로 정했으니 전북 한국화의 의발을 받은 격이다. 강아지, 칠면조, 파초, 병아리 따위의 유쾌한 채색도 즐기지만 본령은 어디까지나 큰 산이나 폭포를 붙잡고 씨름하는 쪽이다. 담채 속에 골격이 드러나며 스케일 크고 붓질도 단단하다는 평이다. 이번 전시회엔 ‘눈덮힌 천왕봉’, ‘구례의 봄’, ‘덕유의 겨울’ 등 호남 산하도 출품되지만 붓질 위주의 경치라 흔히 보는 실경과는 약간 다르다.

 

 

축제

 

 

작가의 말

 

일 년 전… 나보다 수십 배는 될 것 같은 화판을 겁도 없이 내 화실에 들여 놓았다.

두어 달은 애꿎은 화선지만 없앴다.  화지를 물에 흠뻑 적셔 그 위에 자유로운 붓놀림을 시작했다.

내가 물이 되어 떨어진다. 떨어져 부서지고, 깨지더니 이내 튕겨 오르다 다시 떨어지면서 나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계속해서 떨어진다. 멈출 수가 없다.

가늠할 수 없는 무서운 속도로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양으로··· 그 속에 빠져들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소리가 들린다. 우르르 릉~

거대한 소리가,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온 세상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진다.

일 년 동안 난 그랬다. 슬플 때는 끝없이 떨어지는 기분으로, 즐거울 때는 다시 튀어 오르는 기분으로. 울다가 웃다가, 난 그저 물이었다. 얼마 전 어느 지인이 오셨다. 그림을 보더니 한 마디 했다.

“제대로 미쳤네요.”

 

 

소리  |  소리-우당탕

 

 

소리-울림

 

 

 
 

■ 홍성녀

 

1959 서울생 | 정신여고, 동덕여대 미술과, 군산대학 예술대학원 석사논문 “수묵화의 선에 관한 연구" 졸업

 

경력  | 개인전 6회 | 단체교류전 150여회 | 군산대학교, 전남대학교 강사 역임 | 전북문화재단 이사 역임 | 무등미술대전 운영위원, 온고을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 역임 | 경남도전 심사위원 역임 | 전북도립미술관 강사

 

현재  | 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전업미술가협회전북지부 부회장 | 아카데미미술협회 이사 | 한국미협 문인화분과위원 | 전북지부 여성분과 이사 | 전북아트페어운영위원 | 한국화동질성회 | 동이회, 연지회, 창조회 회원 | 이목화실

 

 
 

vol.20110928-홍성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