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정 展

 

 

눈오는 밤

 

 

갤러리 룩스

 

2011. 9. 28(수) ▶ 2011. 10. 4(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작업노트

몇 해 전 나는 시간의 흐름 안에서 벗어나 정지 상태인체로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던 때가 있었다. 이때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사람들 속에서 섞이며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어릴 적 막연하게 꿈꾸며 희망했던 것들의 좌절과 실패한 사랑들에 대한 생각은 더 이상 나를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두려움의 상태로 만들어갔다. 그렇다고 절망 속으로 깊이 빠져 버릴 용기도 없는 상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의 불행에 대해서 곱씹으며 생각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과거의 안전함 속으로 머물러 버렸던 것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완전한 멈춤의 상태... 그러한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고 그럴수록 시간의 흐름에서 더 멀리 벗어나고 있는 듯했다.

그러던 중 내가 멈춰있다 해도 시간이 나를 끌고 가며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만 해도 모든 것은 나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생각이 바뀌자 더 움츠러들었고 나의 존재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생각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고 점점 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변의 영향을 받으니 하루하루 시간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피로했다. 모든 것들이 상처로 다가왔고 암울했다.

이제 그 암울함은 없다.

그저 아주 긴 꿈을 꾼 듯한 느낌만 있을 뿐이다.

요즘 예전에 대학시절 교수님께서 "지나고 나면 모두가 꿈인 것을..."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자주 기억에 스친다. 긴 꿈을 꾸고 난 다음에야 난 그 말을 새겨 넣게 되었다.

이제 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허무맹랑한 꿈은 앞으로 절대 꿀 수 없을 것만 같다.

이제 난 완벽한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돌-2

 

 

작업의도

본 작업은 시간을 힘겹게 견디며 보내는 동안 갖고 있었던 감정들과 느낌들을 나름대로 재구성하여 표현해 보고자 했다. 2009년 막막한 시간을 보내며 촬영한 6*6포맷은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을 촬영한 것이며, 2011년 부터는 막막함에서 벗어나 그때의 감정을 구성하여 찍기 시작하였다. 더욱더 집중력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대형포맷으로 바꾸어 촬영하였고, 정방형에서 직사각형 포맷으로 변화를 줌으로 해서 나의 생각이 갑갑함에서 빠져나와 조금은 확장되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시간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불필요한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 개인에 관한 감정과 느낌에 관한 이야기 일지라도 혹시라도 지금 암울해하고 있는 혹은 암울했었던 누군가에게 작은 다독임이 되었으면 한다.

 

 

장미가 지던 날-1

 

 

 

 

■ 안 효 정

 

2007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졸업 | 2009  홍익대학교 일반 대학원 사진학과 수료

 

단체전  | 2007  post photo, 토포하우스, 서울 | post photo, 홍대 현대미술관, 서울 | 2008  post photo, 토포하우스, 서울

 

 

 

vol.20110928-안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