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연 展

 

<내별을 끌어다 너에게 보여줄게>

 

 

조지연_배롱나무가지에는_110x130cm_캔버스에 단청_2010

 

 

갤러리 담

 

2011. 9. 15(목) ▶ 2011. 9. 30(금)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7-1 | 02-738-2745

 

www.gallerydam.com

 

 

조지연_구름산책_130x97cm_캔버스에 단청_2011

 

 

갤러리담에서는 9월에 조지연의 <‘내별을 끌어다 너에게 보여줄게>라는 전시를 마련하였다. 캔버스에 단청안료를 아교에 섞어서 채색하고 있은 작업을 하고 있는 조지연은 환경과 자연을 바라다 보고 즐기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어눌한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대교약졸이라는 노자의 말씀을 꺼내지 않더라도 겨우 불혹을 넘긴 작가에게서 이러한 작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커다란 나무의 위아래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보노라면 옛 고려청자의 문양에서 나타나는 동자문청자매병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피안의 세계에서 놀고 있는 모습에서 편안함을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이 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배롱나무가지에는>,<.별의조각들>,<.우하하킥킥숲>등을 비롯하여 15여점이 발표될 예정이다.

 

먼지의 여정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화면에 꽃이 피고 별과 달이 뜨고 바람이 분다. 새싹 같은 아이들이 흩어진다. 동심으로 가득 채워진 이 그림은 어른의 그림 같지 않다. 순박한 마음과 작은 손을 꼬물락거리며 그린 아이의 그림 같다. 어린아이의 그림을 모방한 것인지 혹은 자라지 않은 아이의 그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중섭이나 장욱진, 김종학의 그림에서도 그런 내음을 더러 맡지만 이 경우는 미취학 아동들의 그림에서 보는 전형성을 원형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 틀 위에 이 작가만의 감성이 빛난다. 비교적 오랫동안 작가의 그림을 보아왔는데 한결같은 그림이다. 동심의 마음과 시선이 늘상 유지되고 있다. 의아할 정도다. 그것은 그림의 방법론이 아니라 작가가 보는 세상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광도 그런 말을 했지만 동심을 영원히 간직하는 이들이 좋은 예술가일 것이다. 길들여지지 않고 상투화되거나 이해관계로 번득이는 눈과 마음을 가능한 지우고 세상을 처음 보던 그 이전의 눈으로, 마음으로 그린다는 것은 무척 절실한 일이다. 늘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처럼 그런 얼굴을 가질 수 만 있다면 말이다.

 

자연풍경이다. 꽃과 나무가 있고 별과 달이 있다. 무엇보다 파란 하늘이 가득하다. 파란 물이 뚝 뚝 떨어질 듯하다. 심심하고 막막하고 포근한 하늘풍경이 거울 같다. 그 위로 별이 뜨고 구름이 지난다. 꽃으로 뒤덮힌 둥근 땅과 별들이 떠있다. 그 별과 둥근 땅/꽃을 작은 아이가 솜사탕 마냥 혹은 풍선인양 잡고 있다. 작가에 의하면 근원적인 자연의 모습이자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소재들이다. 작가에 의해 상상되어진 이 풍경은 다분히 관념적이다. 마음 속에 지닌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와 안스러운 사랑과 그것들과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이 극진하게 드리워져있기에 그렇다. 작가는 매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한다고 말하며 생명과 자연과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감동한다.

‘땅의 봄’이란 작품은 봄날 대지 위로 꼬물거리며 힘차게 올라오는 새싹을 그린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나무는 행복했다(2010)’, ‘하늘 강(2010)’, ‘돌고 돌고 돌고(2010)’, ‘배롱나무 가지에는(2010)’ 등의 작품이 있다. 한 켠으로는 우주자연과 자연현상을 그린 그림이 놓여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구름이 둥실 떠다니고 별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그림이다. ‘내별을 끌어다 너에게 보여줄게’ 같은 그림들이다.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이런 상상력이 더없이 매혹적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깨끗한 물과 건강한 흙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은 나무와 숲과 강과 하늘과 길거리의 지친 고양이와 도시의 뚱뚱한 비둘기에게 예의를 지켜야한다. 인간을 제외한 그 모든 삶들에게 친절해야 한다. 우주의 구석구석을 진동시키는 그들의 따뜻한 메시지를 나의 그림들이 닮았으면 한다.”(작가노트)

 

유난히 푸른색이 가득하다. 맑고 투명하고 서늘한 이 블루는 깨끗하다. 촉촉한 물기와 응고된 기포들이 얼룩진 듯한 투명하면서도 단단한 화면은 단청에 아교를 섞어 칠해 얻은 결과다. 유화를 주로 그리던 작가는 어느 날 마음의 허기를 느꼈다고 한다. 그 공허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우리 전통미술에 주목했고 그래서 민화, 탱화, 단청을 만났다. 이후 그 전통기법을 체득하고 연마해서 단청장까지 되었다. 그렇게 체득한 단청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단청은 흔히 알 듯 전통적인 목조 건축물에만 도채된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고분과 동굴의 벽화, 공예품, 조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었다. 솔거가 황룡사벽에 그린 그림도 단청을 사용한 그림이라고 한다. 목조건축물의 단순한 문양도채를 벗어나 벽화의 개념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단청이란 이 매혹적인 재료는 세월이 지날수록 그 색감이 더욱더 고고해지고 깊어진다. 작가는 그 단청에 아교를 섞어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단청 채색기법에 의해 초빛, 이빛, 삼빛....서너 단계로 구분된 명도가 수놓아져 있다. 그렇다고 지난 전통기법을 기계적으로 되살려놓거나 불교미술의 의례에 의해 구사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조심스레 다가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 재료를 활용해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꿈처럼 그려본다. 유채나 아크릴, 수채로 그린 그림과는 다른 미감이 홍건하다. 불투명하고 질감이 얹혀진 화면이지만 맑고 깊다. 나로서는 최근작인 파도 위로 무심히 떠가는 구름을 그린 그림이 좋다. 막막한 하늘에 둥실 떠서 흐르는 단청구름이다. 단색조로 마감되었고 몇 번의 붓질로 소박하게 도포되었다. 기포가 응고된 자취와 얇은 피막 같은 표면과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표상된 도상들이 그림일기처럼, 명상적인 시구처럼 자리했다.

잠시 고정되거나 정형화된 실체로서의 몸, 허상이자 찰나적으로 잠시 드러나 이 구름의 환각적 이미지를 느릿하게 펼쳐놓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본다. 덧없음과 소멸을 향해 여유 있는 여정을 보여주는 구름의 생애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 속 인물에서 문득 운주사의 못난이 돌부처들을 떠올린다고 한다. 어눌하고 해학적이며 더없이 푸근하고 자유로운 이미지말이다. 그 ‘모든 산들이 푸르게 되고, 모든 길 위에는 호랑이가 돌아다닐 수도 있고, 사람이 걸어 다닐 수도 있고, 어린애나 노인이나 농부나 제왕이나 누구나 걸어 다닐 수 있는, 생명체가 가는 모든 길에 성스럽게 비단이 깔리게 되는’ 바로 그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듯한 운주사의 못난이 돌부처를 추억한다. 순간 작가 역시 그 운주사돌부처와 같은 꿈을 꾼다. 소망을 가져본다. 언젠가 먼지가 되어 떠돌 자신의 육신이 본 환영이기도 하다.

“순간, 먼지가 되어 떠돌게 될 나의 육신이 서있는 바로 이 자리의 주변을 둘러본다. 문득 내 앞의 세상에 좀 더 친절해야 할 것 같다는 평화로운 다짐도 해본다.”(작가노트)

 

 

 

 

■ 조지연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불교예술문화학과 졸업

 

개인전  | 2008  ‘self-최초의 꿈’, 갤러리영 | 2006  신진작가초대전 ‘magia-마술’, 갤러리라메르 | 2005  인사아트센터 | 2004  신진작가공모전 ‘라라’, 갤러리라메르 | 2000  'AMULETO', Le Trottoir Ritrovo d'arte, 밀라노

 

단체전  | 2011  피오마이Phyomai-브릿지갤러리 개관기념전 | 2008  이방인의 빈방-이쪽과 저쪽사이, 발하우스, 뒤셀도르프 | 2008  화랑미술제-부산특별전, 부산 | 2006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대구 | 2005  ‘흔들림’ 토포하우스 기획전시 | 2004  ‘di Art' collezione di seminario vescovile di Trapani, 시칠리아 | 2003  Intersezioni oriente-occidente 2, 밀라노 | 2002  Ceramica per Maiera', 칼라브리아 | 2001  Intersezioni oriente-occidente 1, 밀라노 | 1999  Comune di casaleggio Novara, 까사레죠노바라 | 1999  Carimat 1999, 카리마테 | 1999  ‘ANGELO TENCHIO', 꼬모 | 1998  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 Salon I, 밀라노 | 1997  5th International Exhibition Milano-Tokyo, 밀라노, 도쿄

 

수상  | 1999  Premio di studio ‘ANGELO TENCHIO' 공모전 수상

 

 

 

vol.20110915-조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