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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ameron 展
Disclosure of Subconscious Desires
김용석_The eye_130.3x97cm_Oil on canvas_2011
Space CAN Beijing
2011. 9. 9(금) ▶ 2011. 10. 2(일) Opening : 2011. 9. 9(금) PM 5:00 북경 조양구 주선교로 2호 798예술구 706 북1로 B-06-2호
박종필_cake 1_100x100cm_oil on canvas_2009
『데카메론Decameron』: 욕망에 관한 10인 시선 김 성 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이탈리아 문예 부흥기의 시인 겸 작가인 지오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1375)가 1467년 파리에서 펴낸 『데카메론Decameron』은 표제가 "데카 헤메라이deka hemerai" 이며 숫자 10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deka’와 날(日)을 뜻하는 ‘hemera’의 합성어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 10만 명 이상이 흑사병에 희생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흑사병이 퍼진 피렌체를 탈출하여 2주 동안 피에솔레Fiesole의 시골 마을의 별장으로 온 7명의 젊은 여성들과 품행이 단정한 3명의 남성들로 이루어진 10인의 남녀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각기 매일 한 가지씩의 이야기를 하면서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본다. 그들은 풍요로운 시골 마을에 2주간 머물게 되는데 차례로 동료들을 이끌어갈 왕 또는 여왕이 되어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고 산책.야외토론.춤.노래 등을 주관케 하며 열흘 동안 돌아가면서 이야기 자랑을 하게 했다. 모두 14일간이지만 일주일 중 가사를 위해서, 종교적인 이유로 각 2일은 남겨 두었고, 그래서 모두 10명이 10일 동안 나누었던 100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데카메론』의 형식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서장, 참회의 천재, 수도원의 규정, 남장男裝의 아내, 젊은 아내의 판결, 영리한 마부, 편리한 중개인, 사랑의 계책, 죽음의 승리, 보지 못한 사랑, 외다리 학, 수도사의 응변, 마법의 배나무, 거래, 학자의 복수, 남편의 임신, 고집의 보상, 두 개의 승리, 저자의 맺음말로 구성되어 있다. 열 명이 각자 자기가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될 때 왕 또는 여왕의 호칭을 부여받은 사람에 의해 각각의 주제들이 선정된다. 또한 각 날들에는 소개와 맺음 글이 있는데, 여기서는 이야기 이외의 일상 활동을 묘사함으로써 각 장을 계속 연결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막간에는 기서는 이민요의 필사筆寫도 꽤 많이 들어 있다. 보카치오가 전에 얘기한 요소들을 변형하거나 뒤바꾼 대로, 하루 또는 여러 날의 이야기들은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는『데카메론』이 단지 여러 이야기들을 하나로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완성된 하나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배주_Recycling_91x91cm_oil on canvas_2010
책의 차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운명의 힘, 인간의 의지력, 비극적으로 끝맺는 사랑, 행복한 결말이 있는 사랑, 목숨을 건 영리한 대답, 남자를 속이는 여자의 속임수, 사람들의 속임수, 미덕 등이다. 이야기의 기본적인 플롯은 성직자의 성적 욕망과 탐욕을 비웃는 것, 이탈리아 사회에서 새롭게 부를 축적한 상인 계급과 귀족 간의 갈등, 여행하는 상인의 위험과 모험, 속는 자와 속이는 자, 순례자와 성자, 탐욕가와 방탕아, 동경의 대상인 여성들과 사랑에 굶주린 기사, 도적과 영웅, 어리석은 자와 왕, 교황과 수도사 등이 포함된다. 그 광범위한 영역과 삶의 희비극적 단면들로 인하여 이 작품은 당연히 그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세를 완결 짓자 마감하는 작품이 단테의『신곡(神曲)』이라면 르네상스를 여는 작품은 보카치오의 인곡(人曲), 즉 『데카메론』이라는 주장은 아직도 많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테의 신곡이 높은 이상을 통한 중세에 대한 경고라고 한다면, 보카치오 데카메론은 풍속 의 교정이 아닌 현실에 대한 수용을 바탕으로 은유와 풍자의 시선을 담고 있다. 수록된 이야기들 중에서 양적으로 가장 많은 것은 섹스의 해방과 기쁨, 성직자의 모순과 부패에 대한 조소, 낡은 지배계급에 대한 서민의 평등한 감정이다. 사랑의 모험이나 테크닉, 소위 색정 이야기는 이 책의 명성을 높게 만든 특색이기도 하다. 또한 신의 권위로 서민에겐 금욕과 인내를 강요하면서도 성직의 특권으로 현세적인 인간의 욕망에 도취되어 있던 교회나 신부의 타락과 기만성이 비웃음거리로 통렬히 폭로되어 있다.
안두진_The last scne_112x76.5cm_acrylic on paper_2009
이러한 데카메론에서 등장하는 욕망에 대한 문제는 라캉의 욕망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인 욕망은 무의식적이고 성적이다. 욕망은 본질적으로 '타자의 욕망'의 욕망이다. 즉 타자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이다. 그것은 사회적인 욕망, 관계 속에서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숱한 대중매체들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욕망은 만들어지고 조종된다. 그러나 욕망은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성취하는 순간 새로운 욕망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현대 대량소비의 후기 자본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서 소비는 욕망과 일치한다. 소비는 타자의 소비욕망을 모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처럼 욕망이론은 현대 소비사회의 취약함이나 허구를 그대로 짚어내고 있다. 욕망이란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 과연 그것이 의미 있는 것인지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것이 그 특색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여러 가지 목적이나 가치 가운데에서 욕망은 지극히 단순하고 피상적인 목적이고 가치인 것이다. 이것이 욕망의 문명이 지니는 특색이다. 지배 계급의 계급 지배 역사를 통하여 왜곡되어 온 거짓된 욕망, 병적인 욕망이 지배 계급의 지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자연을 착취해 오는 쪽으로 발달한 과학, 기술, 정치, 경제, 제도, 문화, 예술과 함께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 전염병처럼 창궐하게 됨으로써 인류의 삶 전체를 위기 속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에 비추어 볼 때 『데카메론』의 주제.형식.취향 등은 기본적으로 중세적인 것이지만 현대사회를 대변하는 주제와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임수식_책가도044-1_86x59cm_Hand Stitch with Pigment Ink on Hanji_2010
그러나 보카치오는 인간의 욕망만을 내세우지 않았으며 운명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가능하다면 운명을 개척하기까지 하는 인간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보카치오는 인간의 능력과, 인간이 빠져나갈 수 없는 한계를 모두 강조했다. 억눌린 섹스의 해방, 성직자의 모순과 부패에 대한 조소, 지배계급에 대한 서민의 평등한 감정이라고 축약할 수 있는 데카메론의 소재가 현대사회에 난무하는 사회적 문제, 즉 교회의 부패, 정치가와 기업가들의 탐욕, 과학기술의 지배욕 팽창으로 인한 자연파괴 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시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 속에서 이미 13세기에 보카치오는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끊임없는 인간 욕망의 가지치기를 드러내 보이고 현실에서의 인간한계를 극명하게 돌아보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이 이기심을 스스로 극복하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피폐해진 사회를 은유와 풍자로 풀어내면서 파생되는 신의 권위에 대한 훼손에 우려를 신에 대한 감사 표현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또, 앞으로도 인간 욕망이라는 주제는 늘상 하나의 큰 테제로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이 소설이 출판 이후 시대적으로 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회화 작품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게 새로운 일은 아니며, 이번 전시도 이러한 맥락에서 범주를 설정한 것으로, 한국 현대미술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인간 욕망의 모습이 동시대 중국 북경시민에게 어떠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가질만한 전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임창욱_Deco series No.16 (Sharkfighter)_130x100cm_car paints & latex on aluminum panel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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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작가: 김용석, 박은하, 박종필, 배주, 송준호, 안두진, 양진우, 임선희, 임수식, 임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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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0909-Decameron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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