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ny Holzer

 

 

Green Purple Cross_129.5x360.6x255cm_5 electronic signs

with blue, green, and red diodes_2008(detail)

 

 

국제갤러리 신관 1,2F

 

2011. 9. 8(목) ▶ 2011. 10. 16(일)

Opening : 2011. 9. 8(목) PM5:00~7:00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59-1 | 02-735-8449

 

www.kukjegallery.com

 

 

Blue Purple Tilt_387.1x369.8x158.8cm_7 electronic signs with blue and red diodes_2008

 

 

국제갤러리는 2011년 9월 8일부터 10월 16일까지 미국의 개념미술 작가, 제니 홀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제니 홀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언어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사회, 정치적인 이슈를 부각시키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LED, 풋스툴(돌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보여지는 그의 작업은 오늘날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어에 무감각해진 현대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일관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국제갤러리에서의 첫 한국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LED와 대리석 조각, 그리고 프린트로 구성된 총 23점의 작업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중 대형 사이즈의 LED 조각은 제니 홀저가 특별히 이번 국제갤러리 개인전을 위해 준비한 작품들로써, 작가의 가장 최근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의미 깊은 기회를 제공한다. 최첨단의 상업적 매체들이 주가 되면서도 관객들에게 감성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세련되고 정제된 작가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이 세 작업들은 전시장 1,2층 속에서 한데 어우러지면서 시간과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오늘날의 현대사회를 스팩타클한 형태로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

 

작품 세계

지난 30여 년간 제니 홀저는 다양한 공공의 매체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전달해왔다. 포스터, 브론즈 명판, 대리석 벤치에서부터 LED, 라이트 프로젝션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형태로 재현된 그의 작업들은 대중매체가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의문을 품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언어를 가장 주요한 의사전달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 언어는 작품의 형식적인 요소로서 작용함과 동시에 언어가 가진 자체적인 의미 또한 작품의 큰 요소가 되고 있다. 작가가 처음 이러한 의도를 가시화 한 것은 뉴욕시내의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면서부터였다. 스펙타컬러 광고판을 통해서 재현되는 홀저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광고, 뉴스와 예술작품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였다. 최근 그는 LED 전광판을 조각작품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건축적 공간에 대한 개념을 흐트러뜨리면서 장소와 관람자의 관계,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1986년부터 그의 언어작업은 광고판에서 벤치형태의 돌 조각으로 이어졌다. 의자의 기능을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도 제니 홀저 작업의 핵심인 언어작업 - 문구가 돌에 새겨져 있다. 비물질적인 전광판의 빛과는 정 반대로 강한 물질감이 부여된 벤치와 발받침 조각은 그 형태로 하여금 기념비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일상의 삶 속에 하나의 오브제로 들어온 작가의 작업은 과거의 폭력적이고 비참한 사태를 다시금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1996년에 이르면 작가는 라이트 프로젝션 작업을 통해서 자신의 작업을 건축과 풍경으로 전환시키기에 이른다. 이후 이 작업은 공간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통해서 점차 발전, 지속되어 왔다. 건물 전면에 언어를 투사하는 본 작업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건물을 낯설고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시키면서 관객의 인식을 전환시켰다. 건물에 투사되는 언어, 특정 장소에 대한 이해 등, 우리가 추측 가능한 모든 것들은 라이트 프로젝션 작업이 종료됨과 동시에 사라져버리는 것이 이 작업의 특징이다.

 

 

You are my own_139.7x111.1cm_Pigment print_2006

 

 

피그먼트 프린트 Pigment Prints

제니 홀저는 지난 1996년부터 지속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라이트 프로젝션 작업을 선보여 왔다. 프로젝터에서 발산된 빛이 움직이는 필름을 관통하면서 텍스트를 건물의 파사드와 주변에 크게 투영시키는 이러한 작업은 사용되는 매체의 특성 상 주로 밤에 보여졌다. 프로젝션에 사용된 텍스트들을 대부분 작가가 만들어낸 13개의 텍스트 시리즈(1977-2001)에서 가져오기도 하지만 다른 문인들의 시나 작품에서 차용되기도 한다. 작가는 2004년 뉴욕에서의 프로젝션 작업을 기점으로 폴란드 출신 시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작품을 텍스트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공원과 펜 스테이션 맞은편에 위치한 펜실베니아호텔 건물에는 쉼보르스카의 시 <우리 시대의 아이들Children of Our Age>이 투사되어 보여졌다. 뉴욕에서 이루어진 다른 프로젝션 작업에는 제임스 스카일러, 알랜 긴스버그, 메이 스웬슨과 같은 문인들의 작품 중 뉴욕이라는 도시가 지닌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시가 사용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작가는 프로젝션의 움직이는 텍스트들을 마주칠 수도 있는 다양한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가상의 목소리와 견해, 그리고 분위기를 조성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될 프린트는 총 13점으로 뉴욕, 베니스, 런던 소재의 공공 장소에서 진행된 프로젝션 작업의 이미지들이다. 특히 Talking Politics는 위에서 소개된 <우리 시대의 아이들>이 런던 시청 건물 위를 흐르는 모습을, 또 다른 작품 Stranger to itself는 펜실베니아 호텔 건물 위로 쉼보르스카의 다른 작품 <고문Tortures>의 텍스트가 프로젝션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더불어 I’ve라는 작품은 이스라엘의 가장 유명한 시인 중 한 명인 예후다 아미차이의 <아름다운 시온의 노래 Songs of Zion the Beautiful>에서 나온 문장 “평생에 걸쳐 쌓아온 모든 지식을 이제 나는 포기한다. All The Knowledge I’ve Absorbed In My Life I Now Give Up”을 16세기부터 지속된 역사와 지식의 장소인 런던 서머셋하우스에 프로젝션하여, 차용된 텍스트들이 어떻게 공간 및 건축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와 미학적 연출을 가능케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HANDS ON_190.5x152.4cm_Pigment print_2011

 

 

LED

제니 홀저는 LED(발광다이오드)라는 재료가 지닌 조각적 수용력을 바탕으로 이를 자신의 작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에 뉴스, 선전 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LED를 직접적 성명의 도구로서 사용하기 시작한 작가는 이제 공간을 인위적으로 바꾸고 건축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용도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러한 LED 작업은 형식적인 면에서 볼 때 도날드 저드, 존 맥크래켄, 댄 플래빈과 같은 미니멀리스트들의 작업이 지닌 우아한 단순함과 예술의 환경 및 맥락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킨 이들의 작업 형태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미니멀’한 형태에 적힌 작가의 텍스트들은 모든 공간의 일반성과 환경의 중립성을 거부한다. 곧, 정체성과 사회 공동체 또한 생산의 과정이라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녀의 텍스트들은 장소의 특별함과 각각의 만남이 지닌 특별함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갤러리 신관 2층에 전시될 LED 작품은 총 2점으로 모두 2011년에 제작된 신작들이다. 벽에 비스듬히 세워진 New Tilt라는 작품과 십자 형태로 크로스 된 형태의 New Corner라는 두 작품은 각각 <트루이즘Truisms>과 <삶Living>, 그리고 <생존Survival>과 <아르노Arno>라는 작가의 텍스트 시리즈 속 문구들을 흘려 보내며 소통을 꾀하고 있다.

 

풋스툴 (발받침 조각) Footstools

작가는 1986년부터 전광판의 일시적인 빛처럼 영구적인 형태를 지닌 재료라는 맥락에서 돌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의 텍스트를 시간과 파괴의 변덕스러움을 견뎌낼 수 있는 물체에 실어내고자 했는데 이는 당시 사회적 상황과 더불어 부분적으로는 종말론적 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시기 작가는 뉴욕에서 동부 외곽으로 거처를 옮겨 자연에 가까운 삶으로 되돌아간다.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선택된 벤치부터 이후 풋스툴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이러한 형태적 차용은 조각이 놓인 지역적 배경과 연관성이 없는 텍스트의 암시를 가능케 해주었다. 풋스툴 조각에는 1983년부터 1985년 사이에 쓰여진 <생존Survival> 시리즈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한 개인이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 환경에 응하는 방식을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혹은 이에 의문을 던지는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경고성의 시리즈이다. 이와 같은 경구들은 본래 LED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짧은 문장일수록 지나가는 이들이 보기 쉽다는 점에 기인하며 이러한 즉각적인 접근으로 인해 텍스트가 돌에 본능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국제갤러리 신관에 전시될 풋스툴 조각들은 총 여덟 점으로 모두 <생존Survival>시리즈에 출처를 둔 텍스트들을 담고 있다. “남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Men Don’t Protect You Anymore”, “당신의 영혼을 위한 안식처는 다른 누군가의 육체이다. Someone Else’s Body is a Place for Your Mind to Go” 등의 짧고 단정적인 경구들이 미국 버몬트 지역에서 생산된 흰색 대리석에 새겨진 조각들은 전시실 중앙에 설치되어 피그먼트 프린트들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Selection from Survival: Someone else's body…_43.2x58.4x40cm_

Danby Imperial white marble footstool_2006

 

 

제니 홀저는 1950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났다. 오하이오 대학과 로드아일랜드스쿨에서 순수미술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1977년에 휘트니미술관에서 독립연구프로그램 Independent Study Program을 수료하였다. 본래 추상 회화와 프린트 작업을 해오던 작가는 1970년대 후반 뉴욕으로 거취를 옮긴 시점부터 작업의 방향을 텍스트를 사용한 개념 미술로 전향한다. 작가 자신이 써낸 짧은 경구의 집합 <트루이즘Truisms>, <생존Survival>등과 같은 여러 텍스트 시리즈를 비롯해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헨리 콜과 같은 타 문인들의 텍스트를 작업 전반에 걸쳐 사용하는 작가는 LED나 라이트 프로젝션과 같은 가장 현시대적이고 상업적인 매체를 주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미디어 작업에서부터 대리석이나 프린트,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역사 및 정치적 이슈에 관한 짧은 문구들을 작품에 담아내며 보는 이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제니 홀저의 작품은 공공장소와 국제적인 전시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선보여지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장소로는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비롯하여 독일 국회의사당, 베니스비엔날레, 뉴욕과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이 있다. 또한 BMW 아트카컬렉션과 금융그룹 UBS 아트컬렉션에도 그녀의 작업이 소장되어 있으며 패션디자이너 헬뮤트 랭과의 협업작업을 통해 제품 광고 등이 만들어진 바 있다. 작가는 1990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첫 여성 작가로 선정, 단독 전시를 보여주었고 당해 최고의 국가관에 수여되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그는 오하이오 대학과 윌리엄 컬리지, 로드아일랜드스쿨을 비롯, 뉴스쿨, 스미스컬리지에서 명예학위를 받았으며 1996년에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수여하는 크리스탈 상, 2011년에는 바나드 훈장을 받았다. 현재 작가는 뉴욕에서 거주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vol.20110908-Jenny Hol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