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메일 - 아트메일

민복기 展

중첩된공간 2_65x65x15mm_gold plated sterling silver_2011

갤러리 담

2011. 9. 1(목) ▶ 2011. 9. 10(토)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7-1 | 02-738-2745

www.gallerydam.com

어떤오류로부터_gold-plated

서울대학교와 독일 포르츠하임에서 금속장신구를 전공한 민복기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민복기 작가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장신구회사 < 게뷔르더 샤프라트>에서 디자이너로써로 활발한 작업을 하였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다.

작가의 변

게슈탈트 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은 공예는 기계문명이 만들어낸 이성의 나라에 찾아오는 자연의 사자라는 인상적인 표현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분명히 이성의 나라라고 표현되는 공간에서 결핍감을 느끼고 있었다. On/Off의 이진법에 근거한 컴퓨터의 명멸의 전자언어는 이분법적 존재론으로 수렴된다. 존재와 비존재 혹은 존재의 안과 밖이라는 식의 선택 속에는 명쾌함과 함께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양자택일이 있었다. 나는 일체의 타협이 없는 이 도구를 사용하면서 이성의 세계에서는 이성의 언어만이 강요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부딪치곤 했다.

수많은 수치와 명령어들로 지친 머리에서 느낀 메마름 때문에 나는 원시적인 형에 대한 갈증이 생겨왔다. 나는 본능에 닿아있는 어떤 원시성을 탐색하고 싶었다. 그것은 열려있으면서 닫혀있는 형태이고, 존재이면서 비존재성을 가지는 것이었으면 했다.

도자가마에 들어간 도자가 터지지 않을 것 인지를 기다리듯 나는 연산과정에서 오류가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곤 하였다. 컴퓨터가 오류를 가지지 않고 있다는 대중적 신화와 달리 현대의 컴퓨터는 수학적으로 부동소수점 연산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우리는 적당한 공차범위내의 유효숫자를 가지고 계산된 느슨한 해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조형의 과정에서 연산이 반복되고 고도화할수록 이러한 작은 오류의 틈은 증폭되어 나타난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그러한 불가해한 오류들은 나에겐 마치 인간이 낮 동안에는 의식으로 정화된 세계에 살지만, 밤의 꿈속에서는 의식의 수면아래 잠겨있던 무의식이 출몰하는 것과 비슷했다.

현대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무의식은 억압하고 무시할 대상이 아니라 의식의 세계와 통합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분열되었을지언정,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오류를 긍정하기로 하면서 나는 수학적 오류가 생긴 형태들을 수집해왔고, 수집한 형태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조형의 한계이면서 또한 자연의 특성을 담아낼 가능성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러한 입장에서 컴퓨터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조형작업에 반영해보았다.

이성의 나라에서 자연의 사자가 가는 길을 탐색하면서 그럴 때마다 나는 누에가 고치를 감아 만들면 그것이 명주실이 되고 옷감이 되어 마침내 사막에 누란이 생기고 비단길이 열렸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곤 했다. 아직 길은 아득해 정말 길이 있는 건가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아직 더 앞으로 가볼 생각이다.

어떤오류로부터 2_gold-plated

■ 민복기 (Min, Bog-Ki)

출생 1975년, 서울

현재 | 서울대학교 출강 | 프리랜서 디자이너 | 금속공예가

작품소장 | 포르츠하임 장신구박물관 | 고트롭 프릭 기념관 | 슈트트가르트 베어크슈타트 갤러리

vol.20110901-민복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