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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획 展
Antony Gormley_Capacitor_28x19cm_Carbon and casein on paper_2008
학고재 갤러리
2011. 7. 6(수) ▶ 2011. 8. 21(일) Opening : 2011. 7. 6(수) PM 5:00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70 | 02-720-1524
Anish Kapoor_Kubi series_50x67cm_Gouache on paper_2006
우주 만물의 이치를 담는 한 획 이번 전시제목 ‘한 획’은 청초(靑初)의 화가이자 화론가인 석도(石濤)의 《고과화상화어록(苦瓜和尙畵語錄)》중 〈일화론(一畵論)〉에서 가져왔다. 석도는 이 책에서 내면을 생각하면 가슴 속에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지고, 팔이 움직여 붓을 부리고, 붓이 먹을 부려 만물의 형상을 그린다고 말한다. 특히 〈일화론〉의 첫 구절인 ‘일획론(一劃論)’에서는 한 획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태곳적엔 법이 없었다. 순박이 깨지지 않았다. 순박이 깨지자 법이 생겼다.
법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한 획에서 나왔다. 한 획이란 존재의 샘이요, 모습의 뿌리다. 그것은 신에게는 드러내지만, 사람에게는 감춘다. 세상 사람은 알기 어렵다. 그러므로 한 획의 법은 스스로 세워야 한다.
무릇, 한 획의 법을 세운 사람은 무법(無法)으로써 유법(有法)을 만들고, 그 법으로써 모든 법을 꿰뚫을 것이다.
Simon Hantai_Tabula_236x200cm_Acrylic on canvas_1980
- 석도, 일획론 석도는 한 획은 모든 그림의 시작이고, 그것을 알게 되면 그림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작가가 작업에 임하면서 획 하나하나의 의미를 올바르게 구현할 때, 그것들이 모여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오랜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은 보다 독창적인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갈망한다. 그 안에는 작가가 지향하는 목표가 담겨야 하고, 시대와 교감하는 정신이 담겨야 한다. 또한 어떤 방향에서든 보다 진일보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를 충족시켜야 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한 획에는 회화에 대한 태도, 즉 변하지 않는 작가의 정신이 담겨야 한다.
서용선_자화상 8_80x109cm_acrylic on korean paper_2007
수행의 과정, 한 획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외 작가 15명의 드로잉과 회화작품 38점을 만난다. 이들 작품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기도 하고 작품을 위한 본이기도 하며, 본인의 기술을 시험하는 연습장이다. 또 그날그날의 사색을 기록한 감성의 메모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는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씀에 있어‘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의 경지가 있는데,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 진정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하였다. 손끝의 잔재주가 아니라 정신의 품격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야 그 속에 화가의 정신이 올곧이 깃든다는 것이다. 추사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옛 화인들에게 그림은 마음을 갈고 닦는 수련이며, 지식과 생명에 대한 통찰이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5인을 포함한 많은 작가들은 자신만의 언어와 생각을 잘 드러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한 획을 그리면서 무수히 많은 실험과 연습을 한다. 서용선에게 한 획이란 몸속의 기운과 이미지가 감도는 한 호흡이다. 이미지를 구상하면서 내리긋는 순간 자신의 습관이 드러나므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일관성 있는 흐름을 위해 드로잉을 하면서 형태와 기법에 대한 실험을 거듭한다. 한편 유현경은 한 획이란 긴장이 되고 용기가 필요한 새로움에 대한 시도라 말한다. 그의 자화상 <모습>(2009)과 <일반인 남성 모델 K_서울 마포구 합정동>(2010)에는 다양한 그리기의 실험이 보인다. 그의 드로잉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 무의식을 표현하고자 하는 모험과 도전의 산물이다.
이우환_관계항(Relatum) - Dialogue_23.5x24cm_2007
삶의 궤적, 한 획 무수한 연습과 실험으로 완성한 한 획에는 삶의 많은 자취들이 나타난다. 그들의 드로잉과 회화에는 작업을 하면서, 혹은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스크랩되어있다. 드로잉을 생각의 방법이라 믿는 곰리는 조각을 하면서 항상 드로잉을 한다. 펜과 잉크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 과정과 대화를 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무의식의 정신상태에서 생각의 자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드로잉은 감정의 로드맵으로 조각과 드로잉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류샤오동이 〈인왕산〉(2008)을 작업하며 사용한 팔레트에는 작업 당시에 느낀 무의식과 감정의 표현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색상과 붓놀림의 흔적만 남은 이 팔레트는 보는 이들에게 실제로 만들어진 작업은 어떠하며, 그 작업을 하면서 작가가 보낸 시간과 감정의 상태가 어떠했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준다. 윤향란의 드로잉은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삶의 압박과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한 씻김의 행위이다. 그의 한 획은 사람의 애환을 놀이로 승화시킨 자신과의 교류로, 정서적 해방에 이르기 위한 움직임의 흔적이며 삶의 궤적이 담긴 일기이다. 정현은 철 드로잉에 대해, 작업을 하면서 혹은 작업을 마친 후에 나타나는 감성의 메모이며 정서적 심리적 상황과 감정을 잡기 위한 일필휘지(一筆揮之)의 노력이라 말한다. 날것 그대로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생명력, 작가의 감정과 방치된 사물, 시간이 남긴 흔적은 작가의 작업원천으로 그의 조각에 살아 숨 쉰다.
정상화_作品 G-3_195x130cm_Wood Frames_Oil on Canvas_1970
생의 기운, 한 획 한 점의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목표와 작업에 대한 생각을 다듬고, 다양한 기법들을 실험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나간다. 작품이 작가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형태에 가까워짐에 따라, 그 작품을 이루는 획 하나하나에는 전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쏟은 그동안의 노력과 연구 그리고 작가의 삶이 함께 담겨 더욱 강렬한 에너지를 전한다. 김태호는 온전히 알맞게 있는 상태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회화는 작가의 혼이라고 여기는 그는, 가장 적절하게 있는 모습과 가장 알맞은 움직임이야 말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믿는다. 혼이란 생각과 감정이 함축되어 나타는 것으로, 한 획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함축하여 드러낸 표현이다. 김호득은 자신의 회화가 기운생동(氣韻生動)의 흐름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자연의 기운과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에서 나아가 살아있음, 생명감을 표현하기를 소망한다. 김호득의 한 번의 붓놀림에는 날것의 생생함이 담겨있다. 동양화에서 말하는 필(筆)의 힘과 에너지, 기운이 펄떡거리는 생명감으로 다가온다. 김태호와 김호득이 감정과 기운을 필획에 함축한다면, 정상화는 반복적인 제작과정이 주는 아우라를 중요시한다. 어떤 결과가 목표가 아니라 결과물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작가는 획 하나하나를 긋는 행위를 통해 현대인의 반복적인 삶과 그 너머의 근원적, 철학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자문하는 그의 화면은 숨 쉬는 유기적인 표면으로 다가온다. 이우환은 매가 사냥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응축하였다가 단숨에 긋는 한 획이 가지는 존재감을 생각한다. 점과 점 사이, 나아가 사물과 사물, 공간,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흐름과 각각의 근본적인 존재감을 부각하여 긴장감과 공명, 그 사이를 관조하는 정신의 흐름을 표현한다. 주세페 페노네는 유기적인 자연물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가공하고 변형하여 강한 생명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예술적인 변화 과정 위해 작가가 표현하는 한 획은 원래의 의미와 페노네에 의해 은유적으로 형상화된 새로운 의미를 더하여 유기적이고 생명이 있으며 화학적, 물리적으로 쉼 없이 변하는 생명에너지를 드러낸다.
정현_Untitled_116x116cm_Rust on iron plate_2006-2008
한 번의 손짓에 담긴 작가정신, 한 획 오랜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자문하고 실험한다. 이전보다 새롭고 신선하며, 이 시대에 필요한, 시대와 교감하는 정신을 담아내고자 노력한다. 또한 어떤 방향에서든 보다 진일보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한 획의 무게감을 아는 작가의 획 하나하나에는 무수한 연습으로 삶의 자취를 담아낸 작가의 신념과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정신이 담겨있다. 한 획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가장 완전한 모습으로 화면 안에 되살리려는 결과이다. 석도가 말하는 스스로 세운 법, 부단한 노력으로 깨달은 한 획에는 변하지 않는 가치, 회화의 정신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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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작가 : 안토니 곰리, 김태호(서울여대), 김호득, 류샤오동, 서용선, 리처드 세라, 유현경, 윤향란, 이우환, 정상화, 정현, 아니쉬카푸어, 주세페 페노네, 샘 프란시스, 시몬 한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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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0706-한 획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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