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윤 展

 

‘키친<Kitchen>’

 

 

키친Kitchen_50.8x50.8cm_Ink-jet print_2010

 

 

갤러리 아트사간

 

2011. 7. 1(금) ▶ 2011. 7. 7(목)

Opening : 2011. 7. 1(금) PM 6:00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 3F | 02-720-4414

 

www.artsagan.com

 

 

키친Kitchen_50.8x50.8cm_Ink-jet print_2010

 

 

전시서문 - 일상을 향한 강박적 미학

# 부엌의 공간을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장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그것은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는 장면, 어머니가 쌀을 씻을 때 들리는 일정하고 반복적인 소리, 어느 날 술에 취해 귀가해서 물을 마시려고 부엌에 갔다가 의자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 등이다. 이런 모습들은 일상에서 가족들의 특징적인 모습을 부엌이란 장소가 간접적으로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엌은 평소에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부엌은 인간의 식욕에 대한 욕망과 생존본능을 해결해주면서 동시에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지만 그 고마움을 평소에는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서윤의 부엌은 일상에서 무관심한 장소에 대한 재인식,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여자의 일상에 대한 의미, 음식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주는 작용, 한 여자이기에 작가의 심리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사진이라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키친Kitchen_50.8x50.8cm_Ink-jet print_2010

 

 

일상과 키친의 함수관계

 일상의 모티브가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는 짐 자무쉬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은 일상의 반복된 대화를 통해서 황폐한 미국생활을 암시한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자신이 사는 뉴욕에서 클리블랜드와 플로리다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장소이동은 더는 상징적인 의미가 없다. 클리블랜드로 가는 차 안에서 주인공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고 얘기한다. 어디를 가든지 자신의 일상은 변하지 않으며,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공간을 가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환경과 위치가 바뀌더라도 사람이 사는 것은 다 똑같으며 그 일상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금방 체험하게 된다. 일상을 얘기하려면 전제조건으로 반드시 사회성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 이유는 일정한 테두리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안과 밖의 개념으로서 그것을 구별하는 경계에서 관계가 형성되며 일상과 사회성의 관계는 서로 맞물려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상은 어떤 의미에서는 한없이 보잘것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일상에서 매일같이 지루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인간관계, 해결되지 않는 금전적 문제와 욕구에 관한 관계 등은 궁핍의 연속,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함께 비루한 인생의 반복처럼 인식되기에 그렇다.

 이러한 표현은 앙리 르페브르의 ‘일상의 비참함’에서 언급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의 비참함에서 탈출해야 하는가? 일상은 단순하게 비참한 것들만 있고 즐거움이란 없는가? 일상을 미세하게 들여다보면, 작고 사소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현대인들에게 행복해 지기 위해선 게을러지라고 설교한다. 이런 주장은 일반적으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는 다르게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여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어린이들만 정신적인 휴식을 위해서 놀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인에게도 아무 목적이 없는 어떤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제한적인 삶을 살면서 필요 이상의 욕망을 추구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삶을 고민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앙리 르페브르는 일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인간의 삶은 땅 위에 뿌리를 박고 영원히 지속’하는 특징을 ‘일상의 위대성’이라고 한다. 일상의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여가를 즐기고 여행을 다녀와도 그 행위가 끝나면 일상은 다시 반복적으로 시작된다.

 

 

키친Kitchen_50.8x50.8cm_Ink-jet print_2010

 

 

안서윤은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에서 반복적인 생활 일부분인 ‘키친’과 ‘일상’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인다.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키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키친의 의미를 떠올릴 때 우리는 이곳에서 발생하는 과정들이 별로 특별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학, 역사학, 문학적 측면에서 일상과 연관해보면 특별한 공간이 부엌이다. 안서윤은 일상에서 매일 접하면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키친에 관심을 두면서, 부엌에서 밥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장소성에 주목한다.

안서윤은 키친에서 홀로 일하는 ‘일상’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밥상 위의 반찬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그 뒤에 숨어 있는 ‘정성과 노동’에 주목한다. 작가의 반복적인 행동은 거주공간에 대한 일기의 형식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면, 반찬 중에서 생선이 도마에서 잘린 모습, 갈치의 비늘이 식칼에 묻어 있는 모습, 고무장갑을 사용한 후에 싱크대에 올려진 모습, 음식을 다 차린 후 버려진 과일의 껍질이 있는 모습 등 여성의 가사노동 흔적을 기록한다. 그녀의 작업은 익숙한 집안의 곳곳을 헤집으며 일상의 사소한 미시사의 키친을 들여다보게 유도하며, 일상과 키친의 함수관계는 처음엔 싫었다가 시간이 흐른 후엔 익숙해지고 그 다음에는 녹아들어 가는 심리적 과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키친Kitchen_50.8x50.8cm_Ink-jet print_2010

 

 

생성, 소멸, 흔적의 강박적 요소

 세상의 모든 질서에는 양면적인 성질이 존재하는데, 동전의 양면과 같은 야누스적인 성격은 정반대처럼 느껴지면서 한편으론 동질성을 확보한다. 그것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생성과 소멸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연관 되어 있어 순환적 세계관에서는 시작은 끝을 나타내고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결국, 생명의 끝은 소멸이 아니며, 또 다른 생성의 시작으로 연속된 순환과정의 한순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흔적은 어떠한가? 그것은 대상이 지나간 자리에 남긴 자취와 그것을 통해 남겨진 모든 자국이다. 흔적은 어떤 대상이 과거에 지나가고 현재는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지나간 사실을 가리키는 지시적 의미는 존재하지만, 지나간 대상 자체를 보여주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남겨진 과거와 지나가고 없어진 과거, 남아 있는 과거와 이 과거에 대한 사유의 동일성과 차이에 대해 묻게 된다.

 엠마루엘 레비나스는 흔적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비 현상’이고 ‘나타나게 하지 않음’을 뜻하며, 타자와 타자성이 보존되면서 타자로서 드러나는 방법으로 규정할 때 타자의 초월성을 가진다고 한다. 흔적은 과거의 의미로 볼 때 역사가들의 근거로 작용하는 하나의 기호이다. 만약 흔적이 항상 과거의 흔적, 지나가고 없는 것의 흔적이라면 그것은 과거가 현재 속에 남겨놓은 기호로서 사료의 성격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과거를 통해 현재에 남겨진 모든 자취는 곧 흔적인 셈이다.

 안서윤은 생성과 소멸에 관해서 두 가지 개념적인 접근을 한다. 첫 번째, 주부가 부엌에서 온갖 재료를 사용해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성과 소멸’에 관한 문제에 있다. 두 번째, 본인이 부엌에서 노동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오로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서 일순간 없어져 버리는 시간적 순간을 소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생성과 소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반복된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흔적의 이미지는 사진을 통해서 본인이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한다. 볼 수 있는 것들은 완성된 음식, 주방기구를 포함한 것들이며, 볼 수 없는 것들은 요리를 하다가 남겨진 음식 찌꺼기로서 폐기된 것들이다. 정확하게 언급하면 볼 수 없다기보다는 보기 싫은 것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그녀가 주목한 것은 사진으로 기록된 생성과 소멸, 흔적의 모든 과정은 순환되는 시간적인 개념으로 인식한다. 안서윤이 부엌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의 순간적 행위는 개인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 가치란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 자신이 존재했었다는 현재의 증명이란 점 때문이다.

 안서윤의 작품에서 흔적은 과거가 현재 속에 남겨놓은 기호로 작용한다. 흔적은 지울 수 없는 '존재의 말소불능' 인 셈이다. 그것은 현실의 그림자로서 대상의 존재감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아울러 형식적으로 빌린 ‘정사각형 프레임 구조’ 는 일반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져야 하지만, 안서윤의 경우는 이런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사각형 프레임의 표현 방법은 강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강박적이며 숙명적 일상의 시간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이미지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 반복에서 발생하는 여성의 권태와 허무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안서윤은 작품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작가의 일상적인 삶과 사고의 층위는 생성과 소멸을 통한 ‘강박적인 미학’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다.

글 김석원 (시각예술평론/미디어아트박사)

 

 

 

 

■ 안 서 윤 (Ahn, Seo-yun)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사진학 전공)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개인전  | 2011  “키친<Kitchen>”, 갤러리아트사간, 서울 | 2010  “키친<Kitchen>”, 중앙아트센터, 서울

 

단체전  | 2011  “Blue", 예술의전당, 서울

 

 

 

vol.20110701-안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