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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展
'펜화에 담는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경복궁 향원정_26x37cm_종이에 먹펜
갤러리 라메르 제2전시실
2011. 6. 15(수) ▶ 2011. 7. 5(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3층 | 02-730-5454
불국사_26x37cm_종이에 먹펜
펜 끝에 싣는 전통의 아름다움 한국 전통 건축미를 섬세한 펜 터치로 재현한 김영택 화백의 개인전이 6월 15일부터 7월 5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에서 열린다. 그의 펜화에 등장하는 건축물, 기왓장, 바위, 소나무, 성벽, 석등 등은 세밀하다 못해 언뜻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밀한 기운이 농축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맑고 신선한 자연의 공기를 호흡하는 듯 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그의 펜화 한 점 과 함께 도심 속에서도 은은한 풍류와 함께 옛 건축물과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작가노트 - 펜화에 담는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조선 백자 그릇에 만든 이의 낙관이나 서명이 있으면 무조건 가짜랍니다. ‘내 작품이니 멋지게 만들겠다.’ 는 욕심을 부리지 않던 조선 장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무아(無我)의 미’라고 하여 세계적인 석학들이 조선 공예품을 ‘공예 예술 최고의 경지’ 라고 극찬하는 근본 이유입니다. 내 것, 내 작품이란 의식이 있을 때 욕심이 생기고 때가 묻어나는 법이지요.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서양 건축처럼 개성이 두드러지는 한옥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한옥은 어디에 가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개성 있는 건물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절의 대웅전을 정면에서 찍은 사진에 배경과 현판의 글씨를 지우고 죽 늘어놓으면 주지스님도 자기 절의 대웅전을 쉽게 찾지 못할 것입니다. 정자도 마찬가지여서 함양의 거연정과 농월정, 거창의 요수정 등 많은 정자가 배경을 지우고 나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이처럼 전통 한옥들은 현대 건축가들이 당연시하는 ‘내 작품 내 건물’과는 전혀 다른 ‘무아의 미’ 그 자체입니다. 우리 목조건축기술은 백제 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통일신라 때 지은 황룡사 9층 대탑이 그 실증으로서 현대의 기술로는 5층 이상 지을 수 없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기록된 일본 나라 호류지 금당과 5층탑을 백제 장인들이 지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목조 건물로 손꼽히는 나라의 동대사 금당도 우리 선조가 지었습니다. 이렇게 뛰어난 건축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떤 모양으로 짓느냐’ 보다 ‘무었을 위해 짓느냐’를 더 중요시하였습니다. 또한 ‘내 작품이니 나의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욕심이 없던 선조들의 마음 자세가 우리의 건축문화재에 짙게 배어 있습니다. 자신의 삶보다 남의 삶을 중요시하였던 아름다운 장인정신이 보이는 것입니다. 구한말 조선을 다섯 차례나 방문한 영국 지리학회원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조선 땅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비옥하다 했습니다. 이런 천혜의 자연에서 살아온 우리 선조들은 이 땅과 자연을 살아 있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큰 바위나 오래된 고목을 존경의 대상이 되었으며 산맥과 지맥을 끊는 것을 금하였습니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이 아닌 ‘공생의 관계’ 로 생각 한 것이지요. 집을 지을 때는 자연조건을 최대한 이용하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였습니다. 서양 건물이 자연 속에서 툭 불거져 보이는 반면 우리 건물은 푹 파묻혀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일 것입니다. 환경파괴에 의한 엄청난 재앙에 직면한 현대사회가 본 받아야할 이상적인 건축은 우리 선조들이 추구하였던 건축 사상에 그 해답이 있다고 봅니다. 제가 펜화에 담고 싶어 하는 우리건축의 아름다움은 ‘한국 전통건축이 세계 제일’이라는 국수주의적 주장이 아닌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아의 아름다움’이며, 세계의 건축이 추구해야 될 ‘자연이 우선하는 건축’입니다. 우리건축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펜화에 담아서 판화로, 캘린더로, 엽서로, 책으로 만들어서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자랑도 하고, 함께 보고, 느끼고, 즐기고, 배우게 하고 싶습니다.
우포늪_26x37cm_종이에 먹펜
작품평론 趙 龍 憲(동양학자.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펜(pen)은 서양을 대표하는 필기구이고, 붓(筆)은 동양을 대표하는 필기구이다. 펜화를 그리는 김영택 선생의 주장에 의하면 붓과 펜이 동서양 문명의 전개양상을 다르게 만들었다고 한다. 펜은 뾰쪽하고 딱딱해서 가늘고 긴 선을 그을 수 있다. 펜은 건축이나 기계의 정밀한 설계도면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붓은 부드럽고 뭉툭해서 정밀한 설계도면을 그리기 어렵다. 정밀한 설계도면을 그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엄청난 차이를 유발한다. 정밀한 설계도면이 있으면 대량복제(複製)와 분업이 가능하며, 후세 사람이 그 도면을 이용하여 개선시킬 수 있다. 동양에는 세밀한 도면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에 인간끼리 전수되지 못한 기술이나 발명품은 그 명맥이 쉽게 끊어지게 된다. 서양의 과학이 동양을 앞지른 것이 필기도구의 차이라는 선생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동양의 붓은 서예나 산수화의 경우처럼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장점이 있다. 선생은 붓을 감성적 표현수단, 펜을 이성적 표현수단이라고 분류한다. 그래서 서양 미술이 사실묘사 방향으로 발달 할 때 동양에서는 관념화라는 정신적 표현으로 발전하였다는 것이다. 선생의 펜화에는 정밀한 사실묘사에서 느껴지는 이성적 감각과 함께 동양화에서의 감성적 감흥이 함께 존재한다. 서양의 펜화가 아닌 자신만의 펜화를 만들려는 작가의 투혼이 살아있는 것이다. 펜화는 인쇄술과 함께 서적이나 신문의 삽화로 크게 발달 하였으나 사진제판 기술이 개발되면서 쇠퇴하였다. 또한 펜화는 장기간 보존할 수 없는 서양 잉크의 단점 때문에 미술의 장르로 자리 잡지도 못하였다. 선생은 보존의 문제점을 동양의 먹을 사용하여 해결하였으며, 펜화를 일러스트레이션 역할에서 미술의 한 장르로 격상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0.05mm 가는 펜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김영택(金榮澤) 화백. 대략 50만 번의 손질이 간다는 그의 ‘펜화’를 보고 있노라면 펜이 지닌 정밀성과 그림이 지니는 깊이가 모두 느껴진다. 정밀성과 깊이가 합해지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가. 그것은 품격이다. 선생의 펜화는 동양의 선비들이 추구하던 그윽한 품격을 보여준다. 그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전통 문화재이다. 陜川의 靈巖寺址, 금강산 神溪寺, 美黃寺 대웅보전, 서울의 肅靖門 등의 그림은 펜화가 아니면 잡아낼 수 없는 그 어떤 그윽함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선생이 즐겨 다루는 이러한 문화재의 배경은 한국의 명당(明堂)중에서도 명당에 해당하는 영지(靈地)에 해당한다. 기가 강한 영지에서 품어내는 그윽함과 품격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선생의 펜화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선생은 전생에 불화를 그리는 스님이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전생에서 이어진 묘사력뿐만 아니라 영적 기운을 옮기는 능력을 보여준다. 철저한 채식 등 절제된 생활을 통한 수행자적 자세가 그림에 투영되는 것이다. 서양에서 시작된 펜화가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 전통문화가 지닌 영기(靈氣)를 표현하는 데에 사용될 줄은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선생은 새로운 문파를 개척한 장문인이다. 선생은 서양화의 투시도법과 인간이 눈으로 보는 도법이 크게 다르다고 주장한다. 핀홀 카메라에서 발달한 투시도법은 카메라 렌즈와 같아서 전체 화면을 순간적으로 세밀하게 잡아낸다. 그러나 인간의 눈은 중심부분만 상세하게 보며, 주변부는 흐릿하게 보인다. 그래서 여기저기 훑어 본 것을 두뇌에서 한 화면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중요한 부분은 크고 명확하게 기억을 하고, 사소한 부분은 불확실하게 기억을 한다고 한다. 또한 인간은 가까운 사물은 표준 렌즈와 비슷하게 보고, 먼 곳의 사물은 망원렌즈처럼 확대하여 보기 때문에 카메라와 사뭇 다른 영상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고층 건물을 올려보고 사진을 찍으면 건물의 폭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현상이 생기나, 인간은 빌딩을 올려다 볼 때 표준렌즈에서 망원렌즈로 조정하면서 본 영상을 두뇌에서 조합하기 때문에 빌딩을 수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선생의 금강산 神溪寺 그림에서 배경인 금강산 集仙連峯이 사진과 다르게 크고 웅대하게 보이는 것이나, 寶塔寺의 3층탑 그림이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장대해 보이는 이유가 새로운 도법으로 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 ‘펜화가’라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하며, 독학으로 배운 펜화에 영기까지 담아내고, 인간시각도법을 창안하여 새로운 작품세계를 개척하는 선생의 열린 사고에 ‘항상 솟아나는 샘’이라는 의미의 '늘샘' 이라는 호가 참 잘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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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심사위원 |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2004 학고재 초대전 | 2005 현대백화점 전국 지점 순회전 | 2006 학고재 초대전 | 2007 마산문화방송 연말 특별초대전 | 2008 울산시 초대전 | 2009 국립청주박물관 특별기획전 | 통인화랑 초대전
기타 | 2003 통도사 캘린더 | 2005 LG그룹 캘린더 | 2008 마산엠비시 캘린더 | 2009 문화재청 캘린더 | 2002~8 중앙일보와 주간조선에 ‘김영택의 펜화기행’을 연재
현재 | 중앙일보 ‘세계건축문화재 펜화기행’ 연재
저서 | ‘펜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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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0615-김영택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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