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된 이미지Ⅴ

 

 

김동유_Diana (Queen Elizabeth II)_145.5x116.6cm_Oil on canvas_2008

 

 

갤러리 룩스

 

2011. 6. 1(수) ▶ 2011. 6. 14(화)

Opening : 2011. 6. 1(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변남석_Balancing_75x50cm_Digital print_2011

 

 

사진 예술에서 이미지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기획되어 온 『전환된 이미지Ⅴ』展 이 2001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11년 다섯 번째를 맞았다. 기존의 시각 이미지의 발상의 전환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들에 의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는 사진 뿐 아니라 회화, 조각, 설치 등  각각의 매체를  통해, 이미지의 전환이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확장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사진, 회화,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동유, 김영길, 변남석, 윤종석, 윤지선, 이승희, 전상용, 전흥수, 최원진 9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윤종석_또 다른 나 _130x162cm_ acrylic on canvas_2010

 

 

『전환된 이미지Ⅴ』展을 열며

                                                                        갤러리룩스 큐레이터 박혜림

 

현재 많은 작가들이 매체의 구분 없이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고, 또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제 예술에서 더 이상 장르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물음으로 보인다.

사진 예술에서 이미지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기획되어 온 『전환된 이미지Ⅴ』展 은 2001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11년 다섯 번째를 맞으며 매체의 경계를 뛰어넘어 예술적 표현에서의 이미지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확장하고 다양화하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사진, 회화,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동유, 김영길, 변남석, 윤종석, 윤지선, 이승희, 전상용, 전흥수, 최원진 9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였다. 이들은 기계를 통한 기록적 성격과 현실세계에 대한 재현 이라는 사진이 가지는 본질을 뛰어넘어 각자의 표현방식으로 특유의 예술적 감성을 표현해낸다.

현대사회는 사물이 기호로 대체되고 현실의 모사나 이미지, 즉 시뮬라크르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다. 이미지의 재현과 실재의 관계는 전환되며 더 이상 모사할 대상이 없어진 시뮬라크르들이 현실을 지배한다. 현실과 이미지의 실재가 모호한 시뮬라크르의 시대에서 9명의 작가들이 표현한 이미지의 힘이 실재를 부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실재를 반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이미지 너머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실재가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관객들이 작가의 이미지와 대면할 때 시뮬라시옹의 질서에 의한 무한반복적인 사고의 순환이 아닌 그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기를 기대해본다.

사진보다 더 사진적인 회화 작업을 하고 있는 김동유는 독특한 대형 초상화로 주목받아 온 작가이다. 대형초상화를 이루는 작은 이미지를 세밀하게 하나씩 그려내고, 그 작은 이미지가 모두 모여서 하나의 또 다른 판타지적 초상이 탄생하게 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어릴 적 보던 입체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로 고인이 된 저명인사들을 주제로 작업했던 그의 작품에는 세상을 사는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죽음 앞에서는 모두 동일하다는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는 듯하다.

 

 

전상용_코뿔소의 황혼 (Rhinocrepuscule)_48.3x63.4cm_목탄+샤프펜슬_1992

 

 

김영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친 입자와 선명하지 않은 뿌연 풍경들은 실재 풍경이 아닌 한지를 촬영한 것이다. 그의 작업은 한지로부터 펼쳐지는 이미지로 순수한 종이라는 대상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변남석은 돌을 쌓아 작품을 만든다. 단순하게 쌓는 것이 아니라 작은 돌 위에 큰 돌을 세로로 세우는 독특하고 기묘한 방식으로 돌을 쌓아올린다. 그의 손을 거치면, 모양도, 크기도 달랐던 의미 없는 돌들에서 하나의 생명력이 느껴지고 하찮다고 느껴졌던 돌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어떤 특별한 것으로 변모한다. 특히 이번 작업은 이전의 자연적 배경에서 벗어나 광화문과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작업한 것들인데, 도심을 배경으로 위태롭게 쌓아올려진 돌들의 기이한 형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보는 듯 한 착각이 들게한다.

윤종석은 옷이 무엇을 말하는지 관찰하여, 옷이 말하는 내용들을 형태화 한다. 접고 만지작 거려 동물의 머리, 총, 별 등을 만든다. 그리고 주사기로 한 방울씩 촘촘히 점을 찍어 그려내는 고된 노동의 행위를 반복한다.미세한 점에서 시작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사진이 작은 입자로 이루어지진 것과 매우 닮아있다. 하루 종일 점 찍기를 반복한다는 작가는 경탄할 만한 작가의 끈기와 노력 그리고 세밀한 표현능력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유발시킨다.

 ‘누더기 얼굴’ 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윤지선의 작업은 다소 그로테스크해 보인다. 이 작업은 사진 이미지를 천 대어 재봉질 한 것이다. 그녀는 사진 이미지를 훼손하고, 다시 직조하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가면 뒤에 숨겨진 작가 개인의 상흔과 고통, 억압된 심상들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흥수_다중인격-2 (여)_77x52cm_Digital print_2010

 

 

이승희는 입체적인 도자기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도자기의 일상적인 기능성에서 벗어나 조선백자를 부조상태로 만들어 평면화하는 작업을 통해 현대적인 평면 도자를 탄생시켰다. 이것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도자기를 찍어낸 듯한 전환된 생생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목탄으로 그린 코뿔소의 뿔 아래에 샤프펜슬로 그린 사진같은 프레임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상용의 사진같은 그림은 실제로 사진을 보고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다. 그림의 시선은 코뿔소의 뿔을 따라 내려와 그림 내부의 또 다른 그림으로 이동하게 되며 자연스레 그곳에 머물게 된다. 뿔과 전봇대와 그림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마치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코뿔소가 현실속의 소녀와 조우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디지털이미지로 전환된 인공의 산(山)을 담은 이전의 사진작업에 이어 전흥수는 변형된 인물이미지를 선보인다. 다중인격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작업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의 다양한 인간성의 모습을 표현했으며 디지털 이미지의 레이어를 겹치는 방법을 통해 표현된다. 또한 그는 사진,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하고 실험적인 기법들을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리얼리즘과 비리얼리즘의 관계를 이탈함으로써 초현실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생명의 신비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최원진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야채에서 강인함과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소소한 식물들에게서 우주적 질서를 발견하여 새롭게 창조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오브제의 외부적 요소를 제거하고, 일부만을 확대해서 우리가 친숙하게 느꼈던 것들에 대해 낯설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여러 매체를 혼합하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들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이 어떻게 대상과 마주하고 또 이를 어떠한 표현방법으로 구체화 하고 있는지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지는 사진과 미술, 미술과 사진이 서로를 닮아가려 하는 이러한 묘한 양상은 매우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최원진_Vegetables_100x67cm_Digital print_2006

 

 

 

 

■ 참여작가 : 김동유, 김영길, 변남석, 윤종석, 윤지선, 이승희, 전상용, 전흥수, 최원진

 

 

 

vol.20110601-전환된 이미지Ⅴ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