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파(性坡) 칠화(漆畵)

 

 

피안(彼岸)으로_240x640cm_알루미늄판에 瓦灰,土粉,천연옻칠,칠가루,금은박,자개,난각_2008~2010

 

 

인사아트센터

 

2011. 5. 25(수) ▶ 2011. 5. 30(월)

초대일시 - 2011. 5. 25(수) pm 3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화중연(火中蓮)_120x100cm_알루미늄판에 瓦灰,土粉,천연옻칠,난각_2008~2010

 

 

성파性坡스님의 칠화漆畵 혹은 수행과 미술 장르의 확장

 

윤범모_미술평론가

옻칠의 역사는 유구하다. 특히 한중일 동북 아시아지역에서 옻칠의 역사는 각별하다. 중국 옻칠의 경우, 7천년 전 유물에서 부식되지 않고 발굴된 사례가 있어 놀라게 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도 최소 기원전 3세기경부터 옻칠을 사용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삼국시대만 하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칠기공예가 고분에서 출토되기도 했다. 신라시대의 칠전(漆典)이란 관서의 설치는 그만큼 칠문화(漆文化)의 비중을 의미한다. 칠의 역사와 사회적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인은 칠 위에서 자라고, 칠 위에서 생애를 마감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칠문화는 일상생활과 밀접하다는 뜻이다. 사실 옻칠의 경우, 천연도료로 수명이 길기 때문에 생활용구로부터 악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게다가 방습효과, 살균력, 살충력 등의 특성과 더불어 내구성이 강해 목재 용품에 효과적으로 이용된다. 나무를 오래 지탱시키는 역할, 옻칠의 신비는 상상 밖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옻은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도와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칠문화의 유구한 역사와 화려한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 하지만 오늘의 한국 칠문화는 어디에 있는가. 원래 칠문화의 요람은 사찰이었다. 경상도의 속담에, ‘꿈에 스님만 봐도 옻이 오른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칠문화는 요즘 다도 문화처럼 불교문화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찰을 중심으로 한 고려시대의 칠문화는 억불숭유 정책을 펼친 조선시대에 와서 위축되었다. 이웃 일본이 칠문화를 발전시키는 동안 조선은 오히려 칠문화를 퇴보시켰던 것이다. 이에 칠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사찰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칠문화의 부흥을 위한 전당, 거기가 바로 통도사 서운암이다. 국내 유일하게 사찰 안에 칠공방이 있는 곳이다. 아니 일반 옻칠 장인이 평생 사용해도 미치지 못할 옻 소비를 대량으로 소화하는 본격 공방이기도 하다. 21세기 칠문화 중흥의 선도자는 바로 성파스님이다.

 

 

금강계단(金剛戒壇)_100x120cm_알루미늄판에 瓦灰,土粉,천연옻칠,칠가루,금은박_2008~2010

 

 

성파스님은 전통 공예기법에 남다른 연구와 활용에 이미 명성이 높은 분이다. 전통 제지술과 천연염색으로부터 도조 팔만대장경 제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통 공예에 대한 천착은 범인의 수준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이같이 전통공예 분야에의 천착은 곧 수행의 하나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스님은 산수화 개인전을 개최하여 주목을 끈 바 있다. 스님의 예술적 감각과 기량은 이렇듯 창작의 세계에서도 일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옻칠 작업에 의한 일상적 공예품의 종류와 수량은 이미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칠공예 이외 스님은 칠문화의 영역 확대를 기도했음인지 칠화(漆畵) 작업을 병행해 왔다. 옻으로 그린 회화작품, 한마디로 눈부시게 한다. 스님은 알루미늄 판 위에 옻칠 재료로 그림을 그린 바, 그것은 유화보다 깊은 맛을 내고, 또 보존문제에서 유화와 비교조차 불허할 정도로 견고성을 자랑한다. 회화재료로 이렇듯 훌륭한 재료가 있다니! 그것도 우리 전통 속의 훌륭한 재료, 옻칠이라는 것이 있다니! 그저 감탄사부터 앞장을 선다.

 

 

안심료(安心寮)_100x120cm_알루미늄판에 瓦灰,土粉,천연옻칠,칠가루,금박,난각_2008~2010

 

 

성파스님의 칠화 작품을 보자. 이들 칠화 작품은 근래 3년동안 집중적으로 작업한 성과물이다. 길이 6미터 이상의 대작 3점을 포함 20여점의 칠화 작품, 감동을 안기기에 충분하리라 믿어진다. 이들 작품은 알루미늄 판을 상처 내어 바닥처리하고 부드러운 기와 가루와 옻을 섞어 바르면 시멘트 이상의 견고성을 보인다. 삼베를 바르거나 반복해서 칠하는 작업과정은 곧 수행의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이들 칠화 작품은 칠공예 부분 이외 회화적 특성을 강조하여 칠재료의 조형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물론 이것의 바탕은 수행의 측면과 직결된다. 때문에 칠화의 소재는 불교적이다. 그것은 <법계(法界)>이고, <도피안(到彼岸)>이고, <미륵(彌勒)>이다. 성파스님의 칠화 작품의 특징은 무엇보다 색채 구사의 화려함을 들 수 있다. 원색의 자유자재한 활용은 화면 구성을 그만큼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원색의 자유스런 구사라는 측면에서 유화 재료 이상의 독특한 효과를 느끼게 한다. 색채 부분 이외 사실적 묘사력을 들 수 있다. 적확한 묘사는 대상을 형상화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더불어 구성상의 짜임새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백제의 미소>는 석불의 질감을 절묘하게 표현했고, <선방>은 건물의 벽면, 지붕, 석축 등 명암과 색상의 대비를 통하여 화면의 깊이를 자아낸다. 이를 위해 밝은 부분은 계란껍질을, 어두운 부분은 오리알 껍질을 붙여 농담의 차이를 표현했다. 유화는 겉에서 드러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칠화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유화는 덧칠하면서 표현하지만, 칠화는 덧칠한 부분을 깎아내면서 표현한다. 이렇듯 속 색깔의 우러남, 여기에 칠화의 매력이 있다. 바로 내부의 아름다움, 그것은 법열(法悅)의 동의어이다. 칠문화의 중흥이라는 원력을 갖고 있는 성파스님의 칠화 작업은 미술 영역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을 요한다. 옻칠로 그린 그림, 현대작가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분야이다. 칠화, 국제경쟁력 있는 우리의 문화라고 믿고 싶다. 여기에 성파스님의 존재가 자꾸 커지는 이유를 헤아리게 한다.

 

 

 

 천진보살(天眞菩薩)_68x80cm_알루미늄판에 瓦灰,土粉,천연옻칠,칠가루,은박,난각_2008~2010

 

 
 

법명 성파(性坡)

 

통도사 서운암 주석, 통도사 주지 역임 | 학교법인 영취학원(靈鷲學園) 이사장 | (사)한국전통문화연구원 이사장

 

개인전 | 2011년 2월 <性坡 山水畵展> 서울 조선일보미술관 | 2010년 <천연옻염색전> 청주 한국공예관 | 2009년 <성파 옻염색전> 서울 한벽원 갤러리, 부산 부산문화회관, 대구 수성 아트홀 | 2005년 <性坡 山水畵展> 북경 중국미술관 | 1997년 <天然染色展> 부산 국제신문사 전시실 | 1990년 <書法展> 서울 프레스센터(서울갤러리) | 1983년 <第二回 金泥寫經展示會> 부산 부산국제회관 전시실 | 1983년 <第一回 金泥寫經展示會>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

 

그룹전 | 2008년 <한.중 작가초대전 - 부산.북경> 부산 국제문화센터 전시실

 
 

vol.20110525-법명 성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