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경 展

 

 

조짐Ⅲ_90x135cm_한지에 채색_2011

 

 

관훈 갤러리

 

2011. 4. 20(수) ▶ 2011. 4. 26(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5 | 0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찰나_72x49cm_한지에  채색_2011

 

 

우리 앞에 펼쳐진 가시적인 세계는 자연과 의식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질문 방식에 따라 도출된 그 무엇이다. 바라보는 현상과 실제 사이는 어떤간극이 존재하는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은 어떤 “실험의 출발점에서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실험의 끝에 우리가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 두 상태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것의 가능성의 세계는 얼마나 무한한가. 이 과정의 가능성을 현시화시키는 것이 회화다.물질 대상에 다가가고 다가가면 어찌 되는가? 거기에는 또 다른 미시세계의 문이열리게 된다. 환영이라 부르는 충만된 세계로의 진입이다.형상이 묘사될때 그것은 전체의 일부분이다. 이것은 대립 항으로 경계를 나눔으로 해서표현되어지는 생각과 사물이다. 형상의 경계는 또 다른 형상의 또 다른대립형상의 존재로서만 가능하다. 그 대립 항은, 결국 우리는 서로 너무나 닮아 있다. 모든 우주의 유기체는 그 하나로서는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없고, 모든 에너지는 서로의 힘에 의해서 순환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을 자연의 순리로 보고 주변의 관계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현존하는 관계로 본다.

심장에서 뻗어나가는 혈관은 대지를 덮고 있는 식물의 가지와 같다. 이 혈관가지는 산의 능선의 경계와 만나고 구름 속에 투영된다. 모든 것의 경계선 속에는 새로운 출구가 있다. 이것의 인정이 아니라면 개개의 원소들로 명명된 사물과 생각은 본질적인 소멸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가 보는 대상과 대상 속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대고 그 공간에 근거가 되는 메타포들이 어디로부터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 그때 공간은 어떤 형상을 보여주는데 이것들은 “동시적이며 움직임 속에 피어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입자가 되고 파동이 되며 서로 끊임없이 겹치며 다층의 심연 속을 헤엄치다 시선의 부름에 응답한다. 이것이 이곳이면서 저곳인, 이것이면서 저것인 순환하는 찰나의 춤추는 형상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세계Ⅴ_65x95cm_한지에 채색_2011

 

 

조화와 온전의 원리

최애경은 꾸준히 인물을 그려온 화가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 출품한 그림들에는 인물이 완전히 빠져 있다. 과거에 인물이 있었던 자리에는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나무, 새, 산, 물, 구름이 들어와 차지했다. 그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미술을 ‘아름다움의 표현’으로 이해한다면, 작가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주 대상이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만 충분한 이해는 안된다.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그림 속에는 작가의 눈이 스며 있다. 미술은 아름다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혹은 관점의 표현으로 볼 때 더 쉽게 다가온다. 미술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 준다는 데 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작품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변화를 암시한다.

과거 최애경의 그림에서는 중심 인물과 주변 배경을 연결하는 매개가 있어야 했다. 핏줄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왜 매개가 필요했을까? 그림에 표현된 인간이 주변 배경으로부터 너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자연과 구분된 인간, 자연에 대해 자아를 주장하는 인간이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인간을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놔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핏줄 같은 생명의 끈으로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고리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그림들에서는 인물이 나무로, 새로, 산으로 바뀌었다. 이는 중심 대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이다. 인간을 나무처럼, 물처럼 보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들과 주변 배경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매개가 필요하지 않는다. 그저 묻어 들어갈 뿐이다. 더욱이 그림들은 한지에 수채로 그렸다. 색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종이와 물의 본성에 따라 흡인되고 퍼진다. 작가는 종이와 물이 그 본성에 따르도록 자신의 의도를 뒤로 한 발 짝 물려놓았다.

최애경은 ‘내가 죽은 찰나에 보고 싶은 풍경’을 그렸다고 했다. 그녀가 말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에고, 자아의 죽음이다. 자아가 죽으면의도가 죽고, 의도가 죽으면 사물은 수채물감처럼 흐르고 한지처럼 그 흐름을 수용한다. 여기서 모든 사물은 자유로운 변화에 몸을 맞기고,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며, 부분이 전체로 퍼지고, 전체가 부분에 스며든다. ‘나’를 주장하던 고집은 사라지고, 더 큰 에너지의 물결과 하나 되어 일렁인다. 다른 것들과 분리된 ‘나’가 사라진 자리에 ‘자유로운 변화’에 몸을 맡기는 허허로운 역동성이 출렁인다.

이 새로운 시선은 조화와 온전의 원리를 담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서로를 호응하기에 사물은 진실에 더 다가가고, 더 아름다워진다. 마치 자애로운 품으로 모든 사물을 품어안는 것 같다. 작가의 이 시선에 공명한다면, 우리 눈은 더 맑아질 것이고, 우리 품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작가의 변신과 새 출발에 축하를 보낸다. 삶은 이런 변화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인지 모른다. 제자의 새 출발을 뒤에서 응원하는 것도 하나의 잔잔한 즐거움이다.

김용호 성공회대학교

 

 

세계Ⅳ_65x95cm_한지에 채색_2011

 

 

 

 

■ 최 애 경 (Choi, Ae-kyung)

 

1966  서울생 | 199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 졸업 | 2010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미디어.문화연구

 

개인전  | 1994  1회 개인전, 한선갤러리 | 1996  2회 개인전, 금호미술관 | 2002  3회 개인전, 대안공간 풀 | 2009  4회 개인전, 아라미르

 

단체전  | 1990 민중의 힘 전, 그림마당 민 | 1991  구속미술인 석방을 위한 12인 전, 그림마당 민 | 1993  성병희 최애경 2인전, 나화랑 | 1994  민중미술 15년 전, 과천현대미술관 | 더 많은 현실 더 많은 아름다움, 금호미술관 | 1995  광주 15년 이후 일상전, 21세기 화랑 | 1996  현실보다 더 지독한 현실전, 웅전갤러리, 나무화랑 | 인간과 미술의 가치, 한강미술관 그 10년 이후전, 덕원미술관 | 1998  리얼리즘 전, 공평아트센타 | 1999  독립예술제, 예술의 전당 | 2000  파열, 삼정아트스페이스

 

 

 

vol.20110420-최애경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