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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재 展
'Middle'
emptiness_162x130.5cm_Acrylic on Canvas_2011
노암 갤러리
2011. 3. 18(금) ▶ 2011. 3. 27(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33 | 02-720-2235
patterned intellectual image_162x130.5cm_Acrylic on Canvas_2011
우리는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눈을 뜨고 깨어 움직이는 동안은 쉬지 않고 시각정보를 받아 들이고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망막을 자극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심리학이 발달하면서 처음으로 연구한 분야는 '인간이 사물을 볼 때 이를 어떻게 지각 하는가'하는 문제였다고 한다. 인간이 인지한 시지각이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이르기 위해서는 감각적 자료들을 미학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물을 본다는 행동은 하나의 시지각적 판단 뿐만 아니라 '누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결과를 가져온다. 오병재 작가는 우리에게 보이는 것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오병재 작가에게 캔버스는 사물과 사물들 간의 거리를 좁혀주는 매개 혹은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캔버스는 단순한 평면의 공간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선과 생각이 조합 될 수 있는 다차원적인 열린 공간이다. 캔버스 속의 사물들은 처음부터 구성되어져 한자리에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을 바라본 대로 하나의 고정된 시점으로 묘사 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내의 조화를 추구하며 그가 대상에서 느낀 심리적인 세계를 조형적으로 재구성 한다. 이 과정에서 묘사된 사물들은 조금씩 다른 각도를 보이게 되거나 크기가 다르게 변화된다. 사물들은 각기 다른 자신만의 시선과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작가의 상상력과 의도가 개입된 화면은 단순한 사물의 재현적 의미를 넘어 다양한 시각이 공존 할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다.
on going_130.5x130.5cm_Acrylic on Canvas_2011
작가는 캔버스에 이미지를 재구성 하는 방법으로 역원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원근법이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부터 형성되었는데, 3차원의 대상을 2차원의 화면에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만들어낸 시각 착시의 방법이다. 격자형의 보이는 경계를 미리 설정 한 뒤, 고정된 3차원의 대상을 격자형의 경계를 바탕으로 2차원의 평면에 상호 연결시켜 구성하는 과학적 방법이다. 원근법은 주체와 대상이 고정되어 있다는 조건하에 만들어진 시각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원근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눈', '보여지는 사물', '그들 사이의 거리' 이 세가지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 '사이의 거리'는 나와 세계 간의 기본적 관계를 지시 할 뿐 아니라, 상징 역역으로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필수 전제가 된다. 원근법이 우리가 서있는 위치에서 시작하여 대상까지 도달하는 시점을 표현 한다면, 반대로 역원근법은 그림은 내부의 어느 시점부터 그림의 외부에서 서 있는 관찰자인 우리의 앞 까지를 말한다. 우리가 화면을 바라보는 시점이 아니라, 화면 속 사물들의 세계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숨겨진 시선과 이야기들을 화면 위로 끌어 올린다. 기존의 원근법적 표현이 대상을 한 시점으로 관찰하는 형태로 표현되었다면, 역원근법은 다방향의 시각적 구성, 다중 시점으로 표현 된다. 이러한 다중시점은 사물의 표면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을 넘어, 사물의 내부에 담긴 이야기와 사물들 간의 긴장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하나의 화면 안에 존재하지만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게 된다. 각각의 사물이 직면하는 세계를 눈 속으로 끌어들여 사물들 간의 거리를 자유롭게 변형시킨다. 오병재 작가는 단순히 역원근법을 통해 화면을 구성해 낸다기보다 역원근법의 바라보기 방식을 통해 사물들과 소통하고 있다.
on going_130.5x130.5cm_Acrylic on Canvas_2011
그러나 이러한 시선과 표현을 우리는 한 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람은 오랫동안 내려온 규칙과 학습에 따라서 사물을 바라본다. 인간은 어떠한 자극에 노출되면 하나하나 개별자극으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 혹은 형태로 지각한다. 인간의 어떠한 행동의 결과는 전체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상호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 풀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오병재 작가의 그림 속 사물들은 간결하고 명확한 형태와 경쾌한 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색과 사물의 외형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로 인식하게 한다. 그런데 화면 속의 사물들은 어딘가 조금씩 낯설게 느껴진다. 역원근법으로 표현된 화면은 비례와 조화, 깊이감은 사라지고 사물들은 화폭에 매달린 듯한 평평한 인상을 준다. 쏟아질 듯한 책장의 책,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하이힐 그리고 화면의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시선은 우리에게 익숙함과 낯설음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렇게 표현된 이미지들은 감각 세계에 실존하는 현상들 사이에서 보다 고차원적인 연계성을 갖는다. 사물의 외면과 내면이 함께 공존하며 독립적인 생명력을 가진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주관과 객관을 섞이게 함으로써 사물들만의 새로운 질서와 세계를 보여준다. 신선정(노암갤러리 객원큐레이터)
vanity-big heels_43x34cm_Acrylic on Canvas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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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0318-오병재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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