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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 展
2010 동강사진워크샵 베스트 포트폴리오 - Requiem
Requiem #1_118.8x84cm_Inkjet Pigment Archival Print_2008
갤러리 이룸
2011. 3. 18(금) ▶ 2011. 3. 31(목) 서울시 중구 충무로 2가 51-13 2F | 02-2263-0405
Requiem #2_118.8x84cm_Inkjet Pigment Archival Print_2008
동강사진워크샵은 강의를 통한 교육 강좌와 함께 참가자 개개인이 작품을 지참하여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듣는 포트폴리오 리뷰 과정을 개최해왔다. 특히 지난 2010년에는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가한 수강자들 중 두 명의 우수 포트폴리오를 선정하였고, 단기 멘토 과정을 거쳐 각각의 개인 전시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2010년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가한 사진전공 학생들과 아마츄어 사진가들은 리뷰어로 참석한 사진가 정주하, 이창수, 경성대학교 이재구 교수, 박건희문화재단 박영미 학예실장으로부터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조언을 받았고, 리뷰어들은 토의를 통해 정윤호와 최영환의 작품을 최종 우수 포트폴리오로 선정하였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정윤호는 <산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지난 2년 동안 사진 작업을 해왔다. 길을 거닐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잡아낸 그의 작품들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피사체들이 빚어내는 비범한 조화가 존재한다. 인간과 사물, 환경이 만들어낸 이 미묘한 긴장감은 3차원 공간에 대한 작가의 직관에서 비롯되고 있다. 소아과 전문의 최영환은 카메라를 통해 죽음이라는 주제에 접근하였다. 그의 작품 <레퀴엠>에 담겨있는 대상들은 어두운 흑백의 톤 속에서 각기 다른 죽음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작품들이 감각적인 연결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의사라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는 직업이 작가에게 안겨준 숙명과도 같은 사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진 문화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미래의 사진가에게 경험의 폭을 넓혀주기 위하여 기획된 동강사진워크샵을 통해 시작하는 두 사진가의 첫 발걸음은 우리 사진 문화 속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기획 : 박영미 (동강사진워크샵 책임위원)
Requiem #3_84x59.4cm_Inkjet Pigment Archival Print_2009
작가 노트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거대한 비극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애써 보지 않으려 합니다. 다른 사람은 보지만 곧 잊어버립니다. 인간은 누구나 영원하다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그렇게 일부만이 깨닫습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인턴시절,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절망감에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병원 안에서 이들과 오랫동안 지내다보니 평소 죽음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그들도 결국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그리고 정말 생각하기 싫은 무서운 진실은 내일이라도 당장 아무 예고도 없이 그냥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차르트는 죽기 전 자신이 마지막으로 만들던 작품인 레퀴엠을 들으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예측할 수 없고 모든 일은 신의 섭리대로 진행됩니다. 이제 나의 삶을 마감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들려오는 이 곡이 가장 먼저 나의 장례식을 위해 사용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Requiem #4_84x59.4cm_Inkjet Pigment Archival Print_2010
레퀴엠(Requiem) - 그 영혼의 울림 최영환 사진의 정신세계 조승래 (경민대학 교수)
우리는 그의 사진에서 다른 사진가와는 구별된 주제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레퀴엠]은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곡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직업이 의사인 작가는 죽어가는 환자를 지켜봐야만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시작된 죽음에 대한 사유와 극복의 노력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전반부는 영원히 살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즉 비 내리는 창문, 무너진 벽돌, 떨어진 낙엽, 무덤, 쇠사슬 등의 상징을 통해 죽음의 비극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구름사이의 빛, 붕대, 묘목, 예수 상, 새 등이 등장하면서 위로와 평안의 느낌을 주며 마무리된다. 다시 말해 최영환의 사진에 등장하는 사물은 모두 그의 무의식 세계 속에 심층적으로 잠재하고 있는 은유적인 오브제이다. 그들은 존재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해결책에 대한 상징물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상황은 대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는 흔한 소재에서 개인이 경험한 독특한 감정을 통해 보편적인 진리를 말하려 하고 있다. 전반부에서 느껴지는 죽음에 대한 문제제기는 모든 인간이 그 의식의 밑바닥부터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며 많은 예술가들이 흔히 다루어왔던 주제이다. 그러나 그의 사진에서 발견되는 주제 상의 남다른 특색은 이러한 문제제기를 뛰어넘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예술가는 빛이 없는 삶에 희망을 제시하며 희망을 감염시키는 자이다. 그러한 희망을 그는 발견하고 자신의 경험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Requiem #5_84x59.4cm_Inkjet Pigment Archival Print_2010
그의 사진작업의 특징은 첫째로 은유와 상징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보이는 세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암시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 사실상 내가 하는 일은 사물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작업이다. 카메라를 사용하여 사물을 재창조할 뿐 아니라 나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하여 그것을 사용하기를 원했다.” 라고 윈 벌록(Wynn Bullock)은 말했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육안으로 본 것 뿐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본 것도 기록할 수 있다. 카메라는 눈의 연장일 뿐 아니라 머리의 연장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람의 눈보다 더 선명하게 더 멀리 더 가깝게 더 느리게 더 빠르게 볼 수 있다. 카메라는 안으로 본 세상, 마음으로 느낀 세상, 그리고 머리로 생각하는 세상을 볼 수 있다. 최영환의 [레퀴엠]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사물이 새롭게 보인다는 점을 말해준다. 둘째로 그의 작업의 전체 흐름은 이중구조로 역전의 메시지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의 사진은 사물을 특이하게 바라보는 그 만의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의 이미지에서 죽음과 생명, 절망과 희망, 아픔과 기쁨이 동시에 보인다. 누구나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허무함과 공포를 영원한 생명의 해결책으로 바라본다. 육적인 아픔에서 영적인 기쁨을 본다. 절망에서 소망을 드러낸다. 어둠과 빛, 구속됨과 자유함, 절망과 희망이 공존한다는 것은 마치 초현실적인 상황같이 느껴진다. 이러한 소망의 메시지는 우울하고, 절망적이고,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현대인에게 마음과 생각을 역전시키는 소망, 기쁨, 행복의 메시지가 될 터이다. 그는 인간의 육신을 치유하는 의사이지만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예술가이길 원한다. 이러한 그의 사진은 감동의 드라마이며 한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하다. 셋째로 여러 이미지의 나열을 통한 사물을 보는 방법이다. 전반부와 후반부는 각각 절망과 희망에 대한 이미지를 시리즈로 보여준다. 절망 이미지와 희망 이미지를 그룹으로 잘 배열하여 큰 시너지가 생겨 웅변처럼 전달된다. 그의 모든 작품 앞에 서 있으면 긴장감을 주지만 그것은 다시 평안함으로 바뀌며 다가온다.
전반부 사진에서 절망은 점차 고조되고 있는데 그것은 그 작품 속에 있는 소재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무겁게 다가온다는 데 있다. 비 내리는 창문 밖의 왜곡된 도시의 모습, 무너진 벽돌들, 떨어진 낙엽 뒤쪽에 솟아있는 무덤, 얽혀져있는 나무 가지, 쇠사슬, 깨진 조개껍질 등이 모두 죽음과 비극의 속성을 느끼게 해준다. 이 모든 오브제들이 비극적 삶에 대해, 현대인의 소외에 대해 무언가 말하고 있다. 전반부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보는 이는 동일한 감정을 갖게 된다. 이 공감은 영적인 자아를 상실하고 육적인 자아만을 만족시키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정서이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후반부 작품은 보는 이에게 희망을 증폭시켜 보여준다. 죽음 앞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비극이 죽음마저 초월하여 영원한 생명을 지닌 자의 기쁨으로 역전된다. 철사 줄에 얽매인 사람 형상 위쪽으로 비치는 구름사이의 빛은 희망을 암시하는 단초이다. 사진이 유한한 사물을 이미지화하여 영원한 사물로 변화 시킬 수 있듯이 그는 어떠한 진리의 대상에 대한 의지가 유한한 삶을 영원한 삶으로 변화시킨다는 신념을 사진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그의 사진을 보다가 세상을 보면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을 제시하는 예술이 진정한 예술이다. 사진은 죽음을 정지시킨다. 최영환은 그 사진의 맛을 아는 참 사진가이다. 그의 사진은 소외된 자, 절망한 자, 갇힌 자의 영혼을 깨우는 영혼의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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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00318-최영환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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