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한 사진 展

 

토포하우스 기획 초대전 - ‘行方의 종류’

 

 

토리노_2006

 

 

토포하우스 제3전시실

 

2011. 3. 16(수) ▶ 2011. 3. 22(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4 | 02-734-7555

 

www.topohaus.com

 

 

베이징_2007

 

 

사진기자 허영한의 두 번째 개인전 ‘行方의 종류’가 3월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올해로 신문기자 생활 20년째인 그가 최근 5년여 기간 동안 출장지나 여행지에서 길을 나서 찍은 사람들의 오가는 이야기 사진 30여점으로 구성된다.

한때 청와대 출입기자를 지내며 여러 번의 세계 정상회의와 정상회담을 수행 취재했고, 2006년 이태리 동계올림픽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 등 국제 행사들을 취재했다.

 

 

서울_2008

 

 

신문 기자로써 떠난 출장지에서 틈틈이 그는 길을 나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길, 주변 풍경들을 지켜보았다. 일순간 스쳐 지나가거나 한동안 한 곳에 머물거나, 사람들의 행로와 행방의 풍경에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세계를 짐작하고 읽어내려 했다. 사람들의 얼굴은 물론 걸음과 자세와 어우러진 길과 주변 풍광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그 풍경에서 그 삶의 흔적이 읽힌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최대한 편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블라디보스톡 중앙역 앞에서 본 기차 시간 늦어 뛰어가는 남녀와 베이징 거리에서 찍은 자전거 탄 부부의 길, 오클랜드 해변의 노부부 여행객 등 낯선 도시에서 그는 타인의 과거의 흔적이거나 결과인 현재를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런던1_2009

 

 

이번 전시에 걸리는 사진들에는 신문에 실리는 보도사진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느슨한 화면과 넉넉한 화각으로 많은 여백을 남겼다. 그는 보는 사람들에게 그 느낌을 강요하지 않았고, 자기의 시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사람 이야기라는 무겁고 방대한 주제가 주는 강박관념은 자칫 작위적 메시지를 양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5년 전 그의 첫 개인전 ‘사하라의 가을’에서 서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유목민들과 함께 기거하며 그들의 생활과 모습들을 근접해 기록한 것과는 정반대의 표현법이고 자세다. 그 사이 사람과 함께 그의 사진도 나이가 들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도 한층 소극적으로 변했다. 스스로 소극적이라 말하는 시각으로 기록한 느슨한 사진들에서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간과 어둠에 버리거나 숨겼다. 타인을 관찰하되 그들의 이야기는 쉽게 함부로 써 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여백 많은 사진들은 보는 사람들이 읽어내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 수 있다. 글도 사진도 살아온 만큼 보이고 읽히는 것이다.

 

 

스투바이(오스트리아)1_2010

 

 

<작가 序文>

사람과 바람과 시간이 오고 가고 기다리는 상대적 시간에 대해...

어디를 가는가 보다 어떻게 혹은 누구와 가는가가 그 행로의 본질에 우선할 때가 있다.

가족, 친구, 연인, 동반자, 동반자가 떠난 혼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혼자, 우연히 같은 길을 가는 누군가들...

길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기차 시간 늦어 뛰어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사람에 설레어 더 가슴 뛰기도 하는 것이 삶이다.

오늘 아침 집 나와서 걸어온 그 길은 오늘 그냥 만나고 지나가는 순간이 아니라,사람이 태어나서 살고 살아서 쌓인 순간들이 만든 오래된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다.단 한번 스쳐가 그 뿐으로 사라질 타인들의 모습도 사실은 사람과 바람과 만물이 쌓아온 장대한 시간의 결과물이다. 각자의 삶의 행로에서 길고 긴 여정의 한가운데 이곳에 우리는 잠시, 그러나 함께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풍경이라 부른다.

타인의 행로와 그 행로의 풍경은 내가 살아오고 살고 있는 세상의 일부이고 나는 그들 세상의 일부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 세상의 사람들과 풍경이 나의 거울이고, 나는 그들의 거울이 될 것이다. 거울은 엄중한 나의 또 다른 현재다.

나는 나로써 존재한다기보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과 시간과 만물이 나를 칭하는 세계고, 그렇게 나선 길에서 만난 우연하고도 엄숙한 세상이야말로 나를 구성하는 나의 본질일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는 절대적 타인도 절대적 우연도 없다고 나는 믿는다.

길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보이는 것만을 사진 찍는 것은 진실의 기록과 별 관계없는 일이다.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거나 사진 찍고자 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한 욕심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사진은 진실에 관한 한 크게 할 말이 없는 행위다. 사진, 그 허무한 욕구 분출에 대해, 딱히 큰 기대할 것도 없는 질문을 길 위에 던지고 다니는 행위를 위해......

또 길을 나설 때가 되었다.

 

 

 

 

■ 허영한(許永翰)

 

1967  부산 태생, 경남 고성에서 성장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업

 

1991년부터 조선일보 사진기자 | 現 사진부 차장대우

 

2005  첫 개인전 ‘사하라의 가을’, 갤러리 룩스

 

 

 

vol.20110216-허영한 사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