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메일 - 아트메일

조근영 展

- 또 다른 공간 -

2011-또 다른공간(poppy)_98x68cm_Watercolor on Arches_2011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2011. 2. 17(목) ▶ 2011. 2. 24(목)

Opening 2011. 2. 17(목) pm 4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초동1355 | T.02-2105-8190

www.kepco.co.kr/gallery

2011-또 다른 공간Ⅰ_116.8x91cm_Watercolor on Arches_2011

추상적인 표현을 통한 확장된 조형공간

신항섭(미술평론가)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그림과 마주했을 때 일단 그 재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 감탄에는 실제를 방불케 하는 사실적인 묘사력에 대한 경의가 담겨 있다. 그러고 보면 화가로서의 재능은 타고난 것이든 아니면 노력에 의한 것이든 감히 흉내기 힘든 사실적인 묘사력의 여부로 판별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화가로서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묘를 기반으로 하는 사실묘사는 필수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조근영은 화가로서의 자질과 역량에 관해서는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실적인 묘사력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다고 해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를 넘어 조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치를 변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실제의 재현, 또는 흉내가 아니라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는 안정된 조형감각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재의 질감표현이 뛰어나다. 여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물의 물질적인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그 전체적인 외형만을 보는 피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진지하고 냉철한 관찰에 의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물성의 한 지표로서의 표면 질감을 실제를 보듯 묘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극렬한 사실묘사를 위주로 하는 작가는 소재와 마주하는 순간 그 표면질감까지도 한 눈에 파악하는 예리한 미적 감수성이 필요한지 모른다.

소녀_45.5x33.4cm_Watercolor on Arches_2010

그는 적어도 이런 요건들을 충분히 갖추었다. 특히 꽃을 소재로 한 일련의 작품들은 꽃잎이 가지고 있는 그 물적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꽃의 질감을 실제와 구별하지 못할 만큼 치밀하게 묘사하는 데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투명하게 보이는 얇은 판으로 되어 있는 꽃잎을 실제보다도 담백하게 묘사한다. 꽃의 무게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아주 얇고도 담담하게 꽃을 묘사한다. 물론 이런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은 실제에서 느끼는 생동감과는 다른 미적 감각의 소산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투명한 박막과 같은 표현을 통해 실제와 다른 회화적인 이미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물상의 실체에 근접하는 질감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근 그림이란 궁극적으로 거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따라서 실제를 방불케 하는 사실적인 묘사력을 견지하는 가운데 소재의 배면, 즉 배경을 통해 내적인 세계를 표현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선염에 의한 추상적인 이미지가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이와 같은 의지를 반영한다.

배경을 추상적으로 처리한다고 해서 사실성이 약화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추상과의 만남을 통해 사실적인 형태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동반한다. 이는 현실공간에서 뛰쳐나와 보다 자유로운 회화적인 공간을 영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선염에 의한 다양한 추상적인 이미지는 내면의 반영이다. 사실묘사에 의해 억제돼온 열정은 물론이요, 감정의 흐름, 잠재의식 따위가 추상적인 이미지로 표출되는 것이다.

2010-또 다른공간Ⅰ_116.8x91cm_Watercolor on Arches_2010

사실묘사는 지극히 이성적인 반면에 추상적인 이미지는 감성적이다. 이 두 가지를 하나의 화면에 놓음으로써 조형적인 공간은 돌연 신선한 공기가 감도는 상태로 전환하고 있다. 상충이 아니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현실속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정서를 발산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염은 신비적인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사실적인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환상세계로 이끄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실공간과 회화적인 공간을 하나의 화면에 병립시켰을 때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꽃을 소재로 한 최근 작품에서는 색채이미지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꽃의 색깔에 따라 그 전체를 동일색채이미지로 통일하고 있다. 가령 파란색 꽃이면 꽃병을 포함하여 탁자 그리고 배경까지 파란색 계통으로 통일하는 것이다. 이는 원 컬러로 압축하는 의상패션의 색채이미지와 유사한 방식인데, 조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단일색조로 통일함으로써 되레 고상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수채화는 어느 경우에나 밝고 경쾌하다는 인상이다. 그 만큼 수채화 재료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명쾌히 보여준다. 결코 탁하지 않은 밝고 맑은 색채이미지는 감상자의 눈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수채화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이미지로 하여금 세상을 순화시키려는 그 자신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이리라.

2010-또다른공간_90.9x65.1cm_oil on canvas_2010

2011-또 다른 공간Ⅳ_90.9x72.7cm_oil on canvas_2011

■ 조근영

수상 | 2009 서울아카데미상 수상 | 대한민국 미술대전 3회 목우회 미술대전 5회 입선 및 특선 | 청주예술공로상 수상 | 충북미술대전 추천작가상 수상

저서 | 대한민국 수채화 총서 I, II | 연필소리 | 현대 수채화 기법 총서

기록화 | 중원문화기록화 300호 | 공군사관학교 기록화 400호

vol.20110217-조근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