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신화-25_97x130cm_Acrylic on canvas_2010

 

 

THE K 갤러리

 

2010. 12. 27(월) ▶ 2011. 1. 11(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6 | 02-764-1389

 

www.the-kgallery.com

 

 

신화-23_91x116.5cm_Acrylic on canvas_2010

 

 

김영주, ‘사랑의 최고상(最高像)’으로서 사슴

김영주가 애용하는 모티브는 사슴이다. 그의 데뷔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진 두차례의 개인전도 사슴을 테마로 삼았으니까 일찌감치 작품방향을 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 사슴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사슴은 고대신화속에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존재로 등장한다. 아마 인류가 태어난 시절부터 사슴이 있었기에 그런 신화가 탄생했고 인간과 사슴의 관계가 싹트지 않았나 싶다. 작가에게 “사슴은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원형적 심상으로 잠재”되어 있다. 사슴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여 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일깨워주려고 하는 것같다. 보는 사람이 사슴처럼 깨끗하고 청순한 느낌을 갖도록 색채도 산뜻하게 입혔고 사슴의 눈빛과 우아한 자태를 살려내기도 했다.

기법적으로 작가는 사슴의 전체 윤곽을 살려내되 사슴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재현하는 대신에 그것의 특징만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즉 사슴의 위용을 나타내는 뿔이라든가 큰 눈망울, 튼튼한 다리와 발굽 따위를 독특한 채색기법을 사용하여 간결하게 처리하고 있다. 점증적인 그라데이션, 물감 채워넣기, 간략한 선조 등은 작품형성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슴과 함께 그의 작품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꼭 모종의 기호가 들어간다. 화살표같기도 하고 나무같기도 하고 유성 혹은 새의 모양같기도 하다. 그것은 작가가 자신의 무의식의 심연에서 건져올린 것들이다. 이런 기호는 단순히 장식적 요소로 기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의 경우는 의식의 기표로 이해된다. 작가는 암호같은 이미지를 넣어 그의 그림이 존재의 뿌리와 맞닿아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것은 그가 사슴의 이미지를 택한 동기와 비슷하다. 이처럼 그의 회화는 사슴이라는 신비스런 존재와 암호의 이미지를 통해 순수하고 고결한 생명의 궁극에 시선을 던진다.

 

 

신화-22_60.5x73cm_Acrylic on canvas_2010

 

 

그의 그림을 보니 얼마전에 한 방송국에서 방영한 툰드라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인간의 발길을 허락치 않는 ‘생명의 최전선’으로 알려진 툰드라의 대설원을  본다는 기대에 부풀어 마음마저 설레었다. 영하 40도의 혹한과 싸우며 살아가는 원주민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설원을 가로지르는 사슴과에 속한 수천마리의 순록 떼가 꽤나 깊은 인상을 주었다. 빙하의 동토를 종횡무진 누비는 야생의 순록도 있지만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순록 목축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관용’이라고는 없는 무정한 환경과 생존을 위한 원주민들의 사투가 큰 대조를 이루었다. 만일 순록이 없다면 그들의 삶 역시 사라지고 말 것이며, 그런 맥락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키워드로 삼는 원주민들의 생활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툰드라 원주민 못지 않게 자연과의 동행은 예술의 오래된 화두가 되어왔다. 그의 그림은 지구촌의 생태문제를 다룬다. 그의 작품에 외롭게 등장하는 사슴이나 죽어가는 사슴은 바로 이러한 심각한 환경문제를 지적한 것일 수 있다. 또한 그림의 배경으로 설정된 초목이나 잎사귀, 그리고 설경 등은 단순한 풍경으로 그려진 것이라기보다는 생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듯이 인간과 자연의 친화적 관계를 회복할 때 위기에 처한 지구환경을 조금이나마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화-19_91x116.5cm_Acrylic on canvas_2010

 

 

한편 사슴의 이미지는 고독과 애수를 띤다. 김환기의 그림에 등장하는 가냘픈 사슴 이미지도 그렇고,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하는 노천명의 <사슴>에 묘사된 이미지도 이와 유사하다. 김영주의 그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사슴 역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는데 그 표정이 애처롭고 외로워 보인다. 이런 부분만을 떼어내 본다면 그의 그림이 다분히 감성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티없이 맑고 거짓 없는 가녀린 존재를 강조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된다. 순하고 어질어 보인다. 이것은 성경에 언급된 희생양의 이미지와 유사한데 성경에서 희생양은 ‘죄없는’ 그리스도가 ‘죄많은’ 인류를 위해 자기목숨을 버린 것을 일컫는다. 대속(代贖)의 상징물으로서의 순결한 양의 이미지가 김주영에게 있어선 연약한 사슴의 이미지로 바뀌어 등장하고 있지 않나 짐작된다. 물론 작가가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사랑에 관한 것이다. 이타심을 발휘하여 자기를 희생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림안에 실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사랑의 최고상(最高像)’을 담고 있다.

사슴은 고기와 뿔, 모피, 심지어 선혈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고마운 동물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신을 ‘내어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작가가 사슴을 애상스럽고 아름답게 묘출한 것은 숭고한 내어줌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D.드마르코(Donald DeMarco)교수의 언급처럼, 사람은 자애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확장시키고 탐욕에 의해 영혼을 수축시킨다. 사랑은 인간의 위대성을 나타내는 징표임이 분명하다. 김영주는 나 말고도 은총을 받을 사람이 지구 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환기시키며 시선을 주위로 넓힐 것을 주문하고 있다.

눈덮힌 관목사이를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슴의 잔영이 기억에 선연히 남을 것같다.

서성록(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신화-20_73x91cm_Acrylic on canvas_2010

 

 

 

 

■ 김 영 주 (KIM YOUNG JU)

 

2006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 2004  단국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10  The K Gallery 초대전, 서울 | 2008  롯데화랑 초대전, 안양롯데백화점 | 2007  조선화랑 초대전, (COEX)서울

 

단체전  | 2010  회화의 여덟 가지 길에 대한 명상, 아트 부띠끄R | The Memories, 금호아트갤러리 | 꿈을 바라보며 그리다, 의정부예술의전당 | 그림 한 점 부탁해, 갤러리원 | face to face, The K 갤러리 | 2009  스위스 취리히-볼테르카바레 기획전, 초월-동방의 빛 展 | 1000개의 아이디어를 만나다, 넵스페이스 | ‘신화의 숲‘展, 쌈지갤러리 | Young Generation Artists_KOREA 展, 위드스페이스갤러리, 베이징 | ‘2009 서울아트살롱’, AT센터 | 아트인생프로젝트, 의정부예술의전당, 쌈지기획 | 2008  스위스 취리히 국제아트페어2008, KONGRESSHAUS ZURICH | 한국 국제아트페어 KIAF 2008, COEX, 조선화랑 | ‘한국산 그림’展, 쌈지아트마트 | ‘2008 신예작가4인‘展, 조선화랑 | ASYAAF, 구 서울역 | UP TO THE MINUTE 展, 코리아아트갤러리 | ‘5X50’展, 그라우 갤러리 | 아트인생프로젝트, 의정부예술의전당, 쌈지기획 | 사랑특유展, 쌈지아트마트 | 2007  평론가가 선정한 “2007 한국미술의 신성(新星)”展, 조선화랑 | 자유정신 미술동인“성리학과 한국의 넋”, 백해영 갤러리 | 신진작가프로젝트‘가늠을 보다’, 갤러리우림 | 2006  21세기 미술 - 새로운 도전展 , 단원미술관 |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총동문회전, 공평아트센터 | I LOVE ART, Gallery Dream | 내 이름을 불러줘, 공평아트센터 | 2005  기하학과 미적 상상력의 축제, 조선화랑 外 다수 전시...

 

수상경력  | 2006  “21세기 예술가상”(大賞) 수상, 단원미술관 | 한국미학미술사연구소 주최, 한국최초의 지명공모전 外 다수 수상...

 

 

 

vol.20101227-김영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