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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래 展
갤러리 이즈
2010. 12. 8(수) ▶ 2010. 12. 14(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00-5(인사동길9-1) | 02-736-6669
소멸과 생성으로서의 집
I. 존재로서의 집 김필래는 그 동안 자신의 작업을 ‘집’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풀어내고자 하였다. ‘집’은 무엇인가? 집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최소의 공간이다. 그러나 집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문화의 영역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집은 이제 심리적이며 정서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이다. 사회와 개인에 따라 집은 다양한 의미의 편차를 가지는데, 김필래에게서도 ‘집’은 단순히 대상적인 것이 아니며, 개인적인 의미로 가득한 작가 자신의 존재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김필례의 ‘집’은 단지 추억이나 마음이 머무는 곳, 회상이라는 감상적 의미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또 ‘안과 밖’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 구조로도 인식되지 않는다. ‘집’은 더 이상 관념적 사고의 틀에 갇힌 것이 아니라, 작가가 세계를 들여다보는, 아니 작가가 세계를 사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작가는 집을 통해 세계를 사고하고, 그러한 사고를 통해서 세계를 의미 짓는다. 작가와 세계 사이에는 집이라는 엷은 막이 가로놓여져 있는 것이다.
II. 집에서 발견하는 삶의 본질 김필래에게 있어 집은 세상과 접촉하는 수단이며 세계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초기 김필래의 작업은 그러한 집을 짓기 위한 탐구였다. 격자형의 구조물에 천을 겹쳐가는 방식으로 자신 만의 집짓기에 몰두하였다. 이것은 ‘막’이라는 의미보다는 자신에 대한 구축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이것은 은유적인 방식인데, 계속적인 첨가를 통해 집의 형태가 파악되는 방식이다. 2004년의 작품들인 <집짓기> 연작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의미로서의 집이라는 개념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그러한 구축의 시도는 세계를 조망하려는 모색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2008년의 작품들인 <영역쌓기> 등은 고정된 집이라는 틀을 넘어서 좀 더 외부로 확장되는 작가의 인식이 나타난다. 인간이 세계의 현상들에 덧씌운 개념화된 언어적 사유의 틀을 버리고 현상을 현상 그 자체로 보려는 모색인 것이다. 이것은 은유적 사유 체계에서 환유적 사유체계로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작가의 새로운 모색이다. 대상에 대한 꾸밈이 아니라 연상의 방식을 통해 대상에 대한 풍부한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자의적인 해석이나 관념의 틀을 벗어난다. 이번 전시의 작업들도 그러한 새로운 탐구의 일환이다. <구축>은 부드러운 소재의 천으로 된 쿠션과 와이어 줄로 만든 입방체로 구성된 작품이다. 부드러운 쿠션 속에서 피어난 듯한 딱딱한 와이어 줄들은 ‘부드러움-딱딱함’이라는 대비를 이루지만 작품 속에서는 동일화되어 경계를 허무는 작품이다.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향하는 와이어 줄들은 어떤 관념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족적이며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대상을 내 쪽으로 끌어들이기 보다는 대상을 향해 나 자신을 열어보이는 것, 따라서 집은 대상을 향해 열린 공간이 된다. <영역찾기>는 6미터 정도의 길이로 벽면에 설치된 작품이다. 각각의 판넬에 흰색 광목천을 붙인 것으로, 지지대와 지지대 사이에는 검정색 실로 묶어 연결한 작품이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불규칙한 형태의 사각형 또는 삼각형은 각각의 개별 영역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각각의 개별 영역은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어떤 인위적인 조작이나 의도 없이 자유스럽게 흘러가는 공간들이지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순간순간의 생명력이 살아있는 유기적 구조물이 된다. <사유하는 집>은 격자형의 구조물에 밑에서 위로 갈수록 천의 두께를 얇게 하여 여러 겹으로 쌓아 본드로 붙인 작업이다. 격자형의 구조는 보편적이며 체계적인 사유의 세계를 의미한다. 천으로 겹겹이 쌓여진 사각형은 올올이 풀어헤쳐져 여러 방향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견고한 격자형은 나중에는 그 형태마저도 모호하게 표현된다. 이러한 구축과 해체는 세련되고 엄정한 사유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이제 김필래의 집은 더 이상 내밀한 은밀한 공간, 자신을 구축하는 곳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아가는 공간이 된다. 판넬과 판넬에서 나온 고무줄이 늘어져 있는 <무제>에서 보듯이 더 이상 잘 제어된 계산적인 집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통로로서의, 만남으로서의 집의 모습이 드러난다. 집은 더 이상 개념화되지 않고 사고의 근본인 은유적 사고의 축에서도 벗어난다. 그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닌 존재의 살아있는 의미망이 되는 것이다.
정교한 집의 형태는 차츰 허물어지면서 삶의 본질에 다가간다. 상징적인 차원에서 현실로 삶의 본질로 다가서는 것이다. 이것은 <영역 찾기>의 세부 공간들이 단순한 상징을 넘어 현실의 문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괄적인 집에서 흘러나온 작은 집들은 강이 되고 제방이 되고 늪이 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흘러 강으로 향하고, 묘지, 무덤, 늪을 지나 사나운 바다로 향한다. 각각의 집들은 이제 현실이 되어 상호간의 맥락으로 소통한다. 집은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가교이면서 현실을 더욱 현실로 인식하게 해준다. 억압이나 구속이 아닌 세상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되고 나침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김필례의 집은 우리 모두의 집이 되는 것이다. 김진엽(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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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필 래
성신여대 조소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 2010 김필래 개인전, 갤러리 이즈 | 2008 김필래 개인전, 스톤앤워터 | 2006 집짓기Ⅱ, 김진혜 갤러리 | 2004 집짓기Ⅰ, 스톤앤워터 개관기념초대전 | 2004 집짓기Ⅰ, 관훈 미술관 기획 | 2003 집짓기, 갤러리가이아 | 2002 김필래 개인전, 갤러리 가이아 | 2000 삶에 대한 비유, 조성희화랑 기획 | 1998 타래, 서경갤러리 | 1998 타래, 갤러리 아트 넷 기획 | 1995 맺힘, 나무화랑 기획 | 1992 놀이, 청남미술관 | 1990 풍경, 청년미술관
부스전 | 2007 인천비엔날레 참여개인전, 인천교육문화회관
단체전 및 기획전 | 1989-2009 성신조각회 | 2001-2010 광장조각회 | 2009 인천비엔날레 본전시, 인천아트플렛폼 | 2007 20 Artist & Critics, 기전미술, 경기문화재단 | 2004 Festival sarajevo "Sarajevo Winter 2004", 사라예보, 보스니아 | 2003 한. 일 교류전, 나고야 시민갤러리, 일본 | 2003 경중가인전, 소나무 갤러리, 안성 | 2002 생성과 소멸전, 목암 미술관 등 단체전 다수
현재 | 성신조각회 | 광장조각회 | 성신여대 조소과 강사 | 성신여대 조소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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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01208-김필래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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