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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왕 展
Cross-dimensional Drawing
cross-dimensional drawing 08-02-10_98x49cm_알루미늄 판위에 혼합매체_2010
갤러리 SP
2010. 11. 16(화) ▶ 2010. 12. 3(금) Opening : 2010. 11. 16(화) PM 6:00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4-36 2F | 02-546-3560
cross-dimensional drawing 08-04-10_98x49cm_알루미늄 판위에 혼합매체_2010
■ 사진 표면의 감광유제를 밀리미터 단위로 수천 번 긁어서 그려내는 정밀한 선 드로잉’ ■ 회화, 사진, 조각의 방식을 교차시키는 프로세스로 완성되는 평면 드로잉 <Cross-Dimensional Drawing>은 작가 조병왕의 엄격한 의식과 장인적 창작행위가 결합된 작품 ■ 디지털적 이미지는 오늘날 예술에서의 재현 및 환영에 관한 작가의 해석적 관점 제시
거대한 화면의 사진의 표면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극도로 정밀한 선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조병왕의 제8회 개인전이 오는 11월 16일(화)부터 12월 3일(금)까지 갤러리SP에서 열린다. 조병왕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색면추상 회화와 흡사하다. 하지만 매끄러운 유광질의 표면과 기계적인 조밀한 선들로 인해 디지털 프린트 작업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표제를 살펴보면 ‘혼합 매체’라는 정보와 함께 ‘드로잉’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으니, 이는 작가가 직접 그려낸 작품이라는 것이다. 작가 조병왕은 무엇을 어떻게 왜 ‘드로잉’한 것인가. 조병왕의 <Cross-dimensional Drawing> 연작들은 캔버스에 형광안료로 그림을 그린 후 이를 카메라로 촬영하여 초광택 특수 플라스틱 인화지에 인화한 뒤, 그 표면을 칼과 자를 이용하여 밀리미터 단위로 긁어 수천 개의 수평선을 만들면서 ‘드로잉’ 한 것이다. 작가는 회화와 사진 그리고 조각의 간극에서 매체와 장르를 오가며 그 특성을 교란시키며 혼성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즉 조병왕의 작업은 매체와 차원 그리고 작가의 창작 행위가 역설적으로 교차한 과정의 결과물이다. 조병왕의 작업은 삼차원의 세계를 이차원의 물질적인 표면으로 변환해야 하는 화가의 운명을 철두철미하게 확인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철처히 홀로 거대한 화면을 밀리미터 단위로 수천번 긁어서 환영을 지워나가는 동시에 그의 존재감으로 빼곡히 메꾸어 나가며 화가로서의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병왕의 드로잉은 작가로서의 엄격한 의식과 장인적인 창작 행위가 결합된 것이다. 한편 그 실험적인 과정은 이차원의 표면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며, 그러한 과정의 결과로서의 작업은 오늘날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디지털적 이미지와 같이 구현되고 있다. 작가는 이차원의 평면에서 카메라와 디지털 프로세스의 재현 방식과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화가의 창작 행위를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cross-dimensional drawing 09-01-10_210x122cm_알루미늄 판위에 혼합매체_2010
조병왕 - 기이한 평면이미지 박영택 |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수직의 세계에 반하는 근대는 수평의 선들을 선호하고 수직선을 대체했다. 지상을 뜻했던 수평의 선은 신이 주재하던 시대에는 저주받은 선이다. 천상과 하늘만이 진정한 세계이자 죽어서 살아야 할 본래의 영역이었기에 사탄이 지배하는, 인간적 삶의 욕망이 매개되는 지상은 뜻을 두어서는 안 될 불경한 장소였던 것이다. 신의 심판을 기다리던 당시 사람들은 웃음을 삼가고 비장하고 엄숙하게 하늘을 암시한다. 수직의 선은 그래서 추앙된다. 반면 수평의 선은 죄악시되었다. 그러나 근대는 수직적 세계의 허구를 드러내고 버림받았던 수평의 세계를 주목시킨다. 이제 천상의 낙원을 대신해 지상에 낙원을 실현해야 할 다양한 프로젝트와 가치들이 욕망한다. 모더니즘은 그러한 수평의 세계, 수평선의 세계와 맞닿아있다.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 자연에 수평의 선들을 가설하고 그래서 철도와 도로가 만들어지자 그 선은 지리적, 시간적 공간을 단축시키고 결합시켰다. 그 선들이 모든 공간을 균질화 하면서 착취해나간다. 인간은 자신의 현실적 삶의 조건을 수평선의 조망 아래 바라보았다. 그 수평선은 대지에 발을 딛고 서있는 자들의 눈 아래에 축복처럼 놓인다. 천상의 세계, 수직의 세계를 그리던 그림들은 이제 수평으로 깔리는 현실적 풍경을 그린다. 동시에 캔버스 밑변에 일치하는 수평의 선들이 그림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화면은 허구적 공간을 가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론적 조건에 일치하는 그림만을 허용한다. 납작한 평면의 화면에 수평의 붓질들이 균질하게 화면을 채우고 덮어나갔던 것이다. 조병왕은 수평의 선들을 시선에 안긴다. 그러나 그 수평선은 모더니즘의 수평선과 닮았으면서도 이질적이다. 그것은 단호하고 속도감과 힘이 느껴지는 결정적인 수평의 라인들이다. 스피디한 선들은 격렬하고 경쾌하게 눈을 긁으며 나아간다.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적이다. 동적이고 시간이 흐름이 간지된다. 그 선들은 결국 시간을 체감케 한다. 상상하게 한다. 작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그 수평선은 망막에 스펙타클하게 다가오고 눈에 어른거리며 명료한 형상이 아닌 오로지 선이라는 추상적 질서들이 현란하게 집적된 단면을 체적화해서 안긴다. 그것은 수평선들이지만 겹겹이 쌓여, 지층으로서의 화면 같은 느낌을 ‘어질’하게 안긴다. 깊이를 파들어 가는 평면 위의 선이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표면을 긁고 파들어 가고 그것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는 순간 기이하게 수직으로 들어가는 선들의 행렬을 안긴다. 평면으로 질주하는 선들이 수직으로 굴착되어 가는 장면이 동시에 일어난다.
cross-dimensional drawing 11-01-10_127x94cm_알루미늄 판위에 혼합매체_2010
이미지란 결국 평면 위에서 밖에는 존재할 수 없다. 평면이란 모든 회화의 존재론적 조건이다. 작가는 표면에 상처를 준다. 피부를 긁는다. 일정한 깊이의 상처를 남긴다. 표면의 내부로 파들어 간다. 그것은 다분히 가학적이고 쾌락적이다. 칼이라는 조각적 재료, 수단을 가지고 회화의 조건을 해체한다. 아니 칼이 평면 위에서 삶을 사는 방식을 제공한다. 날카로운 칼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불가피하게 표면을 가해한다. 단 그것은 피부 밑까지 도달하지 않고 표피층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바닥에 닿은 칼은 결국 자기 존재근거를 상실하기에 그렇다. 얇게 저미듯이 칼은 표면위로 질주한다. 자신의 흔적을 새기면서 동시에 자기 생의 조건을 침식한다. 이 모순적 행위는 모든 인간적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기 위해 소모하고 표현하기 위해 억압하고 희생한다. 페인팅은 결국 주어진 캔버스 표면을 잠식해 들어가는 일이다. 조각은 물질을 제거하고 변질시키고 상실시킨다. 사진은 대상을 납작한 인화지 안으로 불러들여 부동이 것으로 응결시킴으로써 본래의 상황을 희생시킨다. 이렇게 보면 모든 이미지란 결국 존재의 드러냄이자 불가피하게 존재의 상실과 부당한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닐까?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재료들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얘기될 수 있을 것이다.
cross-dimensional drawing 10-01-10_151x121.5cm_알루미늄 판위에 혼합매체_2010
조병왕의 ‘기하학적 칼 드로잉’ 시리즈는 캔버스에 감색법의 삼원색 사이안(cyan), 마젠타(nagenta), 옐로우(yellow)를 형광안료로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폴리에스터 베이스 초 광택 인화지 위에 인화한 뒤, 칼과 철자를 이용하여 사진이 표면 전체를 긁어 수 천 개의 수평선을 창출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갖는다. 그것은 회화, 사진, 입체라는 작업방식이 혼재되어 있고 중첩되어 있다. 아니 그 모든 것이 서로 공유하고 결합되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어느 하나로 자족하지 못하고 다른 작업방식과의 연결 속에서 원하는 이미지가, 존재가 파생된다. 이 상호참조적이고 의존적인 방식은 기존의 완강한 장르개념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희롱한다. 회화와 사진과 조각이란 장르는 다르고 그 다른 만큼 결정적으로 자신의 존재기반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오랜 통념, 차별성에 근거한 장르의 구분과 경계는 순간 모호해져 버린다. 그것은 기존의 장르에 기생하면서 동시에 그 장르의 속성과 특질이란 것을 애매하게 만들어버린다. 회화, 사진, 입체의 작업방식이 순서대로 진행되는 <기하학적 칼드로잉>은 3차원 입체의 2차원적인 번역인 사진을 다시 입체적 조각을 통해 평면화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3차원 입체의 2차원적 번역인 사진을 다시 입체적 조각을 통해 평면화’ 해버리는 셈이다. 비로 이 지점에서 작가의 회화와 조각, 그리고 사진 해석의 흥미로움이 자리한다. 회화는 불가피하게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세계를 담아낸다. 사진 역시 동일하다. 그렇게 담긴 세계는 실재가 아니라 환영이고 가상이다. 특히 사진은 그것이 마치 실재하는 세계와 동일하게 여겨지지만 돌이켜보면 사진은 납작한 인화지라는 물질에 불과하다. 사진 역시 평면 위에서 존재한다. 조병왕은 사진이 존재하는 기반인 평면을 물성적으로 드러내버린다. 인화지라는 물질, 장소에 칼질을 해서 그것이 결국 납작한 사물이었음을 폭로하는 것이다. 작가는 사진유제가 발라져 있는 바닥 층과 사진유제로 이루어진 컬러 색 층, 그리고 그것을 뒤덮고 있는 코팅막 등 세 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는 사진이 표면 위를 칼로 그어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사진의 이미지가 재현하는 입체적 환영을 지워나간다. 그것은 그리면서 지워나가는 일이자 흔적을 남기면서 동시에 상처를 주는 일이고 선/이미지를 강조하여 일종의 일루젼(환영, 착시)을 주지만 결국 그것이 평면임을 드러낸다. 깊이가 부재하고 오로지 표면으로만 존재하는 사진이다. 또한 잉크젯 프린터의 기계 메커니즘을 통해 생산되는 이미지의 미묘한 색감 변화를 기반으로 작가는 칼날의 속도나, 손 끝에 전달 되는 힘, 속도를 면밀하게 조정하며 화면 전체를 기하학적인 선으로 뒤덮어 버린다. 이때 잉크젯 프린터의 잉크잔액 부족이나 기계적 결함 등으로 파생되는 예기치 못한 에러들에 의한 불규칙한 패턴이나 색감들이 파생되는데 작가는 이를 ‘기계적 자유의지’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허용한다. 끌어안는다. 일정한 간격을 지닌 수평의 선들이 인화지의 표면을 그어나간다. 평면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그 표면에 상처를 안기면서, ‘노이즈’를 파생하면서 질주한다. 그 칼질, 즉 신체적 행위이자 일정한 힘의 분산과 집중에 의한 가변적인 노동의 결과가 시각적인 내용을 추상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시간과 힘과 폭력, 혹은 소리를 안겨준다. 그것은 매력적인 추상회화인 동시에 통감각적인 체험을 동반하는 저부조이자 분명 사진이다. 여기서 단조로울 수 있는 평면과 수평선의 기계적인 배열들을 마치 음적인 요소가 된다. 바탕색을 드러내면서 경쾌하게 내지르는 선들의 질주가 모종의 소리를 동반하면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거듭한다. 간격과 깊이에 의해 저마다 다른 소리가 환청처럼 울린다. 옵티칼한 추상회화이자 저부조의 사진이며 동시에 청각을 자극하는 선들의 집적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기존의 장르개념으로 명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사이와 틈에서 시식하는 ‘기이한 평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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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병 왕
Pratt Institute 대학원 Fine Arts과 졸업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10 ‘Cross-Dimensional Drawing’, 갤러리SP | 2009 ‘Geometric knife drawing 09’, 갤러리 그림손 | 2008 ‘Geometric knife drawing 08’, CUE Art Foundation, 뉴욕(미국) | 2007 ‘FLAT’, 금호 미술관, 서울 | 2007 ‘기하학적 칼 드로잉 07’, 영은 미술관, 경기 | 2004 ‘Geometric knife drawing 04’, White columns, 뉴욕(미국) | 2003 ‘2차원적 공간 드로잉 II’, 대안공간 루프, 서울 | 2001 ‘Electrification’, im n iL Gallery, 뉴욕(미국)
주요 단체전 | 2010 ‘Remind', 영은미술관, 경기 | 2009 ‘요술.이미지/The Magic of Photography',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 2008 ‘반응하는 눈-디지털 스펙트럼’,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2008 ‘영은 2008 레지던시 이행의 시간’, 영은미술관, 경기 | 2008 'Collector’s Choice', Gallery SP, 서울 | 2007 ‘Up and Comers’, 금호미술관, 서울 | 2007 ‘공간을 치다’, 경기도 미술관, 경기 | 2006 ‘Depot Dortmund 2006-International art project, culture of sleep’, Depot, 도르트문드(독일) | 2004 ‘일상의 연금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2003 ‘Open your eyes’, 마로니에 미술관, 서울 | 2001 Deitch Project, Lucky Draw, New York, NY | 2001 ‘Interval’, Sculpture Center, 뉴욕(미국) | 2000 ‘2 Far 2 Close’, Asian American Arts Centre, 뉴욕(미국)
수상 | 2008 시민문예지원사업선정-해외레지던시 프로그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2007 NArT 젊은 예술가지원 2007 선정, 서울문화재단 | 2007 제 7회 송은미술대상전, 장려상 수상, 송은문화재단 | 2001 NYFA Fellowship 수상(The New York Foundation for the Arts), 뉴욕(미국)
소장처 | 경기도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 금호미술관 | 분당 대법원 | 영은미술관 | Francis J. Greenburger Collection(뉴욕, 미국)
현재 |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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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01116-조병왕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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