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영 展

 

3rd solo exhibition

<물에 머물다 remains of water>

 

 

共生 함께 머물다_60x30cm_자작나무판에 채색_2010

 

 

인사아트센터 제3특별관

 

2010. 11. 03(수) ▶ 2010. 11. 08(월)

관람시간 : AM 10:00 ~ PM 7: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 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共生 함께 머물다_60x30cm_자작나무판에 채색_2010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

-일상 속에 잔잔하게 떠도는 작은 행복의 물결

 

 

안 영 길(철학박사, 동양미학)

 

 하루하루 일상에 파묻혀 살다보면 요즘처럼 알싸하게 코끝을 맴도는 맑고 차가운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하루를 시작할 때처럼 단순하면서도 절박한 삶의 순수성이 우리의 마음에 불현 듯 와 닿을 때가 있는가 하면, 따스한 오후의 햇살 아래 머릿결을 간질이는 산들바람을 따라 무심코 바라보는 해맑고 푸른 하늘빛에 미소 띤 채 고즈넉한 삶의 여울을 헤적이는 아늑한 행복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손민영이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 또한 진지하고 투명한 삶 속에서 따뜻하게 피어나는 이러한 유토피아의 향기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하게 부대끼던 서울을 떠나 비교적 한적한 지방 도시의 변두리에서 사랑스런 두 아들을 키우는 잔잔한 행복 속에 숨어 살면서 체득한 삶의 향기를 새록새록 화폭에 담아 나들이하는 작가 손민영의 작은 열정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은 꾸밈 없는 맑은 영혼의 숨결이 작품 속에 살포시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共生 함께 머물다_40x40cm_자작나무판에 채색_2010

 

 

 작가 손민영이 누리는 삶과 그 속에서 일구어 낸 작품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옛 시인의 시 한 수가 문득 떠오른다. 중국 당나라 때 최고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다.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라는 첫 구절의 의미가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이미지와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손민영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응시와 성찰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삶의 의미를 자연과의 따뜻한 교감으로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일상성과 자연의 행복한 교감 속에서 만물의 이치를 갈무리하고 있는 작가의 작업은 <공생-함께 머물다>, <映-비추다>, <어울림>, <․․․에 머물다>, <바람소리>, <숲을 따라 흐르다> 등의 작품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자연의 이치와 동일시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삶과 예술의 내면을 성찰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작가의 성품처럼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적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가운데 체득한 자연과의 교감은 결국 나라는 아집의 허울을 벗어버리게 하고 가장 고요한 상태로 마음을 안정시키며 섬세한 감각의 문을 활짝 열게 한다. 그리고 들끓던 감관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그 상태에서 자신의 삶으로 시선을 돌릴 때 우주만물과 함께 호흡하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共生 함께 머물다_30x30cm_자작나무판에 채색_2010

 

 

 이러한 감성에 바탕을 둔 작가 손민영의 근래 작업들은 나뭇가지나 수초와 닮은 따뜻하고 포근한 색조의 물결 속에서 서로 어울려 헤엄치는 물고기와 물위를 해맑은 모습으로 떠내려 가는 하얀 매화꽃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유토피아의 향기를 살포시 피워내고 있다. 한결 정갈하게 다듬어진 조형이미지들의 자연스러운 조합을 통해 물고기가 물과 다투지 않고 어울려 헤엄치는 모습이나 물결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고 떠내려 가는 꽃잎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작가의 평온하고 따뜻한 시선이 잘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관조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새로운 만남과 화해에 대한 손민영의 창작 욕구는 매우 행복하면서도 절실하다. 작가 자신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주변 자연경관과의 행복한 교감을 파스텔 색조로 노래하는 회화적 은유를 통한 인간과 자연의 만남들이 그것이다. 손민영의 이번 작업은 이전의 작품들에 보이던 소극적 관조를 통한 대상에 대한 이해 및 관계방식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예술적 삶과 의식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자연에 대한 관조로부터 자연의 이치에 바탕을 둔 관계와 화해라는 인식의 코드를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共生 함께 머물다_30x30cm_자작나무판에 채색_2010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사용하는 재료의 변화나 새로운 조형적 시도를 통해서도 감지된다. 전통 한지 위에 분채를 올리는 표현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자작나무 판위에 반수를 한 다음 분채를 올리는 작품도 선보이고 있는데, 자연친화적인 재질의 자작나무의 색조와 나뭇결이 어우러져 작가가 추구하는 상생과 조화의 덕목이 잘 부각되고 있다. 또 일상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화두 속에서 작가가 찾아낸 실내 조명등의 조형도 타원형에 가깝던 형태로부터 직사각형의 형태로 바뀌면서 실용성과 예술성을 함께 제고시키는 상생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아직은 여러 측면에서 적극적인 변모로 나아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작가의 성격에 맞게 조심스럽게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전시를 마친 뒤 가족들과 2-3년간 해외에서의 생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새로운 삶의 경험들이 작가로서의 또 다른 변화의 초석이 되리라고 믿는다.

 작품은 작가의 모습을 닮는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도 그러하다. 내가 알고 있는 늘 밝고 환한 웃음으로 수줍게 다가오는 작가 손민영의 모습은 작품처럼 해맑고 순수하며 따듯하다. 그 때문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이 담긴 작품들은 각박한 삶 속에서 고독과 단절을 뼈저리게 느끼는 우리들에게 작지만 따듯한 희망의 메시를 살며시 던지며 어루만지는 듯하다. 예술과 함께 하는 바로 지금 여기야말로 이백의 <산중문답> 마지막 구절 “복사꽃 아득히 떠내려 가는 곳,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라네.(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처럼 마음을 쉴 수 있는 유토피아이라고 넌지시 일러 주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는 가운데 마음만 부질없이 바쁜 채 일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 왜 사냐고 묻는다면 그저 빙그레 웃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映 비추다_60x25cm_한지에 채색_2010

 

 

 
 

■ 손민영

 

약력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졸업

 

개인전  | 2006 1회 개인전 “여정旅程 - 물에 머물다“ (노암갤러리,서울/inclayju,서울) | 2007 2회 개인전 greemZip 기획전시 [오:전] “물에 머물다” (greemZip,서울) | 2010 3회 개인전 “물에 머물다” (인사아트센터,서울)

 

단체전  | 1999~2007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총동문회전 (공평아트센터,세종문화회관 미술관,서울) | 2003 코엑스 개관 3주년 기념 초대전 (코엑스,서울) | 와원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서울) | 필묵전 (노암갤러리,서울) | 대한민국 환경미술대전 (단원미술관,안산) | 2004 와원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서울) | 여백전-대화 (조흥갤러리,서울/도시갤러리,부산) | 2005 여백전-여백 (인사아트센터,서울) | 현대 회화의 전망전 (오원갤러리,대전) | 홍익여류 한국화회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서울) | 2006 현대 한국화 오늘의 현황전 (갤러리타블로,서울) | 아티스트전 (갤러리정원,서울) | 현대한국화 오늘과 내일전 (이형아트센터,서울) | 봄의축제 (오원갤러리,대전) | 색다름展 (갤러리꿈,서울) | 대한민국 대표작가 100인 초대 희망 나눔전 (국민일보사,갤러리눈,서울) | 부채 그림의 표현전 (오원 갤러리,대전) | 여백전 (KALA갤러리,시드니) | 세계 물의 날 기념 테마 기획전-물그림전 (오원 갤러리,대전) | 21세기 미술 새로운 도전 展 (단원미술관,안산) | 2007 한중서화교류전 (문화일보갤러리,서울) | 현대한국화 오늘의 표현전 (갤러리타블로,서울) | 아침고요(취옹예술관,가평) | 2008 사건의 풍경들_ Landscapes of Events展 장희진_손민영_정혜진 (Dr.PARK 갤러리,양평) | 여백전 (전북예술회관,전주) | 2009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총동문회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여백전-하슬라에서 만나요 (강릉미술관,강릉) | 2010 ECO전(갤러리이즈,서울) | 여름여행전(토포하우스,서울)

 

 
 

vol.20101103-손민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