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현 展

 

 

길2010-Ⅰ_130.3cm×97.0cm_Oil on Canvas

 

 

서신갤러리

 

2010. 11. 03(수) ▶ 2010. 11. 09(화)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832-2 새터빌딩 B1 | T. 063-255-1653

 

www.seoshingallery.co.kr

 

 

길2010-Ⅱ_130.3cm×97.0cm_Oil on Canvas

 

 

모종의 자장력을 느끼게 하는 작은 일렁임

 

 

1.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그리는 회화에 익숙해졌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우직한 작가보다는 별반 힘들이지 않고도 그런 효과를 내는 작가가 재치 있어 보인다. 이른바 포스트모던 차용이니 패러디니 하는 개념을 통해 우리는 그런 미적 유희에 기꺼이 동참해 왔다. 그러한 미적 유희에서 볼 때 작가 류재현의 작품은 정반대다. 치밀한 묘사력과 정확한 눈으로 사물을 응시하며 '그림다운 그림'을 그리는 데 충실 한다.

 고도의 수공을 요구하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소재인 풀과 나무를 그리는 작업이다. 그리고 대작이라기보다는 숲길을 중심으로 풀과 숲을 그린 소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소품이란 단순히 그림의 크기를 지시하는 것일 뿐, 그림 속에 담긴 내용과 정신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밀도감으로 화면을 장악하고 있다. 온통 연두색과 녹색이 빼곡히 채워진 숲길로, 숲 속에서 숲 바깥에서, 숲과 숲끼리, 그리고 자연성에 관한 것이다. 자연의 특징을 한마디로 압축하여 보여주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자연을 표현하는데, 녹색과 연두 빛에 깊이 감추어진 바람결에 떨리는 풀들의 작은 일렁임까지 감지할 수가 있다.

 

 

길2010-Ⅲ_130.3cm×97.0cm_Oil on Canvas

 

 

2.

 숲길은 누구나 소재로 삼을 수 있고 작가에 따라 자기의 방식으로 그릴 수 있으므로 그런 것을 그린다는 게 별로 새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그렸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어떤 소재를 완성도 깊게 조형화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류재현이 숲길에 공들이는 노력이나 자세는 구도자처럼 처연하고 진지하다. 시간과의 싸움과도 같은 작업방식이 때로는 너무 무심하게 보일지라도, 그러한 태도가 모든 것을 초탈 한 듯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것은 자연을 음미하면서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경외를 지닌 작가의 속 깊은 관찰과 표현 방식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의 숲길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비장하고 더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마음들이 한꺼번에 쓸려가는 듯한, 모종의 자장력에 이끌려 들어간다. 현실적 의미의 삶도 근원적 의미의 삶도 모두 텅 비어 자취를 감춘 듯한, 숲과 풀잎에는 인적 없는 적막함과 고요함이 있을 뿐이다.

 풀잎 하나하나를 묘사하면서 어느덧 극사실적 표현이 손에 익어 자연과 사물을 단순히 정밀묘사 하는데 그치지 않고, 등장시킨 대상으로 하여금 자연 너머의, 또한 자연 내면의 의식과 모습을 발췌해내고 있다.

 짜임새 있는 구도, 안정된 토운, 정확한 데생력 등을 통해 그의 화면은 자연의 일부가 투영된 것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들은 비록 자연의 한 부분으로부터 출발하기는 하였지만 그림 자체가 갖는 완결된 공간성은 특정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서서 보다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자연을 느끼게 한다. 작업방식을 보자면, 연두색과 녹색의 숲은 무수한 가느다란 선과 터치로의 자잘한 붓질로 채워져 있고 부드러운 모필로 그어댄 선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것 마냥 캔버스를 메우고 있다. 그래서 표면은 잔잔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자칫 단조롭게 보일 수 있는 화면은 그런 조심스러운 붓질과 유채의 견고함으로 고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짙게 우려내고 있다.

 

 

길2010-Ⅹ_130.3cm×97.0cm_Oil on Canvas

 

 

 캔버스 검은 밑 색을 바탕으로 겹겹이 올려진 작은 붓질은 때론 숲의 기운이 되고, 때론 침묵의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무수한 터치의 반복과 겹치고 중첩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화면에 원래 발라두었던 검정색 바탕이 미세한 틈으로 보여 진다. 그 틈 사이로 내밀한 호흡이 느껴지며 화면은 오묘한 현(玄)의 깊이로 다가온다. 치열한 붓질의 반복적 과정이 오히려 적막한 사유의 세계를 열어줌은 매우 역설적이다. 그것은 마치 무수한 붓질을 통해 나온 녹색의 향연은 결코 인상파의 외광처럼 느껴지지 않고 작가의 심흔(深痕)의 투영으로서 감지된다. 투영을 숲과 바람의 빛을 통해서 성취하되 이것들의 내면에서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려는데 관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낯선 숲의 무수한 가지들과 잎 새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 그것들의 율동에 따라 생각하며 그것들에다 자신을 투영해 넣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결국 그는 일상의 세계와 공감하고 공명하려는 감정이입을, 심리적으로가 아니라 전인격적으로, 혹은 존재론적으로 처리하는데 도달하고 있다.

 거기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의식과 시각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에 의해서 훼손되고 변질돼버린 자연의 원상회복과 황폐하고 마멸된 인간 심성의 근원 회복이 동시에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화면은 단순한 자연풍경이라고만 말 할 수 없으며, 자연에 등장하는 대상과 빛깔들은 작가 자신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그리고 수시로 생성되는 의식의 컬러하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늘 그리워하고 돌아가고자 하는 자연의 숨결이 내밀하게 숨 쉬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신앙과도 같은 열정이 화면 속에 육화된 생명력으로 재탄생되는 순간과도 같은 것이다.

 

 

길2010-ⅩⅠ_72.7cm×50.0cm_Oil on Canvas

 

 

3.

 요즘 젊은 작가들은 지나친 수공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관람자의 통념을 뒤집는 예술적 트릭은 관람의 유희로 연결된다. 새롭고 빠른 것에 대한 조급함이 대세인 미술계에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작가들은 신선한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작가 류재현의 숲길 그림은 복잡하고 환경이 오염된 시대에 삶의 버거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원초적 삶과 문명에 대한 근원과 진정한 느림의 미학을 진실로 느끼게 해주는 그림이다.

 

2008. 8

김선태  미술평론가

 

 

길2010-ⅩⅢ_90.9cm×45.0cm_Oil on Canvas

 

 

 
 

■ 류재현 (Ryou, Jai-Hyun)

 

1986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및 동대학원 졸업

 

경력  | 2008 | 제1회 개인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전주) | JBAF 전북아트페어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전주) | 전라북도립미술관초대-미술로 소통하기전 (전라북도립미술관,전주) | 2009 | 2009전북미술의 비전과 가능성전 (갤러리라메르,서울) | CIGE (중국국제무역센터,베이징) |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아트페어 (그랜드하야트,서울) | 대한민국청년작가초대전 (한전갤러리,서울) | 전북미술의 비전-극사실주의회화 (전북예술회관,전주) | 2010 | 제1회 블루닷 아트페스티벌 (갤러리 블루닷엠,창원) |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코엑스,서울) | 제2회 개인전 (서신갤러리,전주)

 

수상  | 2009  전국온고을미술대전 최우수상 | 2009  전북미술대전 특선

 

소장  | 전북도립미술관 | 전라북도교육청 | 우진문화재단 | 미래병원

 

 

1986 Graduated from Art Education Department, Jeonbuk National University | Graduated from Art Graduate School, Jeonbuk National University

 

Solo Exhibition  | 2008 The First Solo Exhibition at Sori Cultural Arts Center, Jeonju

 

Group Exhibition  | 2008 | Jeonbuk Art Fair(JBAF) at Sori Cultural Arts Center, Jeonju | Exhibition "Communication through Art" at Jeonbuk Province Art Museum, Jeonju | 2009 | Exhibition "2009 Jeonbuk Art Vision and Potentiality" at Gallery La Mer, Seoul | CIGE at China Wolrd Trade Center Exhibition Hall, Beijing | Asia Top Gallery Hotell Art Fair at  Grand Hyatt, Seoul | Korean Young Artists Exhibition at KEPCO Gallery, Seoul | The Vision of Jeonbuk Province Art - Hyperrealism painting at Jeonbuk Art Center, Jeon Ju | 2010 | 1st Blue Dot M Art Festival at Blue Dot M Gallery, Chang Won | KIAF at COEX, Convention & Exhibition, Seoul | The 2nd Solo Exhibition at Seosin Gallery, Jeonju

 

Dispiay and Collected Buy  | Jeonbuk Province Art Museum/Jeonbuk Office of Education | Woojin Culture Foundation | Mirae Hospital

 

 
 

vol.20101103-류재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