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화 展

 

'능소화 (나비의사랑) 초대전'

 

 

능소화(나비의사랑)_162x130cm_장지에 분채,석채_2010

 

 

갤러리아트힐

 

2010. 10. 08(금) ▶ 2010. 10. 29(금)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996-3 대우월드마크 3층 | T. 031-203-3646

 

www.arthill.co.kr

 

 

능소화(나비의사랑)_72x61cm_장지에 분채,석채_2010

 

 

붉은 빛으로 토해내는 희망의 讚歌

 

 

박옥생/미술평론가/한원미술관 큐레이터

1. 상징의 결합-능소화와 나비의 대화

두 개의 상징이 결합하는 조형은 개별 상징이 충돌하거나 융합하여 전혀 새로운 상징의 세계를 만들어 내거나, 극대의 의미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탄생된 도상이 강력한 의미체계를 확보하고 미적 아름다움을 형성하였을 경우에는 태양과 새가 결합한 삼족오와 같이 오랜 시간을 유행하며 하나의 문화적 전통성으로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 황선화는 능소화와 나비라는 두 개의 모티브를 결합하여 황홀한 실재 너머에 존재하는 환상세계를 가시화 한다. 능소화는 작가가 추억 속에 견고하게 각인된 어린 시절의 담장에 올라앉은 그리움이라 할 수 있는데, 희뿌연 그러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리움들은 아픔과 괴로움이 반동하고 순환하여 사랑으로 기억되고 승화된다. 높은 곳을 타고 올라가는 분홍빛 능소화의 생태적인 성질은 전설과 신화 속에 존재하며, 그 신화는 다시 꽃에 덧입혀 짐으로써 묘하게 부유하는 시간의 간극을 느끼게 한다.

능소화와 함께 등장하는 나비는 나비가 능소화인지 능소화가 나비인지 모호한 경계 속에서 한껏 치장한다. 이 나비는 장자 제물론의 호접지몽의 상징적인 모티브인데, 나비가 자유롭게 날아올라 현상계를 벗어나 이상계로 연출된 선계로 완성되고 있다. 작가가 완성한 황홀한 세계는 장자의 나비처럼 절대자유의 세계인 것이다. 그리고 나비는 몽유도원과도 같은 판타직한 환상 세계의 가시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사실, 황선화의 조형에 있어 나비는 능소화로 제시하고 있는 깊게 각인된 내적인 풍경들을 이상향으로 승화해 끌고 나아가는 매개체로서 존재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나비는 속계(俗界)에서 선경(仙境)으로 끌고 나아가는 아님 승화해 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둘의 신성한 결합은 사실상 꽃과 나비라는 극대의 시각적 경험을 유도하여, 핵반응과 같이 황홀한 시각과 증폭된 오감적 감성을 끌어내고 있다. 이는 이상향의 극치이며 자유의 극치이며 내적 그리움의 극치이자 트라우마(Trauma)의 치유이다.

 

 

능소화(나비의사랑)_53x130cm_장지에 분채,석채_2010

 

 

 

2. 선계(仙界)에 노니는 질곡의 풍경들

시인 이원규는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 만큼은 돼야지’라고 쓰고 있다. 능소화 만큼 슬픈 설화와 전설을 담고 가슴을 저미는 꽃도 드물 것이다. 능소화는 구중궁궐의 임을 기다리는 비빈의 이야기를 담고  높은 궁궐 담장을 넘어 님이 오시는지 그리워하는 아득한 마음을 품고 피어난 꽃이라고 한다. 가늘고 기다란 줄기를 하늘로 하늘로 향해 손을, 목을 뻗는 능소화의 심상(心象)은 님을 기다리다 돌이 됐다는 망부석과 닮아 있다. 그래서 능소화는 애절한 그리움이다.

황선화가 그리는 능소화들은 이러한 붉은 빛으로 물든 능소화의 돌아오지 않을 그리움을 조형화하고 있다. 사실, 작가가 주목한 능소화는 꽃의 유한성과 생명성을 입은 구체성으로 시작되었다. 근작에서 보여주는 화면은 꽃의 명징한 도상성을 벗어나 꽃이라고 이름 지어진 오래된 원형(archetype)의 단계로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도니스의 피에서 아네모네나 붉은색 장미가 탄생하였듯이, 원초적인 바다나 태양을 상징하는 연꽃에서 부처가 태어나듯이 황선화의 화면에는 생명을 잉태하는 강한 생명력과 신성함이 있다. 화면에 골고루 퍼져있는 능소화의 그리움을 입은 아득한 시간의 간극들을 뛰어넘어 섬세하게 녹여낸 여성으로서의 작가의 시선은 내면의 풍경들을 담아내며 붉은 빛 단색화가 가진 엑스타시(Ecstasy)를 경험케하는 정신세계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의 굴곡들과 섬세하게 부서지는 정서들을 능소화에 끊임없이 덧입히기를 해나가고 있다. 강인하고 지혜로웠던 어머니,  활활 타올라 꺼지지 않는 사랑, 지칠 줄 모르는 그리기의 열정,  모두가 능소화로 이입되고 수렴되고 있다.

그녀의 삶을 입고 새롭게 태어난 연약한 꽃잎과 나비의 조형세계는 어리고 곱고 부드럽다. 그러나 황선화의 조형 그 가시성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은 강인한 생의 분출하는 힘이 꽃잎을 터트리듯 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붉은 꽃 바다는 처절한 삶의 절규가 복받쳐 터져 나오는 울음의 간곡함과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어헤치는 시원함 같은 것이 담겨 있다. 이것은 작가의 여성으로 살아온 개인적 삶의 각인이 화면으로 승화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의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화면 앞에 서면 가슴을 저미는 뜨거운 감정의 복받침이 치밀어 오름을 경험하는 것이다. 아찔하도록 아름다운 붉은 선경을 통해 승화시킨 인간이기에 저리도 슬픈 삶을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능소화(나비의사랑)_45x53cm_장지에 분채,석채_2010

 

 

3. 희망의 찬가에 관하여

황선화는 나비와 능소화의 미묘한 경계를 구체화시키고 있는데, 그가 그려낸 나비들은 마치 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불나방을 닮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붉은 화염에 휩싸여 새까맣게 타는지도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방의 숙명적인 처절한 삶의 슬픔이 황선화의 조형세계에 덧입혀져 있는 것이다. 붉음은 오행(五行)의 남쪽에 해당하는 색인데, 여름의 상징이자 왕성한 생명의 기운을 뜻한다. 이는 꺼지지 않는 분출하는 삶의 에너지이며 요동치는 붉은 심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붉음은 창조적이지만 자기 파괴적이기도 하다. 생명의 신 붉은 칼리(kali)나 시바(siva)는 창조의 신이자 파괴의 신인 것처럼. 그래서 붉음에는 강인한 생명력과 무서운 파괴력의 아이러니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화면에 공존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괴로움, 고통, 원망들이 흔건하게 적셔져 있으며, 또한 이를 불살라 버리는 붉은 정화의 불꽃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미묘하게 꿈틀거리는 전율하는 희망의 메아리가 감지되고 있다. 이는 작가가 들키고 싶지 않은 감춰진 비밀의 열쇠이기도 하다. 우리는 붉은 빛 아득한 능소화가 끌어당기는 세계에 잠시 아찔하게 홀리며 그 세계는 희망의 노래처럼 설레인다. 작가 황선화가 보여주는 실재를 넘어 존재하는 꽃과 나비로 구현된 환상의 세계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되어 굳은 쇠를 녹이는 용광로와 같이 부유하는 마음들을 끌어안아 줄지 자못 기대가 된다.

 

 

능소화_30x58cm_장지에 분채,천연염직_2010

 

 

능소화(나비의사랑)_53x65cm_장지에 분채,석채_2010

 

 

 
 

■ 황선화 (Hwang, Seon-Hwa)

 

학력  |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조형예술학과 박사과정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 제9회 개인전 능소화 (나비의사랑) 초대전 (갤러리 아트 힐) | 제8회 개인전 2010,함평나비대축제 기획초대전 (함평엑스포공원) | 제7회 개인전 능소화 SCAF 2009"한국미술의 빛“(예술의전당) | 제6회 개인전 능소화(나비의사랑)-초대전(파주나비나라박물관) | 제5회 개인전 능소화(나비의사랑-만남) 기획초대전(타블로) | 제4회 개인전 능소화(나비II-바라보는사랑)-(군포문화예술회관) | 제3회 개인전 능소화(나비I-바라보는사랑)-(홍익대학교미술관) | 제2회 개인전 풍경이야기-국제신문사초대전(부산문화회관) | 제1회 개인전 능소화(내안의그리움)-(서울하나로갤러리)

 

아트페어  | STAR & BLUE ARTIST HOTELS ART FAIR 2010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 | 2010,“나비 깨어나다” 기획 초대전 - (롯데갤러리) | 2010 Shanghai International Art Fair (상하이대동방미술관)

 

수상경력 및 단체전  | 아세아 국제살롱전 국제미술상 수상 | 대한민국 신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수상 | 대한민국 미술대전 2회 입선,경인미술대전 우수상 | 대한민국 미술대상전 최우수상,무등미술대전 특선 |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장려상, 外 | 각 공모전 특선 및 입선 14회 수상 | 서울메트로 미술관 기획초대전 | MBC미국개국기념 대표작가 초대전 | 2009 대한민국 청년작가 초대전 | 2010 우수작가 초대전 外 국내외 60 여회 출품

 

현재  | 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 한국미협군포지부 기획분과위원장 | 서울미술협회 | 창조회, 시연회, 묵가와신조형체전, 신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운영위원 | 코레아 국제미술제 초대작가 | 한국현대미술협회 운영이사 |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강사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ver8856

 

 

 
 

vol.20101008-황선화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