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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展
'내면의 공간'
기분좋은여름_116.7x90.9cm_장지에 분채_2010
가가갤러리
2010. 09. 15(수) ▶ 2010. 09. 21(화)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1-1 | T. 02-725-3546
꽃바람_116.7x90.9cm_장지에 분채_2010
달콤, 새콤 낭만 도전기(挑戰棋)
박옥생(미술평론,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1. 나는 낭만 고양이~ 마술을 부리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가? 고양이의 빛나는 눈동자에는 그 특유의 로맨틱한 세계와 마법의 신비한 기운이 들어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고양이에게는 수많은 신화나 동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이유인 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그리는 이미연 또한 고양이의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체스추어를 통해 상상력의 깊이와 확장을 열어간다. 고양이의 형태만을 간략하게 그려나간 그의 화면에는 “낭만 고양이”로 명명된 작가의 애완용 고양이가 자유로운 세계를 만끽하며, 때로는 조용하고 우아하게 그리고 로맨틱하게 등장한다. 이는 마치 작가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사유하거나 음유하는 시인의 모습처럼 이 귀여운 낭만고양이는 자신의 세계를 구조화 하며 살아간다. 낭만(浪漫)이란 용어가 역사상에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18세기 유럽에서였다. 문학과 미술에서 낭만주의는 이국적인 원시자연으로의 동경이나 잠든 감성을 뒤흔들며, 서정성을 동반한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급진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이상미를 추구하였다. 잠자는 감성을 일깨우고 자연을 관조(觀照)하는 가운데 시적으로 떠오르는 상상력에 의한 범우주와의 영적(靈的) 합일감(合一感)과 같은 우주와의 교감을 중시여기는 고전적인 낭만주의는 현대 미술의 스펙트럼에 있어 일정부분 환생하거나 확장되고 있다. 이미연의 화면은 먼 과거의 낭만적인 감수성을 뿌리로 두며 경쾌하고 유쾌하며 발랄한 서정성이 밝게 연출되고 있다. 이는 작가가 내밀한 공간에서 호흡 하나하나를 오감으로 느끼며,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서의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공간과 교감하는 자아의 세계를 가시화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의 화면은 그가 사랑하는 고양이와 자신의 방을 회화적인 어법으로 변환시키거나 늘 푸른 나무가 자라거나 사랑스런 물고기가 헤엄치는 환상적인 세계에로 확장시킨 것이다.
사랑방_45x60cm_장지에 분채_2010
2. 지붕위의 화가 지붕위의 화가가 세상을 자신의 시선에 가득 담음으로써 세상을 품안에 담고 세계를 자신의 시각으로 구조화 하는 것처럼 이미연은 자신의 방에서 고양이를 통해 세계를 구조화 시킨다. 화가가 집이나 구석, 모자와 같이 자신의 신체를 담거나 내밀한 사유를 창조하는 고유의 공간들을 조형화 하는 것은 조개껍질에서 탄생하는 비너스와 같이 고전으로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인간의 조형적 사고의 습관적인 모습이다. 어느 철학자는 방과 집은 그 분석에 있어 작가들의 심리의 도해(圖解)라고 한다. 이들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공존하고 있는 영감의 방이자 공간이다. 집의 작은 창문은 안과 밖, 작가의 자아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시선의 환기성을 던지는 신선한 바람을 끌어 들어거나 따스한 기운을 내보내는 통로로서 작용한다. 이미연의 기하학적인 사각형의 공간은 구조적인 공간을 초월하고 꿈과 상상력의 꿈의 장소로 열려져 있다. 그의 공간은 견고한 마음의 성곽과도 같이 세상속의 시련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부드럽고 행복한 집으로 인도한다. 마치 작가의 안략한 보금자리 처럼 말이다. 이 공간은 외부세계와 대항해 나아가면서 안락한 휴식과 고요함을 던진다. 또한 낭만 고양이가 사는 사랑스러운 이 방에는 작가가 동물을 기르는 애정의 시선과 흔적들이 굴러다니는데, 이는 자신의 고양이에게로 전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애정의 시선들과 손길은 작가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자기애(自己愛)의 나르시스(Narcisse) 적인 시선의 표출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A dream tree_60x75cm_장지에 분채_2010
3. 휴식으로서의 나의 방 & 이 여자가 사는 방 화가는 외부세계로, 우주로의 상상력을 확장해 나아간다. 그것은 끊임없는 여행이며 낯선 시간과의 만남이다. 그리고 달팽이가 둥근 집을 이고 자신의 우주를 살아가는 것처럼 안락하고 편안한 또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미연이 연출하는 집(방)은 창조적 영감의 내밀한 공간이자 행복과 미래의 꿈이 곱게 채색된 곳이다. 그것은 나의 방황하는 자아가 오롯하게 정체성을 세우고 기쁨을 만끽하는 안락한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안과 밖에 뚜렷하게 구별된 이 공간은 젊은 청년기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화가가 외부의 취업난, 경제적인 위기와 같은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부조리에 일정부분 벗어난 응고된 소녀적 감상과 환상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것은 사회에 내던져진 88만원 세대가 공감하는 차갑고 냉혹한 현실에 관한 반대급부로서의 핑크빛으로 채색된 낭만으로서 일정부분 교차되는 것은 우연은 아닐 듯 싶다. 그래서 그의 방에 들어서면 작은 창 너머로 따뜻한 마을의 삶의 지붕들이 펼쳐지고 작은 불빛들이 사람이 모여 사는 곳임을 보여준다. 그의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일상에서 건져 올린 채집된 소소한 행복 알갱이들이 유영하듯 떠다닌다. 고양이, 방, 의자 이것은 이미연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작은 인형을 모으거나 장식하던 소녀시기의 감수성이 짖게 묻어나거나 여성성이 강조되고 있다. 신화에서 방은 내밀한 처녀성(處女性)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작가가 고민하고 있는 이성에 대한 사랑이나 이별, 그리고 삶의 존재에 관한 물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깊은 아픔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진한 감동이 놀이로 대변하는 낭만 고양이에게서 읽혀지고 있다. 즉, 자신의 모든 삶의 이야기를 담은 “이 여자가 사는 방”의 모습의 확장된 표현인 것이다. 이미연은 한지에 분채를 이용하여 경쾌하고 로맨틱한 화면을 구성한다. 현대의 동양화가 물성(物性)에서 전해지는 깊은 향기를 내재하고 새롭고 다양한 주제와 구성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미연 또한 그러하다. 상큼하게 다가오는 작가의 화면은 내용에 있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관한 고민과 설채(設彩)의 깊이감에 관하여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과 결과들이 향후 기대가 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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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00915-이미연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