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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展
김용문_지두문-나무_30x30cm_점토_2010
갤러리 고도
2010. 8. 25(수) ▶ 2010. 8. 31(화)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12 | 02-720-2223
김진열_116.7x91cm_배접종이와 아크릴_2010
재회 그리고 시작 장석원(재회 기획자)
멀게는 70년대 중반부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만나서 토론을 벌이고 미술 운동에 함께 참여했던 작가들…. 이제 60대 중반부터 50대 후반의 연령층에 들어섰다. 세월은 무상하고 참 빠르게 지나가며, 한번 지나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위안은 지나간 세월의 일들이 기억 속에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년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안주도 없이 소주를 마시며 떠들다가 결국 친구 집에 가서 잠들던 기억들, 아침에 일어난 박성남은 빠른 필치로 제작되는 추상 화법을 보여 주었다. 그는 순수와 현실의 리얼리티를 반영하는 리얼리즘의 부담을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한강미술관에서 숱하게 시대를 반영하는 전시를 기획하던 장경호는 어쩌다 시대상을 논하는 강연 행사가 끝난 후 다음 날 일찍 목욕을 즐겼다. 수건 하나로 몸을 가린 채 우리는 여유 있는 아침의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80년대의 거센 민주화 바람 속에서 인간의 본질과 그 밑바닥의 감정을 저항적으로 표현하던 정복수는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누구나 그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언제나 서민들의 삶을 주목하면서 대지처럼 다시 일어나는 인간상을 다루기 좋아했던 김진열은 지금도 그 자세를 하나 흩트리지 않고 앞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진실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0년대 초 지리산에서 매장전을 펼치면서 수 많은 토우와 막사발을 땅에 묻었던 김용문은 아프고 난 후 편안해 보이는 지두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 보다 한 세대 떨어지지만 미국 유학 후 박춘호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다양한 담론으로 논의하고 형성해 나가기를 즐긴다. 그의 작업은 실험적이고 개념적이다. 그는 난해한 미술의 자세를 현실의 세파 속에서도 견지하고 싶어 한다.
박성남_춤-산책_72.7x60.6cm_mixed media_2010
우리는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과거로 뒤돌아 가자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흘러가게 내버려 두자. 그러나 과거에는 갖지 못했던 것을 더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자. 과거에 없던 것을 더해서 신나게 놀아 보자. 과거에 알지 못했던 것을 더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자. 깨달음은 아픔을 경유해서 조금 더 얻어지는 것이었다. 깨달음은 모든 중요한 문제가 의지와 열정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다. 때로는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친구 사이가 예술의 그 어떤 명제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박춘호_水群(Water Figures)_120x35x25cm_석고_2010
예술은 언제나 기쁨보다는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쁨보다 고통을 선택해 왔다. 왜냐하면 기쁨은 진정한 마음을 속이기 쉽지만, 고통은 대체적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에 확신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예술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으로 각자의 위치를 몰고 갔지만, 우리는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면서 최소한의 예술적 자존심을 지켰다.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노 선을 충실하게 지켰다. 이미 그 마지노 선 마저 무의미하게 된 것을 잘 알면서도.
장경호_해월연구_60.6x72.7cm_Acrylic on canvas_2009
그래서 재회는 다시 새롭게 반죽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 반죽은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눈빛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예술적 태도로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일관성으로 다시금 깨어나게 될 것이다. 예술이 사회적으로 몇 층의 하이러라키를 만들어 내면서 레벨화 하고 가치의 울타리를 만들고 귀족과 서민을 만들어내는 사이에도 우리는 그 밑바닥에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예술적 시선과 동지적 마인드와 우정과 순수의 가치를 잃지 않게 될 것이다. 그것이 최후의 가치이고, 최종적 성과이며, 이것이 영원할 것으로 믿는 덜떨어진 마음의 표현이다. 재회는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장석원_봄_45.5x38cm_캔버스위에 크레파스 수채물감_2010
정복수_마음의일기_47.5x21cm_하드보드지에 연필 물감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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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00825-재회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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