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메일 - 아트메일

백향기 展

『 자 연 의 빛 』

Touch-image(心象)_140x115.5cm_Mixed Media_2010

서울展 가나아트스페이스 1층

2010. 8. 18(수) ▶ 2010. 8. 23(월)

Opening : 2010. 8. 18(수) PM 6:00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 | T. 02-734-1333

www.insaartcenter.co.kr

대전展 오원화랑

2010. 8. 26(목) ▶ 2010. 9. 1(수)

Opening : 2010. 8. 26(목) PM 6:00

대전 서구 둔산동 1393 청우빌딩 B1층 | T. 042-489-8778

https://cafe.daum.net/owongallery

Touch-image(心象)_112x145.5cm_Mixed Media_2010

자연의 빛 (The light of nature)

자연은 스스로 그러함이다. 어떤 인위적인 가감이 없고 스스로 그러한 상태이다. 표현 한다는 것은 눈에 비추어진 또는 마음에 그려진 내 생활의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 보는 일이다. 자연에서 배어져 나오는 향기들의 이미지를 화폭에 재구성하여 내 그림에 형상화 된다.

자연의 이미지를 미리 정해 놓고 그 뒤에 형체를 다시 파괴하므로 파편화된 빛을 표현한다. 즉 자연의 빛이 닿는 터치로 기하학적인 형태들과 어우러진 색면을 통해 형상이 드러나는 반구상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 이다. 화면에 포착된 우연적이며 계획적인 조형 요소들은 스스럼없이 반복하면서 보기에 따라, 느낌에 따라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꽃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새나 나무 등 모든 자연물로 표현 된다. 이러한 상상과 표현으로 감상자와 교감을 나누고자 했다. 혼합된 재료에 물감을 흘리거나 부어서 만든 드리핑 기법으로 평면 회화에서 다양한 질감과 유동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Touch-image(心象)_162.2x130.3cm_Mixed Media_2010

백향기의 꽃그림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

2002년의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백향기의 거의 모든 그림에는 꽃이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 무더기, 종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붉고 노랗고 흰 꽃무더기가 화면의 한쪽에, 혹은 중앙에, 혹은 화면의 전체를 감싸고 잇다. 꽃무더기 이외에 그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은 마티에르인데, 두껍거나 얇거나 거칠거나 매끈하거나 간에 화면의 질감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년간 간간이 이런 저런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명제표를 보지 않고도 '이것은 백향기씨의 작품이군' 하고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전미술대전의 대상 수상이라던지 이동훈미술상의 특별상 수상 등의 시상식을 접했던 바, 그의 작품 양식은 일반적인 공감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지러운 대전미술대전의 한 켠에 걸려 있던 그의 대상작 앞에서 시간을 소요하며 서성였던 기억이 있다. 시전이든 어떤 형태이든 공모전의 수상전 앞에서는 그저 발걸음의 보폭만큼의 감상만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좁은, 혹은 날선 소견 속에서도 그의 작품은 발걸음을 붙잡는 바가 있었다. 백향기라는 이름의 작가가 꽃을 그린다는 것은(물론 그의 이름의 한자가 香氣가 아니라 香基라는 것을 후에 알았으나) 어쩐지 잘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고, 말붙이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빈틈없이 단정한 외모의 소유자인 그가 꽃을 그린다는 것도(역시 대화를 나누어 본 이후에는 유쾌하고 솔직한 성품인 것을 알게 되었으나) 그의 작품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요컨대 나의 의문은 왜 그가 계속 꽃을 그리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그는 꽃의 상투형, 이른바 꽃이 인간세계에 가지는 일차적인 의미인 '아름다움'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꽃이 그의 작품을 그의 작품답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임과 동시에 그의 작품을 틀 안에 가두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면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꽃을 왜 그리시나요?" 하는 질문을, 꽃을 그리는 작가에게 던지는 질문 치고는 다소 무지막지하게, 던져 보았다. 시인에게 왜 시를 쓰시나요,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게 왜 노래를 하시나요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꽃그림을 그리는 화가에게 왜 꽃을 그리느냐는 막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는 질문의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왜냐하면 꽃그림이라는 것이 가지는 상투성이..... 이런 작품들에서 꽃을 빼고 생각해 본다면 해석의 폭이 좀 더 넓어질 가능성이..... 여성 작가로서 꽃을 그린다는 것에 덧씌워지는 여성성에 대한 해석의 위험성이....." 등등.

Touch-image(心象)_91x116.8cm_Mixed Media_2010

그런데 줄기차게 수년간 꽃을 그려온 그의 대답은 허무할 정도로 선선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고, 심지어 꽃을 빼고 그려보라는 충고도 수차례 들어본 바가 있으나, 본인은 아직 지금보다 더 나은 작업을 할 때가 되지 않아 아직도 꽃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는 겸손한 대답이었다. 마티에르가 두드러지는 추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놓고 나서도 어딘지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꽃을 채워 넣게 되더라는 이야기, 이러한 종류의 솔직함 앞에서는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입장을 바꾸어 나라도 그러한 방식의 대답을 했을 것 같다는 인정이랄까 이해랄까, 그런 보편적인 공감의 토대 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 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에 그는 지나치듯 꽃그림을 그리게 된 애초의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은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도 참고의 지점이 될 만 했다. 이야기를 정확히 옮기기는 어렵지만,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아이를 낳은 뒤 (여성의 입장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세계가 달리 보이는 일반적인 계기가 되는 바) 집밖에서 이름 없는 들꽃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전에 보던 들꽃들과는 다르더라는 이야기이다. 그것들은 알지 못하는 어느 순간 생겨나 살아있는 것, 살고 싶어 하는 것, 자라나는 것, 자라나 꽃을 피우는 것들이더라는 말이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 무엇하나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살고자 하는,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그 스스로 자연의 일부이면서 다정한 눈길과 손을 필요로 하는 존재를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두었던 엄마로서의 경험은, 그로 하여금 작은 들풀이 피운 꽃의 생생한 살아있음을 남다르게 느끼게 하더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화면 속에 빈출하는 꽃무더기는 그러한 종류의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자칫 현학적인 수사로 물들 수 있는 추상적인 화면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나는 것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일상의 경험을 어렵고 딱딱한 수사로 말하는 것을 거부하는 그의 성품과도 잇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화실을 나오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과장된 말처럼 들릴 것인가. 새벽형 주부인 그는 아침밥을 차리고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식구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화실로 발길을 향한다는데, 그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그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즐거운 것이다. 세상에는 스스로가 설명되지 않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작가도 있고, 칼날같은 의식으로 수천년의 미술사를 꿰뚫어보는 작가도 있지만, 평화롭고 안정된 의식 속에서 다작(多作)을 남기는 작가도 있다. 여러갈래의 길 가운데 하나의 길을 작가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는, 길이 작가를 선택하는 것 같다. 기질이나 성품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운명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타인에게 굴곡이 굴곡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정신적 여유와 품을 지녀서인지, 꽃들이 많은 산책로가 그를 선택했고,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각박한 일상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 부러운 일이다.

이윤희 (前.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Touch-image(心象)_45.5x159.0cm_Mixed Media_2010

■ 백향기 (Baik, Hyang-Ki)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서양화전공 |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University Plus Drawing Program 수업 | Texas A & M University

경력 | 목원대학교, 중부대학교, 충청대학, 공주대, 혜천대 출강역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baik118

vol.20100818-백향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