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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기 展
『익명성과 실재』
전시 공간 1
갤러리 아미
2010. 6. 28(월) ▶ 2010. 7.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0-17 8F | T. 02-514-5568
전시 공간 2
정종기의 「익명성과 실재」에 대한 아비투스
변종필 미술평론가
정종기는 현대사회에서 그 존재적 의미와 가치를 상실한 인간에 대해 '익명성과 실재'라는 미학적 시각과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탐구하는 작가이다. 그의 회화는 사진 매체에 내주었던 재현·복제의 기능을 다시 손의 기능으로 회복시키며 회화의 고유성을 고집한다. 그에게 사진은〈Talk〉시리즈처럼 기억-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한 참조의 도구일 뿐 프린트 기법과 같은 제작적 편리함까지 차용하게 하는 매개체는 아니다. 그의 사진과 회화의 동맹은 이미 재현의 방법을 넘어 표현대상에 대한 해석의 문제로 전이 된지 오래다. 정종기의 회화가 지닌 특별함은 역시 익명성과 실재 사이에 팽팽하게 감도는 긴장감에 있다. 뒷모습의 인물과 인물이 바라보는 배경 사이의 긴장감은 그의 작품세계를 읽는 첫 번째 코드이다. 회화 속 인물은 익명성을 강조함으로써 주체의 상실을 역설한다. 존재하지만, 무엇으로, 누구로 존재하는지를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삭제하고, 대신, 성별, 나이, 복장에 의한 최소의 단편적 기호만을 남긴 채 실재하는 존재의 상실을 강조한다. 이는 그의 대표작품〈Talk〉시리즈에서 보편언어의 상실에 따른 현대사회의 소통 부재와 단절이라는 시대적 징후들을 담은 장면에서 충분히 드러난다.〈Talk〉시리즈에서 시대적 징후를 바라보는 인물은 자기 앞에 주어진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이지만, 정작 대상은 그것을 바라보는 주체와는 전혀 무관한 듯하다. 결국은 자신 앞에 펼쳐진 세상이 허구이고, 허상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엄연히 존재한 실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정작 실재가 존재해도 그 존재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유대상과 실재의 일치를 전제로 했던 철학이 무너지고, 사유대상의 의미와 주체의 개념이 상실된 결과이다.
전시 공간 3
정종기의 회화는 문득 인간 본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지며 가치와 윤리를 상실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묵시론적 시각으로 접근했던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존재적 실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허상을 보고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반성적 시각이 정종기의 회화에 담긴 주체와 정체성의 상실과 상통하는 분위기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종기의 작품은 일상성을 주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팝아트의 대중적 경험과 연관되어 있지만, 실재 그 이미지는 대중성 있는 인물들 대신 익명성의 인물로 채워져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른바 팝아트의 대표적 소재인 앤디워홀, 마오쩌둥,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대중적 스타나 정치인을 등장시킨 작품이 아니라, 이름 없는 소녀나 일상에서 스치는 수많은 익명의 얼굴들을 작품의 주체로 선택한 점이 그렇다. 현대사회에 엄연히 공존하는 대중성과 개별성이지만, 어느 순간 개인의 존재가치가 상실되면서 겪게 되는 인간소외는 누구나의 모습일 수 있음을 말하는 듯하다. 이는 그의 작가노트에서도 발견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이미지는 실재적 존재이기보다는 ‘기억-이미지’로서의 시간성을 보유한다. 주된 모티브는 일상에서 나타나는 대중화와 개인주의로 인한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익명성이다. 익명의 도시인들의 삶의 모습을 화면에 재구성하여 문명화된 현실 속에 감추어진 인물의 일상을 표현하여 개인의 존재와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노트-
전시 공간 4
정종기의 이번 전시가 갖는 특별함은 영상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도입이다. 그는 이미지를 연속화할 수 있는 영상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회화로는 담을 수 없는 표현을 직접적인 연출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사실 그의 영상작업은 영상적 이미지가 감도는 회화에서 그 전조를 찾을 수 있다. ‘회화에 묘사된 클로즈업된 인물의 뒷모습이 일부분 촬영된 듯한 표현으로 마치 영화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라고 했던 작가의 고백을 보면 영상작업은 회화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정종기의 영상은 기존의 평면회화와는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의 영상작업은 기승전결이라는 보편적 흐름에서 지각될 수 있는 편집기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화면과 화면 사이의 연결을 연속성의 법칙과 관습에 의한 편집이 아닌, 합성한 장면들을 부드럽게 이어주지 않고 끊어지듯 상호 충돌시키는 비연속 편집(discontinuity editing) 기법을 선택했다. 여름 한낮, 나룻배, 마을버스, 연등, 여행, 전쟁, 파괴, 고아, 도시 등 익명의 사람들이 겪어온 일상의 모습들이 개연성 없이 연결되고, 중첩되었다. 그리고 반복된다. 이러한 시도는 작가가 탐구해온‘익명성과 실재’라는 미학성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수단이다. 그는 분절된 이미지들이 오버랩 되면서 빠른 속도로 반복되는 영상을 통해 영화의 몽타주적 성격을 포함해 훨씬 강렬한 내러티브narrative를 발산하는 구성체로 전환했다. 특히, 평면의 고집스러운 특성이 사라졌다. 어떤 사건의 내용이나 순서, 시간의 흐름이 거세되고, 순식간에 스쳐 사라지는 다양한 이미지들 속에서 관람자에게 제공되던 최소한의 시각적 요소가 지닌 임팩트마저 해체했다. 짜여진 영상은 임의적 멈춤이나 개연성 있는 배열로 재구성되거나 수정되는 여지를 남겨놓지 않고, 복잡하게 구성된 화면은 회화에서 보여준 간결성과 함축성을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 소리를 삭제한 침묵이란 장치는 쉼 없이 교차하는 여러 이미지와 대조적인 느낌을 준다. 이처럼 멈추지 않는 영상과 소리 없는 외침은 실재의 존재성을 잃어가는 우리들의 고독과 소외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실재가 부재(不在)한 현실사회의 모순은 정작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상실로 고립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동시에 인간소외가 더욱 가속화되는 현실을 비판적 시각으로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 공간 5
실재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에 부합하는 실명(實名, real name)은 상실되고, 현대인의 익명화는 네트워크의 공간처럼 가속화되고 있다. 이 점에서 정종기의 영상은 동시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익명의 인간이 쏟아내는 역사와 시간, 과거와 현재를 축적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영상작품은 현실보다 더욱 실재적인 가상공간으로 현실의 모호성을 비판하며, 실명을 상실한 인간이 겪는 주체의 상실을 또 다른 타자(他者)로서 바라보게 한 그의 의도가 분명하게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일차 성공한 셈이다. 인간의 존재성을 ‘익명성과 실재’라는 일정하게 구조화된 미학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정종기의 고집스러운 아비투스habitus는 여전히 또 다른 반동(反動)을 기대하게 한다.
전시 공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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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기 (Jeong, Jong-Kie)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미술학 박사)
개인전 | 2010 익명성과 실재, 갤러리아미, 서울 | 2010 communication, 갤러리우덕, 서울 | 2009 talk, 아트파크, 서울 | 2009 상실, 부재의 메세지, 시카고갤러리, 수원 | 2007 인체이미지와 내면풍경, 인사아트센터, 서울 | 인간소외와 익명성, hun gallery, 뉴욕 | 2006 일상에서 발견한 일탈의 미학, 고양어울림미술관, 고양 | electronics humanoid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 2001 봄의 움트임, 현대아트갤러리, 서울 | 봄의 움트임, 갤러리 전람회의 그림, 당진 | 2000 자연으로의 회귀, 롯데화랑 본점, 서울 | 1996 자연으로의 회귀, 갤러리동주, 서울 | 1995 자연으로의 회귀, 단성갤러리, 서울
아트페어 | 2009 한국 국제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 MANIF15!09서울국제아트페어展,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2008 골든아이 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 한국 국제아트페어(KIAF), 코엑스, 서울 |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2007 SOAF, 코엑스, 컨벤션홀, 서울 | 아트대구, EXCO, 대구 | 화랑미술제,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MANIF13!07서울국제아트페어展,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2006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코엑스 태평양홀, 서울 | MANIF12!06서울국제아트페어展,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주요 단체전 및 초대전 | 2010 갤러리페이스 개관기념초대전, 갤러리페이스,서울 | 2009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개관기념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서울 | 쉐마미술관 개관기념초대전, 쉐마미술관,청주 | 개관 35주년 畵香春信 한국현대회화 100인전, 우림화랑,서울 | A Small Fortune, 아트파크,서울 | 2008 Korean Figurative Art, DIE GALERIE, Frankfurt, 독일 | 독일 폰 브라운 베렌스 갤러리 한국현대작가 12인 초대전, 독일 | from people, 아트파크, 서울 | 2007 real image: made in korea, 인사아트센터, 서울 | star is art, 인사아트센터, 서울 | gallery henoch 기획 summer group show, gallery henoch, 뉴욕 첼시 | 등 250여회
수상 경력 | 2004 제2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수상 (국립현대미술관) | 2003 제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수상 (국립현대미술관) | 2002 제2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수상 (국립현대미술관) | 2001 제30회 구상전 공모전 특선수상 (국립현대미술관) | 2000 제29회 구상전 공모전 특선수상 (국립현대미술관) | 1993 제22회 구상전 공모전 특선수상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작품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대한주택공사 | 한국민속촌미술관 | 아산병원 등
현재 |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홍익대학교 출강 | 뉴욕 첼시 gallery henoch 전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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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00628-정종기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