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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展
' 녹색플래시 '
기억을 추적하다_120x80cm_Digital C-Print_2008
갤러리 룩스
2010. 5. 19(수) ▶ 2010. 5. 25(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기억을 추적하다_120x80cm_Digital C-Print_2008
나는 나의 생활과 시간 속에서 내 자신을 직접 만나고, 무언無言의 관계를 맺은 주변의 풍경과 모습들을 기록한다. 사진을 통해 남겨놓는 기억 속 풍경은 내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대상과 풍경을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즉, 나의 주관적 시선은 대상과의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사진 속에서 나의 위치감을 존재케 하며, 꿈꿀 수 있게 한다. 마치 일기를 적어내려 가듯 내 자신의 기억을 추적하려고 하고 실제 '나' 이외에 존재는 사진으로 남는다. 나의 시각적 일기 속에는 늘 무표정한 침묵이 자리한다. 또한 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단순한 예쁜 이미지로 머물기를 거부한다. 그보다는 나의 가슴속에 숨어있는 표출하지 못한 내면의 경험을 재현하고자 한다. 혹, 사진 속에 인물이 등장하지 않을지라도 거기에는 부재하는 인물을 연상시킬 수 있는 것들이 표현되기를 바란다. -사진은 진실성을 이야기하면서 리얼리티의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사기"이다.)
기억을 추적하다_120x80cm_Digital C-Print_2008
녹색 플래시를 기다리며
김승곤(사진평론가, 순천대 교수) 백열등 불빛을 받으며 주차장 바닥에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 붉은 십자가처럼 보이는 나무 창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애매하게 흔들리는 나무와 국화꽃, 붉은 페인트가 칠해진 벽, 선혈처럼 번들거리는 액체가 담긴 염화 비닐 바케츠, 푸줏간에 걸린 선홍의 고깃덩어리, 소파와 커다란 꽃무늬가 그려진 의자, 진열장에 늘어선 돼지 머리와 내장과 뼈, 유원지의 자이로 드롭과 회전 그네…, 붉다. 지상의 모든 사물들이 온통 블러드 레드의 검붉은 색으로 뒤덮여 있다.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사물들은 어둠 속에서 둔탁한 존재의 빛을 발하고 있다. 도대체무엇이 그를 이처럼 두려워하게 만들고, 불가항력의 힘으로 끌어들이는 것일까, 그의 잠재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인간은 유전자 수준에서 빨간 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정열과 생명력, 사랑, 활기, 아름다움, 숭고한 희생…. 그러나 붉은 색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의 사진들을 넘겨보면서 이런 언어들이 뇌리를 스친다. 분노, 파괴, 공격, 공포, 죄악감, 폭력, 타락, 위험, 불안, 악몽, 초자연, 숙명, 고통, 탐미, 환상, 퇴폐 … 이 운명처럼 피할 수 없는 모순된 세계. 고통은 강렬하고 길게 이어진다. 붉은 색은 상처 받은 심리적 상태를 상징한다. 의식의 깊은 곳에 낙인으로 찍혀버린 트라우마, 불에 달궈진 금속이 피부에 닿는 듯한 통감각, 너무 농밀하게 익어버린, 부패가 진행되기 시작한 과일을 칼로 잘랐을 때 터져 나오는 달고 진한 과즙. 자신도 모르게 목청껏 외치며 어딘가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 엄격한 금기, 자학…
기억을 추적하다_120x80cm_Digital C-Print_2009
뭉크의 하늘보다 더 붉고 진한 색으로 녹아서 흐르는 대기. 그가 보여주는 모노크롬의 세계는 체액이나 점막처럼 미끈거리고 끈적거리는 붉은 색이 지배하고 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파온다. 붉은 조명을 받으며 침대 위에 앉아 있는 감미로운 인형들의 부드러운 드레스 끝으로 드러난 작은 손과 발, 플라스틱 피에로는 슬픈 얼굴로 어둠 속에 서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텅 빈 의자들, 머리가 잘린 음흉한 돼지들은 소리 없이 웃고 있다. 신화처럼 까마득한 시간 속에서 영화관 통로 바닥에 흩뿌려져 형광물질처럼 희게 빛나는 팝콘들만이 현실의 유일한 증언자다. 그 하늘에는 항상 불길한 붉은 구름이 떠있을 것이다. 붉은 태양에 비친 세계에서는 모든 사물과 현상을 가르는 경계까지도 붉은 색으로 물들여져 있을 것이다. 태초의 근원과도 같은 붉은 색. 그곳에는 저항도 예외도 없다. 붉은 색은 자연이다. 그것은 그가 붉은 색 안에 살고 있으며, 메두사의 눈처럼, 그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엇이건 붉은 색으로 바뀌어버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민연기의 사진이다. 붉은 태양은바다에 떨어지는 순간, 그 마지막 자리에 순수한 녹색 플래시를 남긴다. 그는 매 순간마다 그런 짧고 눈부신 잔상이 가슴 속에 살아나는 것을 기다리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억을 추적하다_120x80cm_Digital C-Print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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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연기 서울여대 공예학과 상업디자인 (그래픽) 전공 졸업 | 한성대 일반대학원 회화과 사진전공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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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00519-민연기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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