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원 展

 

 

우연의지배(Incidental Dominion in Life)_40x70cm_Acrylic on Canvas_2009

 

 

Gallery SO

 

 

2010. 5. 7(금) ▶ 2010. 5. 20(목)

전시시간: 11:00 - 19:00(일요일은 쉽니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8-17 네이처포엠 201호 | T.02-548-9648

 

 

 

 우연의지배(Incidental Dominion in Life)_97x162cm_Acrylic on Canvas_2010

 

 

강구원 “우연의 지배 -원시적 표현주의”

 

 

글/ 민동주(미술비평가)

 우연의 지배라는 대전제 아래 “고요와 움직임”을 주제로 했던 강구원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작업 “우연의 지배 -원시적 표현주의”는 그 스타일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명상 속에 스스로를 정화하는 자세로 정성들여 다듬은 바탕 화면과 그 가장자리에 있는 수직과 수평의 선들이 이루는 사다리 모양의 형상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느슨해진 선과 색이 만들어낸 색면들이 어지럽게 난무한다. 단단한 수면 위에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이 일순간에 깨어지고 금방이라도 해체될 것 같은 형상들이 중심으로 돌진하여 불안정한 형태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잔잔한 수면 아래 꿈틀대던 어떤 것이 고요함을 깨고 물 밖으로 튀어 나온 모습이다. 고요하던 수면의 평화는 자취를 감추고 바다는 사정없이 출렁인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이던 상대적으로 가볍고 맑았던 색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검은색과 회색 등 무겁고 탁한 색들이 중앙에 떠 있는 듯하다. 오랜 세월 작가의 작업의 근간을 이뤄 온 우연도 보다 다양해진 발현을 보여준다.

 

강구원 작가에게 있어서 우연은 작가가 시작한 작업을 완성해주는 인간의 의지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작용하는 힘이며 대자연의 질서의 일부이고 절대자의 섭리다. 어떤 계획이나 의도가 앞서 작용할 수 없는 우연이 작가의 의도와 만나 만들어내는 변화는 작가에게 우연을 지배하는 필연이라는 이름의 어떤 거역할 수 없는 질서를, 그리고 그 뒤에서 작용하는 절대자의 섭리를 인지하게 한다.  대자연의 질서 속에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이 일으키는 경이를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우연이 주는 예기치 않았던 선물을 작품의 완성에 포함시키는 그가 공들여 여백을 가다듬는 대신에 특징을 잡아내는 크로키를 하듯 탄성과 순발력을 이용한 보다 적극적인 표현 방법을 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연의지배(Incidental Dominion in Life)_97x162cm_Acrylic on Canvas_2010

 

 

기호화된 형상 이미지와 우연

 

  형상화는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목적이나 의도와 무관한 우연과는 서로 갈등 관계에 있다. 하지만 심상이나 정신은 정형화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연에 의해  표현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색채로 이루어진 면이나 붓질로 만들어낸 선들은 실제 사물이나 행위를 형상화하고 있다.

 

  “고요와 움직임”을 주제로 한 연작의 정성들여 가다듬은 바탕화면은 바다를 형상화한 것으로, 작은 움직임조차 느낄 수 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자기)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작가의 말) 거울의 이미지이다. 이는 자신의 의지대로 잘 가다듬은 표면에 대한 자기만족, 즉 자아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즘의 거울이기도 하고, 거울 뒤-고요한 바다 속-에 감춰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자기 성찰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 주변에 수직 획과 수평 획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의지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된 공간이며, 이렇게 생겨난 사다리의 이미지는 “사회나 가족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고자하는 욕망의 표현”(작가)이기도 하다. 여기에 때를 기다려 한 순간에 일어나는 돌발적인 붓놀림이나 바탕화면의 팽팽한 장력을 깨뜨리는 선과 색의 위치 선정 등에 있어서 간접적으로 우연이 개입하지만 선명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 좀 더 과감하고 직선적인 표현인 이번 작업은 기법에 있어서는 타쉬즘(tachisme)에 가깝지만 상을 형상화하는 일을 전적으로 우연에 맡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감으로 칠하고 긁고 다시 칠하기를 반복하여 화면을 물감으로 덮어씌우는 행위는 실제로 지우는 행위의 표현이고, 물감 묻힌 붓으로 반복해서 씻어 내리듯 물감을 덧바르는 행위 또한 말 그대로 씻어 내리는 행위의 표현이다. 지우거나 씻어서 없애고 싶은 것은 절망과 좌절만을 안겨주는 과도한 욕망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물감의 뒤섞임, 선의 번짐, 물감의 흘러내림, 뿌리기를 통해 예기치 않았던 곳에 떨어지는 물감 방울들, 등의 우연이 이전보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더해진다. 대자연의 질서 속에 인위적 질서와 우연이 조화를 이루듯이.

 

 

우연의지배(Incidental Dominion in Life)_97x162cm_Acrylic on Canvas_2010

 

 

우연의 지배 - 즐거움 그리고 교감

 

  “고요와 움직임” 연작에서는 생동감보다는 관념적 요소가 강했던 반면, 이번 작업에서는 작가의 심상이 보다 즉각적이고 대담한 방법으로 표현되는 가운데 우연의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주관적이고 원시적인 표현주의 요소가 강하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적 없이 단순한 의식의 편린들을 갖고 색을 고르고 칠하고 선을 긋고 한 가지 색이 마르기 전에 그 위에 다른 색을 칠하고 서로 섞이어 번지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의 전개에 즐거움을 느낀다. 화면 위에 내리 꽂는 즉흥적 붓 터치에 쾌감이 있다. 음양을 의미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굵은 붓 터치를 파종이나 모내기 행위를 의미한다고 한 작가의 말은 의도했든 안 했든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연의지배(Incidental Dominion in Life)_100x100cm_Acrylic on Canvas_2010

 

 

  

 우연의지배(Incidental Dominion in Life)_110x130cm_Acrylic on Canvas_2010

 

 

 

 

■ 강구원

 

1985 동국대학교 예술대 미술과(서양화전공)졸업

 

개인전 | 2008 LA루비콘갤러리 기획초대"고요와 울림“(미국) | 2009 파란네모갤러리 “고요와 울림”(서울) | 2010 갤러리 소 초대전(서울)등 19회

 

그룹전 | 2010  개관1주년기념 겸재화혼전(겸재기념관. 서울) | 자연-치유전(포천아트밸리. 포천)등 200여회

 

현재  | "우연의 지배”라는 주제로 작업하고 있으며, 국제미술전문지(계간버질아메리카 주간),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현대미술작가회, 한국미술협회포천지회, 경기북부작가회원.

 

홈페이지  www.kanggoowon.com

 

 

vol. 20100507-kanggoowo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