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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관 초대展
“작은 씨앗이 전하는 소박한 행복”
생생지리_58x43cm_한지에 채색_2010
장은선 갤러리
2010. 3. 17(수) ▶ 2010. 3. 27(토) reception : 2010년 3월 17일 pm 4:00~6:00 서울 종로구 경운동 66-11 | T.02-730-3533
강낭콩_57x53cm_한지에 채색_2010
간결한 형식에 담긴 생태적 서정
김진관의 작업을 대하면 일상의 삶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몇 가지 중요한 주제들과 만나게 된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작은 것의 소중함이다. 그가 보고 표현하는 세계는 커다란 세계가 아닌 조그마한 세계이다. 크고 작음이란 상대적 개념이다. 그러므로 작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 존재의 크기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 느껴지는 존재감에 대한 소회를 지칭한다. 김진관은 우리 곁에서 호흡하며 같이 살아가는 그러나 너무 흔해 그 존재를 잊고 사는 세계에 주목한다. 콩, 콩깍지, 들풀, 개미, 잠자리, 벌과 나비 같은 작은 생명들. 그 중 하나쯤 없어진들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없을 것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대부분의 삶 또한 그 흔한 일간지 한 모퉁이조차 장식하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이지 않은가. 그러나 그 소소하고 미미한 존재들 또한 그 나름의 사명과 소명으로 우주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 우주도 이 작은 존재들이 있으므로 존재한다.
우리는 때로 커다란 이상에 많은 것을 건다. 큰일을 위해 작은 일을 희생한다. 민주주의의 이상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줄 안다. 물론 커다란 이상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는 일이란 매우 고귀한 일이다. 이상이 실현되었을 때 또는 실현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일상의 행복으로 인도하는 것들은 그처럼 커다란 이상들이 아니다. 때론 너무 흔해 잊고 사는 것들의 재발견들이 우리를 새로운 존재의 인식으로 이끈다. 봄날 따사로운 한줌의 햇볕, 가을날 귓가를 스치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 길가에 나둥그는 작은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에서 우리는 생명의 경이와 삶의 목적을 발견하고 행복을 느낀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에는 콩, 들풀, 벼, 메뚜기, 매미, 그리고 막 껍질을 깨고 날아오르는 나비 같은 작은 생명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 생명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있다. 늦가을 나뭇잎 아래 떨어져 다른 어떤 존재의 겨울나기 식량이 되거나 혹은 땅 밑으로 들어가 다음 생을 이어갈 나무로 태어나거나 또는 그대로 썩어 대지를 풍요롭게 할 밑거름이 될 밤알이나 도토리, 그리고 그러한 모든 생명들의 삶이 깃들어 있는 자연이 있다. 김진관은 세심한 눈길로, 정치한 필치로 생명의 다툼과 아우성 그리고 평화와 안식을 그려낸다. 그 안에는 근대이후 개발바람과 함께 들이닥친, 크고 빠르고 위대한 능률만을 쫓는 바쁜 서구식 삶에 지친 근대인들을 위로하는 작고 소중한 위안의 손길이 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형식의 간결함이다. 그의 작업이 보여주는 형식은 허전할 정도로 간결하다. 그려져 있는 화면보다 빈 공간이 많은 화폭에 무작위로 흐트러져 있는 몇 알의 호두나 자두, 콩알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구석에 무상의 허전함이 전해온다. 처음 그의 화폭과 마주하면 그 속에서 화면이 발산하는 맛을 느끼기 힘들다. 그의 화면에는 달고 쓴 강렬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의 중성공간이 연출되어있기 때문이다. 그의 공간은 자연에서 얻은 것이되 이미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추상화된 공간이다.
콩이든 파든 자두든 어떠한 존재의 의미는 그것이 존재하는 시공간의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밭에서 막 수확되는 콩과 시장의 진열대에서 팔려나가기를 기다리는 콩, 혹은 부엌에서 요리로 태어나는 콩, 콩의 가치는 그것이 놓여 있는 공간과 함께 한다. 만일 컴퓨터 자판 위에 올려 진 콩알처럼 전혀 의외의 공간에 어떠한 존재가 출현한다면 그 존재와 공간의 대비로 인해 새로운 의미가 도출될 것이다. 그러나 김진관의 작업은 존재의 대비를 통한 의미의 탄생이란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소재들은 본래 그것들이 존재하는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오직 표현된 곳과 표현되지 않은 두 공간의 대비만이 그의 작업형식을 결정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이러한 간결하고 무미한 중성공간은 우리에게 더 풍부한 의미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연다.
김 백 균 / 중앙대 교수
콩_54x44cm_한지에 채색_2010 늦가을_65x57cm_한지에채색_2010
그의 작업에서 팥이나 콩 같은 작고 둥근 소재가 허공에 흩뿌려진 것과 같은 공간연출은 감상자에게 있어 감각적 시공을 정지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 대상의 전후좌우의 맥락과 관련된 배경을 거세하고 오직 그 존재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러한 배치는 감상자의 정신적 산란을 방지한다. 허전한 그의 화폭과 마주하는 순간은 고요와 마주하는 순간이다. 마치 군중 속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의 귀에 일순 잡다한 소음이 사라지고 아이의 목소리만 들리는 경험과 같은 고요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고요란 물리적 소음이 없는 상태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적 평정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천지가 조용한 상태에 있어도 내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면 결코 고요해질 수 없다. 물론 이 반대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이다. 외적 형식과 내적 마음이 안정될 때 우리는 고요의 경계로 들어설 수 있다. 이러한 정신적 고요의 경계에 들어서야만 우리는 정신을 대상에 집중시키고 그 대상 본연의 모습과 만날 수 있다. 배경과 맥락이라는 현란한 장식의 겉옷을 벗어던진 존재 그 자체와 만나는 이 고요의 경계에 들어서면 그가 그 존재와 나누었던 그 대화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체험의 방식은 모든 종교적 체험과 유사하다. 인간의 소박한 소망과 헛된 욕망이 씻겨나간 텅 빈 공간에서 만나는 존재 그 자체는 적멸의 공간이다.
그 다음은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이다. 그의 작업에는 이야기가 있다. 조용히 허물을 벗는 잠자리와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는 풀잎, 현란한 날벌레들의 끊임없는 날개 짓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에는 작은 생명들의 모습들과 그 생명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작은 생명의 살아가는 이야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초여름 살구가 내보이는 산뜻한 신맛이나, 숨을 죽인 겨울 파, 콩깍지가 터지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에는 우리 삶의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의 소재들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인생의 맛으로 환원하여 읽어도 그대로 무리 없이 읽힌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들은 작지만 매우 강한 어조로 생명의 원리와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삶이란 본디 무념무상의 가치, 우리 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개발과 공리의 가치가 얼마나 허망하고 근거 없는 것인지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이 부드럽고 평이한 그의 섬세한 모필 안에 내재되어있다.
이처럼 김진관의 작업에는 존재에 대한 의미가 여러 층위로 겹쳐져 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생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며, 생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무관심, 무분별, 무가치의 중성공간을 창출하고 고요와 적막이라는 경계로 이끄는 간결한 형식으로 형상화된다. 미미한 존재로서의 주체가 작은 생명들과 나누는 연민과 동류의식이 생태적 상상력으로 확장된 작품들이다.
늦가을_55x55cm_한지에 채색_2010 방울토마토_53x49cm_한지에 채색_2010
김진관의 작업은 일반 채색화와는 달리 허허롭다. 색채를 중첩하여 깊이를 추구하거나, 묘사에 집중하여 사실에 박진하는 표현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작고 소소한 사물들을 마치 점을 찍듯이 펼쳐 보이는 그의 화면은 무심한듯 하기도 하고 적막 하기도 하다. 채색화 특유의 장식적 화려함이나 특별한 기교적인 발휘도 배제한 채 그저 담담하게 사물들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그의 화면은 어쩌면 그려진 사물들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려지지 않은 여백들을 지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여백은 비어 있다. 그것은 비어있음으로 더욱 충만해지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적막하고 쓸쓸한 감성과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그리지 않음을 통해 그려진 것 이외의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며,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또 다른 감성을 표출하고자 한다. 김진관의 작업은 소박하다.
요란한 성장에 화려한 화장을 한 것 같은 일반적인 채색화에 비한다면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것은 마치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이 풋풋하다. 이는 작가가 의도하는 바 일 것이다. 진하고 화려하며 두터운 채색화에 대해 작가는 연하고 소박하며 얇은 채색의 화면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있다. 그것은 바삐 사는 현대인들에게 느린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진한 향신료에 길들여진 입맛에 풋풋한 푸성귀의 향기를 전해주는 것과 같다. 역설적이고 반어적인 그의 화면은 전통적이라 일컬어지는 일반적인 채색화와는 사뭇 다른 것임에 분명하다. 그는 진채로 통칭되는 기존의 채색화에 대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채색의 심미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소슬하고 소박하며 담백한 그의 화면은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심미 특질과 부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실험과 성취는 이런면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술평론 김상철
시간_50x50cm_한지에 채색_2010
한국화 작가인 김진관 교수는 일상 속의 소소한 소재들을 간결한 형식으로 표현한다. 콩이나 팥, 호두, 들풀, 벼, 잠자리 따위의 작고 사소한 생명들이 화폭의 어느 한 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심한 듯 하기도 하고 적막하기도 하다.
장식적인 화려함을 배제한 채 그저 담담하게 사물들을 표현하는 그의 화면은 그려진 사물들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려지지 않은 여백들을 지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여백은 비어있음으로 더욱 충만해지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적막하고 쓸쓸한 감성을 드러낸다. 그는 그리지 않음을 통해 그려진 것 이외의 것을 이야기하며, 보이는 것 너머의 또 다른 감성을 표출해낸다.
그의 작품에 소재로 등장하는 작고 미약한 생명이 갖고 있는 그 자신만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들은 작지만 매우 강한 어조로 생명의 원리와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삐 사는 현대인들에게 느린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진한 향신료에 길들어진 입맛에 풋풋한 푸성귀의 향기를 전해주는 것과 같은 소슬하고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 20여 점이 선보인다.
김진관 교수는 중앙대학교 동양화과 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금호미술관, 북경문화원 등 국내외에서 1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수십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호박꽃_63x59.5cm_한지에 채색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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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관
1987 중앙대학교 동양화과,동대학원좋업
개인전 | 1991 | 금호미술관 (서울) | 1993 | 동서화랑 (마산) | 1996 | 금호미술관 (서울) | 1998 | 한국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 2002 | 공평아트센타 (서울) | 2005 | 인사아트센타 (서울) | 2006 | 정갤러리 (서울) | 2008 | 북경문화원 (북경) | 2009 | 인사아트센타 (서울) | 2010 | 장은선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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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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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100317-김진관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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