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展
‘景(경)’
갤러리 아트사간
2010. 3. 12(금) ▶2010. 3. 19(목)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69 영정빌딩3F | 02-720-4414
‘정서적인 표면을 드러내는 풍경사진’
르네상스시기 이후 모든 시각예술은 예술가의 미에 대한 주관과 세계관을 드러낸 최종 결과물이다. 그리고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예술가들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회문화적인 거대담론에 관심을 갖고 표현대상으로 다루었다. 하지만 탈 이데올로기 시대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는 특별하고 굉장한 현실보다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통하여 예술가로서의 세계관과 미적인 감수성을 형상화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사진가들도 거대담론이나 보편화된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사진 찍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 환경이나 삶속에서 느낀 감정의 편린과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견해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특히 풍경사진에서도 아름답고 웅장한 신의 창조물을 찬양하고 재현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사회문화적인 풍경이나 사소하고 평범한 풍경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이번에 갤러리 아트사간에서 개인전(個人展)을 갖는 김정민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주변의 평범한 자연풍경과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만난 사물을 사적이고 개성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하였다. 작가가 관심을 갖은 표현대상은 호수주변의 자연풍경과 일상의 평범한 사물이다. 김정민은 그러한 대상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세계에 자리 잡고 있는 정서적인 부분을 끄집어내어서 감각적인 느낌으로 표상(表象, representation)한 것이다.
작가가 선택한 표현대상은 외형적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아우라(aura)가 느껴지는 자연풍경과 사물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편안하고 고요감이 느껴지는 정서적인 대상이다.
작가는 그러한 대상을 가장 사진적이면서도 세련된 수사법으로 표현하였다.
단순하게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메커니즘과 렌즈의 광학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용하여 자신의 내면적인 영역을 알레고리(allegory)적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작품 한 장 한 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너무나도 흔한 소재이기 때문에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가 자신의 정서적인 사유세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감각적인 사진테크닉으로 대상을 재구성하였기 때문에 작가의 정체성과 사유적인 관념세계가 느껴지는 이미지로 변환된 것이다.
작가는 섬세하고 정서적인 시선으로 표현대상을 재구성하여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지만, 감각적인 외관을 드러내는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그 결과 대상 자체에서 드러나는 특별함 때문이 아니라, 작가의 세련된 감각과 사진적인 수사법의 효과적인 어우러짐으로 인하여 보는 이들과 정서적으로 교감 할 수 있는 지점이 발생한 것이다.
촬영이후 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을 하지 않는 ‘스트레이트’포토의 매력은 작가의 세련된 카메라워크와 표현대상이 잘 조화를 이루어서 보는 이들의 정서를 자극 할 때 드러나는데, 작가가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은 그것에 성공하여 전시의 완성도를 보장 해주고 있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작가의 내면과 깊이 있게 조우하게 될 것이다.
동시대 예술사진은 내용적으로나 외형적으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다. 그에 비해서 김정민의 풍경사진은 전통적인 표현방식으로 이미지를 수집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소박한 느낌을 주지만, 작가가 진솔하게 자신의 내면적인 영역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폭 넓게 감상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 김영태( 갤러리 아트사간 디렉터)
나는 평소에 무엇인가 굉장하고 특별한 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나의 정신세계와 교감하는 감정을 느낄 때가 더 많이 있다. 그래서 내가 다루는 사진 소재도 평범한 대상이 대부분이다. 이번 개인전에서 전시하는 작품들도 나의 삶 안에서 만나는 정서적인 풍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결과물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나는 그것에서 사진적인 ‘아우라’(aura)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한 풍경과 사물을 자유로운 시각으로 찍어서 나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특별히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풍경에 주목하고서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특별나지 않고 사소한 일상의 풍경에서 느낀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하여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너무 평범하고 사소한 장면들이어서 오히려 난해하게 느껴 질 수도 있지만, 카메라 메커니즘의 매체 특성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고요하지만 언어로는 표현 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표현전략을 선택 한 것이다. 그 결과 내가 찍은 풍경을 보고서 많은 이들과 폭 넓은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특별한 대상을 소재로 다루었다면 그것의 외형에 압도당하여 감상자들이 최종 결과물에서 나의 정신적인 세계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것을 카메라 렌즈로만 느낄 수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구성하였기 때문에 보는 이들과 나의 내면적 영역이 만나는 지점이 발생 한 것이다. 그래서 작품의 표면에서 느껴지는 정서적인 분위기에 보는 이들이 감성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가장 사진적 이고, 시적인 수사법으로 구성된 사진이미지를 보여주는 전시회로 읽혀지기를 기대한다.
■ 김 정 민
개인전- 2010 景(경) - 갤러리아트사간, 서울
vol.20100319-김정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