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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와현 展
' The period of Childhood '
Perfect_200x200x180cm_coloring on the MDF_2010
노암 갤러리
2010. 3. 10(수) ▶ 2010. 3. 18(목)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33 | 02-720-2235
…ing_60x12x170cm(each)_acrylic, pipe snacks_2010
달콤한 순간의 환상 박수진(예술학박사, 미술평론가)
정와현의 첫 개인전 작품들은 알록달록 밝고 경쾌한 색채와 매끈한 물성을 지닌 표면의 단순한 기호(Sign)같은 도구의 형상을 띤다. 그가 형상화된 기호들은 기의(signified)와 기표(signifier)의 안전적인 결합이나 대칭이 아닌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표의 자율적 질서를 보여준다. 하나의 아이콘 같은 작품은 의미작용에 저항하는 저항선에 의해 처음부터 분리되어 있어서 기의와 기표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질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작품의 의미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기표, 기표의 연쇄(chain of signifiers)를 통해서이다. 정와현의 작품은 하나의 사물표상으로서 기억흔적들, 기표에 의해 무의식에 다가갈 수 있다. 정와현은 어린 시절의 놀이에서 순수한 단순함, 욕구충족과 웃음을 떠올리고 현대인의 삶의 즐거움을 그 어린 시절로의 향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그는 삶에서의 ‘달콤한 순간’을 환상(fantasy)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기에 이미지, 정체성, 자기 동일시의 상호의존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작품에서 법의 형태의 권위가 발현되지 않은 이상적 자아(ideal ego)의 상상적 전체성을 구현하는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러나 이 순간에 발견된 ‘단일체’(unity)와 ‘자아’(ego)는 ‘오인’(meconnaissance)에 의한 가짜일 뿐이다. 즉 의식의 ‘자기 충족성’은 자아형성시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오인’으로부터 생겨난 환상일 뿐인 것처럼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를 드러내는 망치, 플라이어 등 각종 도구들은 삶과 노동의 환상일 뿐이다.
Innocence-spanner_90x180x50cm_acrylic, coloring on the MDF, 60HZ fluorescent light_2010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전체적 이미지가 아니다.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분열된 파편들이다. 그리고 이 ‘부분(part)’과 ‘절단(cut)’은 ‘동일시’가 잘 드러나는 형태이다. 이 파편들은 상징적 질서로부터 거부된 것들, 금지의 언어들이다. 도구의 전체적 이미지는 투명한 아크릴 그리드의 반복된 구멍들이 하나로 구조화된 것이다. 이 작은 구멍들 각각은 단절되고 분열되어 있다. 이것은 하나의 작은 세포이자 충동의 육체이다. 그는 이 벌어진 틈새를 형형색색의 아크릴 구슬, 선명한 색소로 채워진 아폴로처럼 아이들의 놀이도구나 불량식품으로 틀어막는다. 무수히 많은 구슬과 아폴로는 아이들의 욕망의 산물이자 충동의 잔해이다. 특히 동일시에서 지배적 감각이 orality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금지된 먹거리는 적절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더 많은 구슬에서 더 많은 과자…, 이것은 존재적 결핍을 끊임없이 다른 대상물로 대치시키려는 인간 욕망의 환유적 운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욕망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무의식의 존재를 뚜렷하게 보여주며 또한 상징계 내에서는 결코 충족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상징계로부터 거부된 것을 애도하는 틈새, 혹은 구멍을 선명한 색상의 구슬과 불량식품으로 메움으로써 실재를 가리면서 동시에 실재가 거기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실재계적 대상이 상상적 이미지를 가지는 이 오브제들은 작품에서 오브제 a로서 상상계와 상징계의 대립를 끊임없이 허무는 대상인 것이다.
Innocence-pliers_90x180x50cm_acrylic, coloring on the MDF, 60HZ fluorescent light_2010
이렇듯 동일시란 가장 원초적인 것으로 전체가 아닌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늘 전체를 회복하려는 욕망이 있는데 이것은 라깡의 거울단계 이미지처럼 전체의 이미지(whole image)이다. 정와현은 조명을 통해 그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조명은 원색의 아크릴을 투사하면서 각각의 분열되고 텅 빈 그리드의 존재를 알리고 동시에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분열을 봉합한 하나의 전체 이미지이자 상상적 이미지임을 드러낸다.
Early days-고무줄 놀이_overall dimensions variable acrylic, rubber band_2010
라깡은 데카르트적 인식주체는 허상을 만들어내며 그 허상 속에서 현대인은 자기애(self-love)의 덫에 걸려 자신의 확실성을 확신할 수 없을 때조차도 주체의 확실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자아란 인지-의식체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며 ‘현실원칙(reality principle)’에 의해 구성된 것도 아니다. 또한 현실원칙은 과학적 편견이며 지식을 변증법적으로 밝혀내는데 있어 가장 적대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아가 오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불어 달콤한 순간이란 부서지기 쉬운 절대성의 믿음일 뿐이다.
Early days-콜라 사이다_overall dimensions variable streamer, a bottom of coke and sprite, coins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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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00310-정와현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