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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展
흔적-山Ⅰ_90.9x72.7cm_화선지에 수묵_2010
스페이스 이노
2010. 2. 3(수) ▶ 2010. 2. 16(화)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2F | 02-730-6763
꽃과 화병_72.7x50cm_화선지에 수묵_2009
<새로운 과거, 새로운 조형전> 시간의 흔적 위에 응축된 기억을 찍다 - 한국화가, 김병진 개인전 -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자’라는 부담스런 타이틀을 평생 걸머지고 자신의 길을 가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우리는 예술가라 한다. <새로운 과거, 새로운 조형展>은 그러한 길에 서슴없이 들어선 이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일련의 기획이다. 여기에 초대된 이들은 새로움을 창출해야한다는 부담감을 오히려 새로운 조형세계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즐거움 속에서 그들의 열정을 발산하고 있는 자들이다. 물론 혹자는 기원전부터 예술을 둘러싼 담론들을 주도해온 몇몇 이야기꾼들 때문에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투덜거리는 이들도 있고, 다양한 조형적 시도들도 이제는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작가로서의 고충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관점의 행렬은 끊이질 않고 이루어지고 있고 그들의 새로운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우리는 무한히 열려있는 창작세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결국 그동안 시도되어왔던 다양한 조형적 결과물들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예술적 논의들의 근거를 계속해서 살펴보아야 할 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
부활Ⅱ_162x97cm_화선지에 수묵+아크릴_2008
새로움이란 과거를 부정하던 부정하지 않던 간에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거 속에 미래가 움트고 있는 것이다. 미래는 새로운 과거이자 변화된 과거인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지향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예술의 핵을 이루는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의미가 실상은 조형적 새로움이자 다른 차원의 인식으로 세상을 보고자 함을 뜻하는데 이는 결국 과거와의 무한한 조응으로 일어나고 있다. 해 아래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새롭게 바라보기이자 기존 형식의 재배열을 통한 인식의 확장일 뿐이다. 그로인해 과거에 대한 오해와 간과가 해소되고, 동시에 내용과 형식의 변화를 이루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면 낯선 듯해도 낯설지 않은 작업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들의 작품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기대로 설레는 즐거운 기획 작업 속에 만난 첫 번째 초대작가 김병진의 한국화를 통해 작가뿐만 아니라 새로운 과거를 그려낸 작품들과 조우할 수 있었음은 큰 행운이다.
부활Ⅰ_177.3x95cm_화선지에 수묵+아크릴_2008
작가 김병진의 작품은 전통적인 수묵화법에 기본을 두었으나 파격적인 근래의 시도들로 인해 다채로운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검은색의 공간감, 직접적으로 붓을 들고 그려내는 선의 사용보다는 판화처럼 찍어낸 작업으로 조형된 꽃과 항아리, 황금색 십자가형으로 반복적으로 쓰인 숫자 등은 기존의 한국화에서는 보기 드문 실험적인 시도로 화면은 온통 새로움을 실현하느라 뿜어내는 긴장감으로 날선 에너지가 충만하다. 전반적으로 하얀 화선지 위에 대상을 감돌며 일어나는 기운을 감당해 왔던 전통적인 여백의 공간은 그의 화면에서는 검은 먹빛으로 드러난다. 알루미늄으로 성형한 틀로 찍어낸 정물 속 항아리와 꽃들은 배경이 되는 심원(深遠)한 검은 공간에서도 오려낸 듯 스스로의 실체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칠흑 같은 검은 먹빛의 여백은 작가가 선택한 소재의 실체감을 공간 가운데 더욱 증폭시켜 드러낸다. 작가에게 여백의 공간이란 굳이 남겨진 공간, 비어있는 공간 이라는 조형적 의미를 넘어서 단단한 실체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전통적인 한국화의 먹과 여백을 반전시켜 드러내고자 함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풍경화, <대둔산>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는 오래된 풍경을 그리고 싶어 한다. 그가 그리고자 하는 자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화가들이 익숙하게 그려왔던 자연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눈과 비를 맞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람에 흘려들으며 묵묵히 그 자리에 있어 온 자연 자체의 본질을 기록하고자 노력하는 김병진의 풍경은 마치 화석처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대둔산 풍경 속 바탕화면을 농도 짙은 먹과 갈필로 화면 위를 반복적으로 긁어대며 시간의 지속적인 흐름 속에 남겨진 흔적들을 애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본시 기억이란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흐려지고 가리어져 마침내 파편화되기 쉽다. 하지만 실체의 본질적인 것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는 응축된 기억을 판화 찍어 내듯, 시간의 흐름 위에 보편적인 기호로 반복한다. 시간에 의해 압축된 풍경에 대한 기억을 화석처럼 드러내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드러난 자연의 모습은 이제 옛 화가의 관념적 대상으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자연의 실체로서 견디며 버티어 온 강건한 모습까지 표현되기에 이른다. 중력의 강한 힘으로 화면아래까지 끌어내린 중후한 부피감의 산과 바위는 생명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우주처럼 자리 잡은 검은 빛에 둘러싸여 있다. 그의 대둔산은 단지 더 많은 배경의 사물들이 이어져 나갈 공간으로서 작용하는 허허로운 흰 바탕이 아니라 무한히 확장되어 나가며 새로운 생명의 도약을 품고 있는 흑암의 경지로서의 배경을 필요로 한다. 정물로서의 화병이 되었든 풍경 속 자연의 모습이 되었든 그의 모든 소재와 자연물은 우주적 실체로서의 의미를 지닌 대상으로서 태초의 생명체처럼 존재감의 확고한 부활을 꿈꾼다. 마치 육체적인 아픔으로 작가가 극한에 달했을 때 정신적 부활에 힘입어 인간적 부활을 이루어내듯이 말이다.
독도Ⅰ_162x97cm_화선지에 수묵_2008
또한 깨알같이 쓰인 1부터 10까지 숫자의 반복은 결국 시간의 반복, 일상의 반복이며 수 천 년의 세월 가운데 담겨지는 인간사와 다르지 않다. 희로애락으로 점철되어온 나와 너의 이야기들을 보편적 기호를 통해서 드러내는 가운데 모든 갈등과 고통을 모두 비워내며 화해를 요청하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 인간과 자연 간의 상호 조화로운 원만한 관계성을 회복하고 스스로의 본래성을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김병진 작가는 마침내 새로운 과거로 가는 조형성을 선취하고 있다. 지금 그의 세계는 끊임없이 증식해나가는 과거 때문에 무한히 보존되는 아스라한 시간의 흔적으로 축적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 기억의 무의식에 남아있는 형상의 현시(現示)를 위해 무엇을 밀어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공간의 가역성 안에 드러낼 수 없는 것을 위해 그가 선택한 조형언어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그의 과거는 부단히 미래를 잠식하고 부풀어갈 것이다. 우리는 매순간 과거라는 현재의 지속 안에서 새로운 과거를 창조하는 그의 세계에서 즐거이 노닐 것이고 또한 응축된 그의 과거를 기억할 것이다. 변상형(미학박사, 한남대학교 예술문화학과 교수)
독도Ⅱ_240x100cm_화선지에 수묵_2008
흔적-山Ⅰ_90.9x72.7cm_화선지에 수묵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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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병 진
대전 유성 출생 한남대학교 회화과 졸업 동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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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2회, 입선5회(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현재 | 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동질성전, 대전한국화회, 청림전, 한연전, 환경미술협회 회원. |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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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00203-김병진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