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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ILE 연약함 展
참여작가 :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일본, 아일랜드, 카메룬,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한국 등 50작가
이수경_Translated Vase_46x34x31cm_세라믹, 금분, 에폭시_2006
대전시립미술관
2009. 12. 22(화) ▶ 2010. 3. 21(일) Opening : 2009. 12. 22(화) PM 1:00~3:00 로랑 헤기의 강연 "프랑스 미세서사의 우의와 보편성의 종말“ PM 3:30~4:00 카메룬 작가 바르톨레미 토구어의 퍼포먼스 <Manipulation> 대전시 서구 만년동 396 | 042-602-3252
한명옥_paves_가변크기_돌과 천_1993-1995
신고전주의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예술은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주요한 기능 중 하나였다. <나폴레옹의 대관식>, <정조의 화성행차도>처럼 회화의 주요한 주제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사건이었으며, 인물화의 경우 왕족이나 귀족, 혹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등 성인(聖人)을 표현해왔다. 그러나 예술가 개인의 독창성과 표현이 중요시된 낭만주의 시기부터 작품의 주제를 ‘사회’와 ‘역사’에서 점차 ‘개인’과 ‘감정’의 영역으로 다루는 경향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철학에서는 데카르트 이후 발전된 정신, 특히 명철하고 합리적인 이성을 추구하는 근대적 사고 방식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제기되면서, 20세기 후반에는 그간 억압되어 왔던 ‘감성’과 ‘신체’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예술에 있어서도 거대한 역사적 담론이나 서사(narrative)를 다루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현대의 삶 속에서 겪는 경험에 대해 섬세하고 시적이며 내밀한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12월 22일부터 시작하는 <Fragile 연약함>전은 바로 이러한 세계를 표현한 한국, 아일랜드, 폴란드, 카메룬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예술가 50인의 작품 200점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프랑스 생테티엔느 미술관 로랑 헤기 관장이 기획하고, 대전시립미술관과 로마 웅게리아 미술관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로마, 생테티엔느, 대전 3개 도시를 순회하는 국제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규모 공동체와 작은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 경험에 내밀하고 직접적으로 다가가려는 새로운 방법에 내재된 시적 잠재력”(로랑 헤기)을 다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Fragile〉전의 예술가들은 거대한 역사적 담론보다는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 청년 작가인 권인숙이 표현한 것은 대학 시절 즐겨 갔던 단골카페나 술집의 풍경으로, 이는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 이들에게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케이 타케무라Kei Takemura는 자신의 베를린 집, 친구가 뜨개질한 꽃, 친구로부터 받은 사진 속 장면 등 자신의 기억과 체험들을 모아 작품을 만든다. 마리나 페레즈 시마오Marina Perez Simao의 담담한 수채 드로잉나 히라키 사와Hiraki Sawa의 영상은 작가의 내밀한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Davide Cantoni_Blind Afghan Child_122x92cm_Burned paper_2008
특별할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소소한 순간들. 한눈에 관객을 사로잡는 강렬함이나 자극, 또는 거대한 규모에서 오는 스펙터클 대신, 소곤소곤 귓가에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은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 담겨 있다. 그저 개인의 일상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라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사건들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섬세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타인에 대해서도 언제라도 열려 있고 ’공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 된다. 나의 기억 속 단골가게에 대해 소중한 추억을 갖고 있다면 타인의 단골가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나의 내밀한 꿈과 상상의 세계를 섬세하게 다루는 만큼 타인의 내면에 대해서도 호기심과 배려를 갖고 살짝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비판론자들의 지적대로 일상과 미시서사에 대한 관심이 모두가 자신만의 작은 세계 속에 갇혀 고립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태도로 인해 나아가 타인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힘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전시제목인 ‘Fragile', 우리말로 ’연약함‘은 따라서 부정적인 특성이나 약함의 표시라기보다는 연대와 공감, 참여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유태계 철학자 엠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의 주체는 “타인에 대해 열려 있고 타인을 위해 고통 받을 수 있는” 존재이다. 그의 말처럼 연약함은 우리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저 '작고 시시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서로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 타인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힘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50인의 참여작가들은 드로잉, 회화, 설치, 조각 등 서로 다른 장르와 기법을 사용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예술‘을 통해 그러한 차이를 넘어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화려한 미사어구나 강한 선언문보다, 진솔한 말 한 마디가 우리 마음을 울리고 위안을 전해주듯 <Fragile 연약함>전의 작은 작품들은, 이 겨울, 우리의 가슴에 다가올 것이다.
Fabian Seiz_Untitled_42x30x7cm_종이에 나무와 연필_2007
Francoise Petrovitch_HERBIER_21x21cm(14EA)_종이에 혼합재료_1994
Marina Perez Simao_Untitled_150x105cm_종이에 목탄, 수채, 잉크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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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91222-FRAGILE 연약함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