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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ed City 展
Quotidian and Modernity - 그 일상성과 현대성
참여작가 : 김을, 김승택, 박종필, 박희섭, 송성진, 송준호, 신선주, 윤정선, 이베르, 이호진, 이상선, 양진우, 채우승, 홍순명
김승택_Jejudo3_90x110cm_Digital print_2009
ARTSIDE Beijing
2009. 12. 12(토) ▶ 2010. 1. 31(일) Opening : 2009. 12. 12(토) PM 3:00
김을_Semen & Tears_70x90cm_Mixed media on canvas_2009
Layered City 도시의 층위
김성희 (캔파운데이션 기획이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현대도시는 근대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각 국가들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문화 및 정치제도를 도시라는 조직 형태를 중심으로 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고, 외부적으로도 유기체와 같이 살아서 팽창을 한다. 독일의 문예이론가 벤야민은 도시의 외형적인 모습 자체가 초현실적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도시풍경의 번잡스러움과 빠른 움직임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한 문장이다. 이러한 도시에 대한 관심은 수많은 문화 창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는 사회적 긴장의 장이며 경제적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그 만큼 도시는 그 존재자체가 인간의 삶이 지니는 복합적인 문제들과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도시는 그 동안 다양한 관점에서 끊임없이 연구되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경제적 기능과 도시의 사회적 상호작용, 그리고 도시구조화와 사회적 권력 간의 관계 등 현대사회에서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이미지와 메시지, 이해관계들을 규정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도시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며 하게 되는 수많은 경험들 중의 하나로 인식할 수 있다. 즉, 현대인들에게 도시는 삶의 양식과 의식을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한다고 할 수 있다. 현실공간 속에서는 과학기술발전을 통해 도시공간의 토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정보자본주의 발달로 전자제어능력을 갖춘 자동화 건물이 지어지는 등 자동화가 진행 되면서 첨단산업을 이용한 자본의 집중화와 이중도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이렇듯, 현대도시의 특성은 인간의 삶과 사회전반의 분위기에 유토피아적이든 디스토피아적이든 간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도시의 일상생활은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경험하는 환경이며, 그 이후부터 학습해야만 하고 작동하기 위해 배워야만 하는 환경을 맑은 고딕으로 객관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그것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집합체의 세계, 그것의 통합, 이미 형성된 관습, 임무, 판단과 편견, 감정적 유형, 교육과 기술, 실용성 등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성과 인간성은 많은 부분이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도시의 환경과 변화에 대해 많은 작가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작업의 주제나 소재로 다루어 왔다. 특히 동 시대 현대 작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그것을 맑은 고딕으로 자신만의 언어화 과정에 몰두해 왔다. 인류가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가 문화의 생산지이자 소비지이고 삶의 중심지가 되었기 때문에 수많은 작가들이 도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박종필_Cake1_100x100cm_Oil on canvas_2009
이번 전시는 이러한 도시에 대한 관심을 현대적 시각으로 표현해 온 작가들을 중심으로 도시와 사회, 도시와 문화, 도시와 인간, 도시와 물질 등의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홍순명은 현대도시의 사회적 특성을 드러내는 인터넷, 잡지, 신문이라는 매스미디어에서 매일 만나게 되는 사건장면들을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각각의 화면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풍경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잔혹하고 위험한 사건들이 내포되어 있다. 모호한 진실, 혹은 불편한 허상을 드러내는 그의 작품은 현대도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인스턴트 사건들처럼 흐릿하게 이미지화 된다. 도시의 단면에서 사회적 존재, 실존적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이러한 의미들을 하나씩 찾아가게끔 만든다. 현대도시와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관계에 집중하는 작가로는 이호진과 박종필을 들 수 있다. 이호진 작가는 현대 도시를 형성하는 에너지의 원천을 자본으로 보고, 에너지는 생산과 소비의 반복으로 끝없이 움직이는 도시 속에 개개인들이 모여 군중 에너지가 형성되며 충돌되는 공존의 공간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 모든 움직임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지만, 본질적 가치가 결여된 채 배출된 희노애락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설치될 작품은 대표적인 소비기업의 상품패키지를 소재로 자본에 의해 뒤엉키는 도시에너지의 현재진행형 움직임과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또한 물질중심 도시 속에 이글거리는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는 박종필 작가는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파인애플과 딸기와 포도 등 풍부한 토핑이 올라간 케이크를 과장되게 강렬한 색채와 극 사실적인 기법으로 묘사된 화면에 탐스럽고 기름진 음식 속에 이질어지듯 녹아내리는 인간의 형상을 숨겨 놓는다. 이러한 복합적인 표현을 통하여 누군가의 입 속에 넣어져 미각을 충족시켜주는 동안 정작 자신은 존재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마는 현대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시화 과정을 담고 있는 작가들로는 인간의 기억을 맑은 고딕으로 작업을 해온 윤정선과 김승택, 도시이미지를 적극 도입한 송성진과 신선주 작가, 문화 종교적 관점으로 도시화 과정을 담은 채우승 작가를 들 수 있다. 파스텔 톤의 도시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가 윤정선은 오랫동안 일상과 주변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왔다. 현재 삶의 공간을 마치 오랜 전 사진 속의 공간처럼 기억의 장소로 떠올리게 함으로서 시간성을 넘어서 타자와의 공유되는 기억을 불러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가가 연출하는 풍경은 매우 중성적인 공간이며 사유적 풍경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추억이 되고 있는 대상들을 표현해 내고 있는 김승택 작가는 도시의 단편을 시각적으로 재조립하고 다시 이미지를 조각조각 이어 붙이는 형식을 통하여 도시전체를 파노라마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도시화 과정의 이면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기억과 향수를 일상에 담는다. 개인의 기억보다는 도시화 과정에 나타났던 문화현상을 다루는 작가로 과거 60-70년대 빈민촌 정화과정에 등장하는 문화주택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 송성진 작가를 들 수 있다. 그는 상하좌우, 실핏줄처럼 붙어있는 가옥들의 형태묘사를 통하여 근 현대의 도시화 과정에서의 인간들의 삶이 묻어난 공간연출에 몰두하고 있다. 도시의 의미를 이미지와 색채로 파악하고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다시 캔버스로 옮기는 신선주 작가는 이 과정에서 검은색 오일파스텔을 모노톤의 화면에 펴 바르는 과정을 통하여 검은색과 흰 색의 공간을 끄집어낸다. 이 작가는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를 모노톤의 흑백의 극명한 묘사를 통하여 도시의 화려한 이미지를 더욱 응축시키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특성이 잘 드러난 검은색 풍경은 거대한 문화를 형성한 웅장하지만 과장적이고 기교적인 중국문화의 현재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사회의 종교나 신화는 그 사회의 정서와 정신을 담아내는 문화적 활동으로서, 무속행위를 예술로 끌어들여 문화와 문화사이의 정서적 교섭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던 채우승 작가는 베이징 헤이차오(黑橋)에 거주하면서 보고 느낀 주변풍경들을 작품으로 옮겼다. 도시의 외관이 적벽돌에서 콘크리트로 변환되는 것은, 중국이 경제개방으로 인해 거대화 되어가는 도시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기존의 도시풍경과 신도시풍경이 교차하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중국의 도시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박희섭_After Nature_60x192cm_Acrylic, Gloss Varnish, Mother of Pearl on Canvas_2009
도시가 바로 인간의 환경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도시성과 인간성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도시환경 속에 상처받는 인간상, 치유하기 힘든 심신의 질병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온 작가로는 김을, 박희섭, 이상선과 이베르를 들 수 있다. 김을 작가는 ‘나’ 를 시작으로 ‘나의 주변’, 그것을 포함한 ‘사회’, 그 사회가 만들어 내는 ‘문화’ 그리고 그것을 받아드리는 ‘나’의 순환 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최근 작품에서 소개되는 눈물과 정액이라는 소재는 작가의 오랜 드로잉 프로젝트의 마지막 소재이자 지금까지 다루어 왔던 수많은 사물과 의식을 포함하는 결론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눈물과 정액은 인간의 물질적 생산물인 동시에 정신적 소산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도시 공동체 속에 인간의 감성을 담고 있는 눈물과 인간 소통과 교류, 순환과 흐름을 나타내는 정액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도시공동체 속에 소통환경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희섭 작가는 땅에 나무가 있듯이 풍경에 인체의 척추를 대치시켜 우주를 표현해 옴으로서 작업에 동양정신을 대입시키고자 한다. 그가 그린 나무풍경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라는 자연의 법칙을 말하고 있는 오행의 표현이고, 각각의 상징을 나무로 표현했는데 목은 푸른 풍경, 화는 붉은 풍경, 토는 노란 풍경, 금은 흰 풍경, 수는 검은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전통 재료인 자개로 덮인 그의 작업은 현대 도시 사회 제도와 관습에 억압받고 있는 인간의 정신적 질병을 동양사상에 근거해 치유의 방식을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적인 언어로 작업을 풀어내고 있는 이상선 작가의 작업은 兒孩(아해)로부터 시작한다. 이상의 시에서 나타난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질주와 아니 질주’사이의 간극, 그 간극이 바로 이 작가의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가 작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천진한 표정 뒤에 무언가 불편함이 드러나 있다. 이것은 현대 도시 사회 구조 속에 피페 해진 어른들 속에 갇혀져 있는 아이들의 갈급함, 혹은 공허함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현을 통하여 상처받은 인간의 근본적인 치유에 대한 열망이 드러나고 있다. 어린아이들을 소재로 나무 위에 작업을 해온 이베르는 최근 들어 현대사회 속에 소외되는 소아질병이라는 새로운 주제에 몰두해 있다. 작가가 말하는 나약한 유년의 기억은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되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 소외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현대 도시사회의 모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감추어진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베르가 어린아이를 통해 드러내려 하는 자신의 혹은 우리의 깊은 상처는 곧 그것을 자신의 기억 밖으로 꺼내어 타인과 소통하고 개선하려는 작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송성진_A Daily Event_Interactive,Flash_2006
도시 속에 소외되어져가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낙후되어가는 도시 부속물,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로는 송준호와 양진우를 들 수 있다. 송준호 작가는 신화적 모티브와 버려지는 대상들을 재구성한 조각 작품을 통해서 절대적인 존재나 가치에 대한 생각들을 표현한다. 그는 사라져가는 것들, 혹은 잡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경외를 드러내기 위해 형상을 늘어뜨리는데 이러한 가변성은 물체의 본질성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식에 대한 접근이다. 그에게 변해가는 것은 덧없음이 아니라 존재하는 순간을 인식하는 현재의 자기인식이자 가치 확인의 방법이다. 양진우 작가는 도시의 일상에서 쉽게 버려진 대상들을 수집하여 이를 수리함으로써 오브제의 본래 기능을 회복시킨다. 또한 오브제에 과장된 장식을 더하여 새로운 사회적,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의 작품은 리사이클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일반적인 상품의 소비적 가치와 대치된다. 그는 도시에 버려질 수많은 오브제들이 상품이 되거나 쓰레기가 되거나, 혹은 예술작품이 되는 지점들을 실험 함으로서 예술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과 시각으로 풀어낸 작업은 도시의 일상성, 희극적 요소, 정신분열적인 요소 들을 다 담아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는 거대한 위압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그러나 도시자체가 문화의 생산 공간이자 소비 공간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인간들은 그 안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하여 사회적인 영역을 만들어 감으로서 존재감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예술언어로 표현해 내고 있는 14인의 작가들의 해법을 읽는다는 것은 현대도시 속에 인간간의 또 다른 소통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송준호_Through the ange_187x37x240cm_wood, wire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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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91212-Layered City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