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 요리展

 

잡채_100 x 65.1cm_Oil on canvas_2009

 

인사아트센터 3층 제1특별관

 

2009. 10. 28(수) ▶ 2009. 11. 3(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88 인사아트센터2층 | 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그라탕_100 x 65.1cm_Oil on canvas_2009

 

 

- 요리로 그린 생활 -

조은정(미술평론가)

 때때로 광고매체를 통하여 대하는 맛있는 음식의 이미지들에서는 솔솔 향기가 나는 듯하고 화사한 색채로 미각을 자극하지만 그것을 통해 레시피를 알 수는 없다. 그 요리들에는 표면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금희 요리 그림을 여타의 그것들과 구분하는 특징이다. 그는 요리를 통해 얻어지는 단상도, 거대 담론의 인류학적 체계도, 화사한 표피적인 아름다움도 거부한 채 담담히 자신의 요리를 들여다본다.

  <김치비빔국수>는 둥근 국수뭉치에서부터 젓가락에 들어올려진 비빔국수는 입으로 들어가지 직전의 상태이다. 젓가락과 김치 조각에 붙은 붉은 물이 든 깨가 비빔국수를 돋보이게 하는 맛의 부분이라는 것을 작가는 주장한다. 소소한 것의 중요성과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음식의 양념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 요리의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비비적대는 행위가 투사된 국수뭉치에서 확연해진다. 단순한 ‘비빔국수’가 ‘알싸한 비빔국수’가 되는 것은 이 비비적대는 맛을 내는 과정에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백김치>에는 적당히 절군 배추에 쪽파, 채친 배, 홍고추, 잣, 대추가 들어가 있다. 가운데 대추를 박아 잘라담은 백김치는 시원하면서도 달콤할 것이다. 대추가 들어갔으므로. 이렇게 이금희의 요리는 맛을 유도한다. 화사한 색채와 광택이 아닌 레시피 그 자체로. <잡채>는 흔히 식당에서 나오는 다 만든 잡채를 담은 접시 위에 통깨로 장식한 것과는 달리 ‘통깨를 넣어’ 무친 것이다. 그의 요리가 남을 위한 시각적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맛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워낸 부드럽고 고소한 <떡그라탕>은 떡의 부드러움과 야채의 생생함이 어우러진 맛일 게다.

 

 

쿠키_100 x 80.3cm_Oil on canvas_2009

 

 

  맛을 그리는 것, 그것은 음식의 표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라탕은 치즈가 얼마나 늘어나는가 포크로 떠보아야 하고, 비빔국수는 젓가락에 돌돌 감아 입안에 넣어 보아야 하고 당면은 오돌도돌하게 당면발이 잘 삶아져 기름에 볶아 더 이상 붇는 것을 방지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느껴져야 한다. 대개의 주부들이 그러는 것처럼 작가도 하루의 많은 시간을 주방에서 보냈을 것이고 그러한 자신이 생활이 고스란히 화포로 옮겨앉았다. 내게는 잡채 한 올이 붓 한번, 간장 한 스푼이 마젠타 색 조금 하는 식으로 보인다. 레시피, 그것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라즈베리가 들어간 머핀을 잘라놓아야만 하는 화면이 되게 하였다. 쪼개진 빵에 박힌 초코칩과 붉은 라즈베리 그리고 부스러진 가루들은 머핀이 얼마나 달콤하며 신선하며 보드러운 지 알려준다. 그래 머핀은 쪼개봐야 알지. 버터를 듬뿍 넣은 쿠키는 부드럽다. 작가는 용감하게 잘 만들어진 쿠키들 속에 실패한 쿠키 조각을 그려넣었다. 동그랗지 못한 쿠키 조각에조차 크림장식은 베풀어져 있다. 실패한 모양의 쿠키처럼 고르지 못한 하루하루가 우리 생활이지 않던가.

  인간은 부엌에서도, 오븐 속에서도 그리고 과자 한 조각에서도 바다 같이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음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멋있지만 맛을 포기한 자연주의자의 도도한 식탁도, 최상의 재료로 최상의 맛을 내는 최고의 요리도 아닌 이금희의 요리는 그저 그렇게 덤덤한 일상과 혼합된 우리 문화와 그 행위가 일상이어서 정체성의 일부가 된 그 자신, 그리고 우리의 현재를 보여준다. 맛있어 보이는 요리의 환상이나 이미지가 아닌 요리라는 행위를 보여주는 작가의 세계는 일상에 대한 관조,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김치비빔국수_100 x 65.1cm_Oil on canvas_2009

 

머핀_100 x 80.3cm_Oil on canvas_2009

 

백김치_100 x 65.1cm_Oil on canvas_2009

 

피클_100 x 80.3cm_Oil on canvas_2009

 

 

 
 

■ 이금희(Lee Keum-Hee)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제1회 : 2002년 경인미술관 | 제2회 : 2008년 단성갤러리 | 제3회 : 2009년 인사아트센터

 

부스전 | 제 27회 화랑미술제 (부산 BEXCO)

 

현재 | 한국여류수채회가협회 회장 | (사)한국수채화협회 이사 | (사)한국미술협회 수채화 분과위원 | 강남미

술가협회 | 이서회 회원 | 서울미술협회 회원 | 대한민국회화제 회원

 
 

vol. 20091028-이금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