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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숙 展
Artfical Landscape 25039_117x80cm_Mixed Media & Swarovski Stones on canvas_2008
노암 갤러리
2009. 10. 21(수) ▶ 2009. 10. 27(화) Opening : 2009. 10. 21(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33 | T.02-720-2235
Artfical Landscape 25039_130x130cm_Mixed Media & Swarovski Stones on canvas_2008
보석 산수로 빚은 다층의 미학 -작가 김종숙 근작에 대한 소론 글|홍경한(미술평론가,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1. 지름 2밀리미터 내외의 형형색색 크리스털(crystal)이 마치 점처럼 규칙적으로 화면에 도포된다. 시작은 여정을 가늠키 어렵도록 하나, 서너 달 도제를 쌓듯 공력을 기울이자 흥미로운 이미지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배어낸다. 광활한 풍경 아래 누각이 세워지고 추곡(秋谷)에 음영이 드리워지면서 민화나 옛 선조들이 지르밟아가며 이상향으로 담으려했던 한 폭의 수정(quartz) 산수가 펼쳐진다. 보기만 해도 수려하기 그지없는 이 작품들은 전통성을 모티프로 고정된 법칙에 의해 재현된 작가 김종숙의 관념산수(觀念山水)이다. 김종숙은 동양화의 정극이랄 수 있는 산수화를 가장 현대적이랄 수 있는 재료로 구현해 왔다. 그는 전통적인 재료랄 수 있는 먹이나 화선지 대신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털인 스와로브스키(Swarovski)와 유사 보석을 사용하고, 수공으로 캔버스에 붓 대신 마치 픽셀(pixel: 畵素)처럼 투명하거나 흰색 반투명, 노랗고 빨간 흑갈색보석들을 하나씩 화면에 안착시키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개척해 오고 있다. 시간에 무념해야 완성되는 작품들인 만큼 그 결과물들은 그야말로 독특한 미감을 선사한다. 점과 점의 조합으로 만들어 내는 면의 치밀한 조우(遭遇)와 극한 세밀함은 단순 차용된 수묵(水墨)의 멋 내기나 변용을 넘어 비상한 심적 여운(餘韻)마저 전달하고, 크리스털이 빛을 받아들여 다시 내뱉는 과정에서 생성 재현된 영롱한 이미지들은 관람객들에게 무궁한 상상력과 함께 그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회화의 또 다른 신선함을 부여한다. 하지만 그의 작업에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 외견에 놓인 시각적 유희나 고운 자태에 대한 감탄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보단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화를 응용하고, 차용하며 관념을 덧입혀 내부에 존치된 미적 본질을 작가 자신의 화법으로 치환하려는 의식적인 실험의지에 방점이 있다. 더불어 그가 주로 사용하는 크리스털은 다소 희소하거나 값비싼 재료로써의 위치에 머물지 않으며 관념 속에서 이미 마련된 산수자연을 관조적 형태로 드러내기 위한 용이한 매재이자 작가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존재성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용이함과 적절성을 갖는다. 물론 김종숙의 작업이 재료로 인해 착시를 불러올 만큼 묘한 아우라(aura)를 생성시키는 것이 사실이고 그 특이성 탓에 재료적 측면에만 집중되는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마치 색 점으로 빛의 순간을 평면에 가장 입체적으로 묘사하려 했던 신인상파 화가들처럼 우리 눈의 망막에서 혼합된 채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제공한다. 특히 매우 수학적이고 점증적인 작업방식을 갖고 있는 작업 과정도 재료 너머에 위치해 있는 변별성을 가리는 이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김종숙 작품 속에는 전통과 현대의 연장을 도모하고 물질과 개념의 상관성에 대해 고찰하려는 작가적 태도가 숨어 있으며 일종의 차용된 이미지를 통해 전통의 맥락 속에 개입하여, 변형하고 마침내는 이를 자기화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의도 또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시각적 이미지를 감각적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스스로의 방식은 고유하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감지토록 한다.
Artfical Landscape 25039_140x140cm_Mixed Media & Swarovski Stones on canvas_2009
2. 이미지를 다룸에 있어 김종숙은 그리 난해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복잡한 단계를 펼쳐 보인다. 그의 작업은 우선 캔버스에 실크스크린으로 배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모태가 되는 기존 산수화나 민화, 문인화의 일부를 손으로 직접 재현하고 공판을 이용해 캔버스에 옮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덧칠한다. 이후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각각의 크리스털을 붙여 나간다. 산세의 흐름과 대기의 율동에 따라, 어둠과 밝음의 차이나 지형의 높낮이, 사물의 기운과 심상의 변화에 따라 크기와 색깔이 각기 다른 보석들을 이용해 꼼꼼하게 착점(着占), 양각한다. 이때 사용되는 크리스털만 해도 보통 수만 개가 넘고 제작기간만 서너 달을 훌쩍 상회한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인내의 결과물은 일차적으로 황홀함과 신비로움을 부유토록 한다. 이처럼 장인정신을 맑은 고딕으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작업(手作業)을 통해 발현되는 까닭에 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재현의 시선에서 평가 받는다. 패러디(parody)의 연장선상에서 분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재료에 이은 또 하나의 오해다. 물론 다른 사람이 먼저 만들어 놓은 어떤 특징적인 부분을 모방해서 자신의 작품에 집어넣는 기법을 융합하기에 그것이 그릇된 시각만은 아니다. 정신성을 잇든, 모방에 그치든 원본이 존재하기에 필연적인 모사를 거칠 수밖에 없고 변용이나 재해석 역시 전통적인 원형을 고수하는 까닭에 차용의 범주에서 이탈하는 건 한계가 있다. 따라서 패러디로 갈음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론 그의 작품들이 적어도 희인(喜引)에 준한다고 보진 않는다. 오히려 사고의 틀인 관념이 지배적인 까닭에 현대미술에 있어 종종 화두가 되곤 하는 재현의 방식, 재료자체의 성격에 국한되는 것에 한발 떨어져 있다. 더구나 이론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미사여구를 들이댄다 해도 원자화된 현대미술의 다양한 파편 중 하나로서만 가치를 지닐 뿐이라는 판단에 귀속되기에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란 불편하다. 사실 그의 작품은 화려하고 장엄한 시각성 외에도 그 너머에 자리 잡은 지각의 체험과 운용에 가치가 있다. 현대와 전통이라는 서로 다른 시공과 비관계적인 것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담론화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채움의 미학에서 시작되어 이질적 혼성(混成)을 통한 지각을 수용하려는 것을 또 다른 방향설정으로 삼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작디작은 크리스털을 이용, 찰나로 명멸하는 빛을 회화 속으로 끌어 들이고 이를 다시 분산시켜 이미 존재하고 있던 복고예술의 이미지를 새로운 현대적 이미지로 탈바꿈시키지만, 감관(感官)을 통해 올라온 지각이 시각의 목도를 넘어 객체의 입장에서 체감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 중시해야할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필자는 그의 작품을 접하며 재료의 물질성과 재현성자체에만 논의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는가 여긴다.
Artfical Landscape 25039_55x90cm(2EA)_Mixed Media & Swarovski Stones on canvas_2008
3. 한편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 다시 말해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후술(後述)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크리스털이다. 작가가 크리스털을 주 표현재료로 사용하는 이유는 재료가 지닌 특성 외에도 현대인들의 욕망을 상징하는 기호로써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귀하고 값지며 고급스러움에 대한 탐닉을 갖고 있다. 그것이 개념화되면 욕망이고 남보다 다른 가치실현을 향한 집념이랄 수 있다. 반면 과거 문인화(文人畵)나 산수화, 민화(民話)는 서민적이며 낮음이고 끝없는 인간적 욕망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작가는 이 둘을 조형적 관점에서 합일시키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감 혹은 이질감을 통해 자신의 언어들을 완성하려할 따름이다. 김종숙의 크리스털 산수화는 작가의 인내와 시간을 담은 노동집약적 작업이면서, 규칙적인 망점들로 이미지를 완성하는 다장르 다매체 시대에 부합하는 성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그리드(grid)처럼 아날로그적 소재와 현대적인 재료, 과학적이면서도 수공적인 매력이 얽힌 다층의 미학을 보여준다. 최근엔 미적 주제에 대한 작가의 관찰과 고민의 여정을 배어나게 함으로써 한층 심화된 구조를 갖춰나가고 있다. 특히 재생된 이미지라는 한정성에서 벗어나 작가적 개성을 이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처럼 김종숙의 근작들은 여러 복잡다단한 다층적 맥락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화자와 타자 간 다양한 경험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우린 그저 매체와 그것이 재생산하는 이미지에 반응하지만 그 상투적 속성에서 이탈해 또 다른 독자성, 그것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Artfical Landscape 25039_140x140cm_Mixed Media & Swarovski Stones on canvas_2009
Artfical Landscape 25039_140x140cm_Mixed Media & Swarovski Stones on canvas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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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91021-김종숙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