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송 展

 

- 공존의 이유 -

 

공존의 이유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100호 부분_2009

 

 

빛뜰 갤러리

 

2009. 10. 7(수) ▶ 2009. 11. 7(토)

초대일시 : 2009.10.10(토) 오프닝 오후 5:0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226-5 | 031-714-3707

 

https://www.bdgallery.co.kr

 

 

공존의 이유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130x160cm_2009

 

 

<오래된 미래>에서 <공존의 이유>까지

1990년대 중반 이후 근 10년 동안, 이종송은 전통 흙 벽화 기법을 현대 회화로 끌어들여 진경산수화를  새롭게 해석한 <움직이는 산> 시리즈에 몰두했다. 한국의 자연을 오늘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그의 작업은 미술계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자연의 생명성을 탐구하려는 리얼리즘 정신이 짙게 배인 <움직이는 산> 시리즈는 한국적 현대 산수의 한 전형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2000년대 중반은 화가 이종송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 즈음, 정확하게는 2005년에 이르러  이종송은 지난 10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움직이는 산> 시리즈를 정리하고 작업의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2005년은 매듭의 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전의 해이기도 하다. 그해 이종송은 새로운 작품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가슴 떨리는 출발선에 서 있었다.

 

 

공존의 이유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80x117cm_2009

 

 

<오래된 미래>, 조화와 원융의 꿈

<오래된 미래>는 이종송이 <움직이는 산>에서 내려온 이후 처음 선보인 연작이다. <움직이는 산>이 전통적인 리얼리즘 정신을 시각화한 것이라면 <오래된 미래>는 낭만적 리얼리즘, 혹은 매직 리얼리즘의 구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종송은 실경을 버렸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추상적인 산과 반구대 암각화에서 본 듯한 새와 사슴과 고래와 사람과 호랑이이다. 구체성을 버리자 그림의 표정이 좀 더 풍부해지고 더 나아가 시적이면서도 신화적인 이미지로 진화하였다.

사슴은 산을 놀이터삼아 자유롭게 뛰어놀고, 사람은 손에 손을 잡고 춤추고, 심지어는 고래도 바다를 유영하듯 산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마치 물과 땅과 하늘의 동물들이 화엄의 산에서 한맑은 고딕 축제를 벌이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장자의 호접몽이 떠오르고, 도잠의 무릉도원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소나무와 구름과 폭포도 발견할 수 있다. 소나무는 시적이고, 구름은 손에 잡힐 듯 낮게 난다. 그리고 폭포는 음악소리를 내며 리듬을 타고 떨어진다. 생물과 무생물의 모여, 다시 말하면 온갖 자연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인,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인 화엄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종송은 화엄의 상상력으로 실재하지 않지만 그래서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서 꿈꾸는 신화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는 사실은 애초부터 저마다의 가슴 한 구석에 아슬아슬하게 간직하고 있었으나,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심지어는 인간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욕망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조화와 원융의 꿈을 다시 발견하게 해준다.  

 

 

공존의 이유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97x146cm_2009

 

 

<공존의 이유>, 상생과 통섭의 미학

<오래된 미래>를 지나 2009년부터 내보이기 시작한 <공존의 이유>는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 <공존의 이유> 시리즈의 핵심적인 키워드는 간결함이다. 산을 표현해도 전체보다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선을 활용하여 자연의 리듬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그 많던 나무는 다 사라지고 하나 아니면 두 그루가 도드라지게 등장한다. 꽃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미래> 연작에는 흰 꽃 혹은 붉은 꽃이 마치 폭죽 터지듯 가득했지만 근작에는 꽃잎 몇 장이 한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피어 있다. 민화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구름과 폭포가 종종 보이지만 그것은 아주 부수적인 것이어서 간결함의 미학을 방해하지 못한다. 절제와 단순미는 그의 그림에 긴장과 울림을 준다. 그리고 이 울림과 긴장감이 그림을 살아나게 만들고 있다.

<공존의 이유>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게 있다. 화면 가득 등장하는 꽃과 그 꽃을 키우는, 도자기 모양으로 상징화한 물이다. 이들 작품에서 산은 하나의 배경에 머문다. 이 작품들은 2009년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그림의 형태에 따라 구분하자면 2009년 초반의 연작이 <공존의 이유 1>이라면 앞의 작업과 같으면서 다른, 꽃과 물과 새를 주제로 한 작업은 <공존의 이유 2>라고 해야 할 듯하다.

 

 

공존의 이유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73x117cm_2009

 

 

이종송의 신작을 보고 있으면 불교의 연기적 자연관이 떠오른다. 다른 말로 평등적 자연관, 혹은 상생의 세계관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산이 있기에 물이 있고, 물이 있기에 나무와 꽃이 있고, 숲(나무와 꽃이라 말해도 좋다)이 있기에 새가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그림 안에 조용히 흐르고 있다. 조금 더 확장해서 말하면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서로에게 자궁이다. 스스로 생명인 동시에 서로에게 생명의 뿌리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상생과 통섭을 소중히 생각하는 이종송의 자연관을 경험하게 된다.

이종송은 그림으로 말한다. 물은 땅을 살게 하고, 땅은 꽃과 나무를 살게 하고, 꽃과 나무는 새를 살게 하고…. 내가 너를 살게 하고, 네가 나를 살게 하고, 당신이 또 다른 당신을 살게 하고, 이웃이 또 다른 이웃을 살게 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책속에 있는 죽은 웅변일 뿐이다. 고금을 통틀어 독존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도 인간도 공존해야 하는 까닭이, 서로가 서로의 자궁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유명종(시인/문화평론가)

 

 

공존의 이유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97x146cm_2009

 

 

공존의 이유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65x91cm_2009

 

 

 
 

■이 종 송 (李 宗 松)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 및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지금까지 서울, 뉴욕, 캐나다, 일본, 프랑스등에서 21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250여회의 단체전에 출품하였다.  박수근 미술관, 일본 나고야 한국 영사관, 뉴욕 중앙일보사, 한국은행, 캐나다 한국 영사관,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및 국제학사, 건국대학교 병원, 국정원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한신라이프 빌라 102동 307호에 살고 있으며 작업실은 충북 괴산의 산골 마을에 있다. 건국대학교 회화과에 재직 하고 있다.

 
 

vol. 20091007-이종송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