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임 개인展

 

 - 영원한 자연_Human Body-Eternal Nature -

 

영원한 자연_Human Body-Eternal Nature, 194×521cm, 장지에 수간채색, 2009

 

 

아카스페이스

 

2009. 9.23(수) ▶ 2009.10. 2(금)

초대일시 9. 23 (수) 6:00pm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76 인곡빌딩 1F | 02-739-4311

 

www.misoolsidae.co.kr | www.staart.kr/ahnjongim

 

 

영원한 자연_Human Body-Eternal Nature, 162×130cm, 장지에 수간채색, 2009

 

 

'산수풍경 속에 숨은 그림 찾기'

 

전준엽(화가)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거슬리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상태를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우리 미감에서는 자연스러움을 가장 높은 자리에 놓고 있다. 이는 자연의 이치를 깊숙이 이해했던 선조들의 슬기로움에서 나온 것이다. 즉 사람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자연 순리를 따라 살아 왔던 삶의 태도였던 것이다. 

자연에서 비롯된 인간의 삶은 나온 자리로 돌아간다. 그래서 임종을 ‘돌아가셨다’라고 한다. 원래 있었던 자리로 되돌아갈 때 삶은 끝나는 것이다. 인간은 하늘의 기운인 영혼과 땅의 기운인 육신이 합쳐져 삶을 이룬다. 전통 동양 사상에서는 양(하늘의 기운)과 음(땅의 기운)의 결합으로 말한다. 이러한 결합의 고리가 풀어져 영혼과 육신이 나뉘는 것이 죽음이다. 이렇게 풀어진 두 가지 기운은 원래 있었던 자연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하늘의 기운인 혼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원래 있던 자리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다만 제사라는 의식을 통해 하늘의 기운이 그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믿고 있는 것이다. 제사에서 4대(고조, 증조, 조부, 부)를 지내는 것으로 볼 때, 혼이 하늘로 완전하게 올라가는 시간을 120년(1대를 30년으로 봄)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땅의 기운인 육신은 원래 나온 자리인 땅에 묻는 것이다. 땅 속에 묻힌 육신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확인할 수가 있다. 

 

 

영원한 자연_Human Body-Eternal Nature, 162×130cm, 장지에 수간채색, 2009

 

 

결국 인간은 자연이며, 이 엄연한 진리를 굳게 믿고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 민족이다. 그래서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미감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번뜩이는 재치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가 안종임이다. 그는 전통 채색 기법으로 우리네 산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뒷산이나 앞 개울처럼 친근한 시골 풍경이 그의 주된 소재다. 녹색과 황토색이 무리 없이 어우러지는 그의 화면에서는 산골의 흙내음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듯하다. 

그런데 그의 회화에 나타나는 산과 들은 실재하는 자연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다. 사생에 의한 풍경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이 곧 자연’이라는 진리를 재미있는 트릭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작가다운 발상인 셈이다.

 

 

영원한 자연_Human Body-Eternal Nature, 51×75cm, 장지에 수간채색, 2009

 

 

◇ ‘사람이 곧 자연’이란 의미 재미있게 전달 

금강산 비로봉처럼 보이는 산 풍경에서는 ‘영원한 자연-The Human Body’라는 부제까지 달아 놓아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암절벽을 품은 산의 스카이라인은 명산의 풍모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언뜻언뜻 보이는 바위 절벽과 봉우리, 숲으로 이루어진 급경사 능선들은 험준한 골짜기와 어우러지며 드라마틱한 산세를 살려내고 있다. 마치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같은 구성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여기서도 사람 손이 겹쳐져 있는 숨은 그림임을 알 수 있다. 꼿꼿이 세운 손 여러 개가 겹쳐져 있다. 기를 뿜어내는 손 동작을 통해 양의 기운이 강하게 나타나는 험준한 산 봉우리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원한 자연_Human Body-Eternal Nature, 183×182cm, 장지에 수간채색, 2008

 

 

 

누워 있는 여성 모습이 들어 있는 산 풍경에서는 부드러움이 한껏 고조되어 있다. 전라북도 모악산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김제 평야를 감싸 안은 모악산은 여성의 기운이 강한 산이다. 그림 속의 여성은 아주 편안한 자세로 곤한 잠에 빠져 있다. 화면 오른 쪽으로 치우쳐 있는 주봉은 여성의 둔부 부분이다. 부드럽고 유려한 산 능선은 느린 경사로 풍만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 봉우리는 가슴이다. 문필봉이 연상되는 봉긋한 산세에서는 요염함까지도 느껴진다.  

사람이나 동물 형상을 자연 풍경 속에 심는 것은 우리 전통 산수화에서 이미 썼던 방법이었다. 특히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 겸재 선생은 대표작 중 하나인 금강전도에다 숨은 그림 찾는 재미가 쏠쏠할 만큼 많은 사람의 다양한 자세와 동물 형상을 그려 넣었다. 이러한 방법은 이후 조선 말기에 나타난 민화에서 하나의 패턴으로 발전하고 있다. 선조들의 자연관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인 셈이다.

 

 

영원한 자연_Human Body-Eternal Nature, 33×45cm, 장지에 수간채색, 2009

 

 

영원한 자연_Human Body-Eternal Nature, 20×75cm, 장지에 수간채색, 2009

 

 
 

 

 
 

vol. 20090923-안종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