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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정 展
- 사적(私的)인 대상물로써의 자연 -
in nature_50x60cm_Soft ground Etching, Aquatint_2009
가가 갤러리
2009. 9. 16(수) ▶ 2009. 9. 22(화) Opening : 2009. 9. 16(수) PM 5:00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81-1 | 02-725-3546
in nature_70x73cm(4ea)_Mixed media_2009
사적(私的)인 대상물로써의 자연
성원선 | 미술작가
따뜻한 햇살과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녀의 집 앞을 지키고 있는 흰둥이는 꼬리를 흔들고 옹기종기 붙어서 있는 수선화, 맨드라미 토분들 사이에서 들꽃들이 살랑거린다. 푸른 하늘과 전나무 향기를 배경으로 햇살과 바람이 자유로이 드나드는 그녀의 집, 현관 앞 처마아래 조그만 공간에 자리를 내어 그녀와 마주 앉았다. 그곳이 그녀의 작업실이다. 얼마 전 그곳에 유리로 된 천장을 현관 밖 처마와 집의 외벽을 이어 붙여서 작업을 할 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황급히 집안으로 피신해 가지 않아도 된다며, 그녀는 해맑게 웃는다. 그녀의 작업은 마치 그녀의 작업실처럼 자연 속에서 자연답게 그려진 모습을 담는다. 겨우 2평 남짓한 그 작업실에 앉아서 햇살이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그녀를 둘러싼 그녀가 좋아하는 수선화를 그려내고, 나팔꽃을 관찰하며 들꽃들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얻어온 씨앗을 틔워 1m 남짓 자라난 맨드라미와 봉숭아는 그녀의 작업 공간을 둘러가며 줄을 서 환하게 피어있다. 그녀가 작업을 구상하고 종이위에 그녀의 주변의 대상들을 옮겨놓을 때에도 열 지어 서있는 그 꽃들은 때로는 모델처럼, 때로는 관객처럼 그곳에 서 있었을 것이었다.
heart_81x120cm_Mixed media_2009
그녀의 작업과정은 이젤과 캔버스를 짊어지고 자연 속으로 뛰어든 인상파의 화가들처럼 자연 속으로 침투하여 자연에서 시작되고, 그곳에서 완성된다. 자연의 사물들을 그녀의 드로잉 노트에 옮겨오고, 드로잉들은 연필로 유산지 위에 그려지거나, 사진으로 필름화하여 동판에 전사되어 에칭(Etching) 된다. 그녀가 담아내는 자연의 사물들은 애쿼틴트(Aquatint)를 사용한 소프트 그라운딩(soft grounding) 기법을 통해서 우연한 흔적과 부드러운 채색의 느낌을 얻어내고 수묵화와 같은 필력들이 판화로 제작된다. 이러한 제작과정의 결과들은 “찍어내다”란 의미와 함께 우연하며 자연스러운 그녀만의 표현의 특징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판화작업을 위한 드로잉들은 그저 아이디어를 담는 수단이나 사물의 묘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작업으로 탄생한다.
in nature_59x89cm_Soft ground Etching, Aquatint_2009
이번에 전시될 그녀의 채색된 드로잉들은 판화작업의 연장선에서 선적인 표현만 아니라 양감과 색을 포용한 사실로써 자연의 대상을 더욱 구체화 한다. 콩 즙을 입힌 한지를 배접하여 만든 그림판과 종이를 배접하여 수채로 채색한 그림판은 은은한 자연을 향으로 담은 것처럼 비춰지고, 오롯이 보랏빛 입술을 내밀고 있는 창포, 붉게 풀어헤친 맨드라미, 빨간 손톱을 내보이는 칸나, 새치름한 들꽃들의 꽃잎들은 단순한 화면구성을 통해 대상을 사실 보다 더 도드라지게 한다. 사물의 외관에 대하여 그녀는 그림 속에서 자연을 오브제로서 등가의 위치에 놓았고, 그림 속에 언급되어 있는 사물들로 정신을 움직이게 하는 외관의 환영을 만들어 내었다. 그녀는 종이위에 찍혀진 맨드라미와 수선화, 봉숭아 같은 흔하디흔한 꽃들을 자연의 사실대상으로서만이 아닌, 그녀의 삶에 대한 열정을 통해 관철된 독특한 감성을 지닌 대상으로 나타낸다. 맨드라미의 쭈글쭈글한 꽃잎들은 자글자글 주름을 얼굴에 얹은 여인 같기도 하고, 만개하여 터질 듯한 분홍색의 풍만한 맨드라미는 한껏 부풀어 있는 심장 같기도 하며, 말라가는 듯한 잎을 내려트리며 무겁고 두터운 주름을 가진 진홍색 맨드라미는 사그라짐을 넘어 새로운 생명의 잎을 뿌리를 통해 태어나게 한다. 그녀의 맨드라미들은 마치 자연의 대상을 숨쉬게 하는 어머니와 같은 대지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그 풍만한 맨드라미에 나비가 앉아 있고, 만개한 국화 꽃술 속에는 무당벌레가 숨어있기도 하다. 그녀의 그림 속에 꽃과 함께 나타나는 나비, 무당벌레, 새들은 자연 속에서 발생되는 사실이면서도, 사물과 사물과의 관계를 통해 사물과 그 주변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사실 묘사의 틀을 벗어나 그림 속 대상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심상의 도구이다.
in nature_89x59cm_Soft ground Etching, Aquatint_2009
신사임당(申師任堂)은 어머니이자 아내였고, 그리고 화가였다. 16세기 중반 조선 유교시대에서 여성으로써 붓을 잡고 자신만의 색채를 간직하며 화가로 우리의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은 어쩌면 장식이 없고 소박한 그리고 이념적 해석을 불가할 자연그대로의 생명력을 섬세하고 품격 있는 필력과 색으로 담아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작가인 허문정, 그녀의 소박한 꽃, 나비, 벌레와 새들이 ‘초충도’의 그것들과 무엇이 다르랴, 그녀는 자신 스스로를 투영하는 사적인 대상물로써 자연을 정물적 가치로 나타낸다. 그녀의 삶을 통해 경험되는 자연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수용의 자세를 거추장스러운 장식 없이 그려내고, 오감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생명력을 과장 하지 않는 소소함으로 담아내는 그녀의 미적감성들은 자연의 사물들이 상처와 무상함조차 숨기지 않고 자연의 사실을 넘어서 종이위에 새로운 이상향(理想鄕)을 꿈꾸게 한다.
in nature_73x70cm_Mixed media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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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정(Heo, Mun Jeong) 청주대학교 예술대학 회화학과 졸업 |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판화학과 졸업 개인전_2009 가가갤러리/서울 | 2008 Artcenter [a;rt] 초대전/대전 | 2002 나화랑/서울 | 1997 종로갤러리/서울 주요단체전_2009 PRINT YOUR LIFE !展-한국현대판화축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이코노텍스트전 (갤러리아 타임월드/대전), “POST PRINTMAKING” 헝가리판화교류전 (Gallery IX/헝가리) | 2008 전북도립미술관 기획공모전 “12인의 작업노트”(전북도립미술관), 46번가판화가전 (우연갤러리 / 대전), “版畵이후” 전-한국.헝가리 교류전 (쌍리갤러리,DSA갤러리, 현대갤러리/대전), 성신판화 전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서울), 대전 판화의 오늘과 내일 (갤러리아 타임월드/대전) | 2007 “13가지 놀이” 기획전 (샘표스페이스/이천, 샘표식품 본사 /서울) 그 외 다수 현재_한국현대판화가협회원, 성신판화회원, 46번가판화가 회원, 목원대학교 미술학부 출강 홈페이지 https://hjpar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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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090916-허문정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