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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기 회화展
마주보기_72.7×60.6cm_혼합재료_2009
한전프라자갤러리
2009. 9. 2(수) ▶ 2009. 9.14(월) 오프닝 : 2009. 9. 5(토) 오후5:00 서울 서초구 서초동 쑥고개길 34(1355번지) | 02-2105-8190
작업실 풍경
강철기의 회화 - 유년의 추억과 전통의 아이콘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외관상 삶은 성취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와는 반대로 상실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예술은 이런 결핍의식과 상실감 위로 샘솟는 존재론적 자의식의 소산일지도 모를 일이다. 나아가 결여와 결핍, 회고와 회상과 같은 부재에의 인식이 없다면 예술도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예술은 아마도 이렇듯 부재하는 것에 직면하고, 그 빈 자리를 환영으로 복원하거나 채워 넣는 기술과 관련이 깊다. 고도로 문명화된 물질문명의 수혜자인 현대인은 알고 보면 그 이면에서 상실한 것이 많다. 중심과 정체성, 자연과 고향을 상실한 삶을 감내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신적인 공황이나 정체성 혼란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으며, 자연과 고향에 대한 상실감 역시 그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현대인이라고 해서 자연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에게 자연은 어디까지나 소산적 자연으로서보다는 능산적 자연을 의미할 뿐이다. 그대로의 자연 대신 인간의 인식에 의해 재단되고 개념화된 자연, 도구로서의 자연이 더 살가운 것이다. 그리고 그가 상실한 고향은 지정학적 개념으로서보다는 일종의 원형의식이나 뿌리의식과 관련이 깊다. 존재가 유래한 원천, 이를테면 땅과 흙과 대지, 그리고 자연과 같은 원형으로부터 단절된 느낌이다. 흡사 오래된 시간의 지층을 헤집어 발굴해낸 생활사 유물을 보는 것 같은 강철기의 그림은 이런 고향에 대한 상실감과 관련이 깊고, 그렇게 상실된 빈 자리를 복원하려는 존재론적 자의식과 연동된다. 그 자체 일종의 원형의식에 의해 견인되는 이 일련의 그림들은 비록 작가의 개인사(이를테면 작가의 유년시절)를 복원하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렇게 복원된 개인사란 것이 대개는 엇비슷한 탓에 보편성을 얻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로써 우리가 상실한 고향을 되돌려주고, 현대인이 상실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마주보기_227.3×162.0cm_혼합재료_2009
강철기의 그림에서 이런 원형의식에의 추구는 거의 주제로 봐도 될 만큼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런 만큼 그림에서의 과정이나 인상이 모두 이 주제를 강조하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춰진다. 작가의 그림은 크게 맑은 고딕화면을 조성하는 과정과 그렇게 조성된 화면 위에 모티브를 얹어 중첩시키는 과정으로 구분된다. 비록 그 과정은 이렇듯 구분되지만, 결과적으로 그 두 과정은 마치 날실과 씨실처럼 긴밀하게 짜여져서 하나의 화면 속에 녹아들게 된다. 여하튼 이러한 사실은 적어도 작가가 맑은 고딕화면 조성에 남다른 공을 투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를테면 화면 가득히 비정형의 얼룩을 조성한다거나, 짙은 색 위에 엷은 색을 덧칠해 그 밑 색이 배어져 나오게끔 유도한다거나, 오돌토돌한 미세요철효과를 만들어내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과 방법이 어우러져서 그 자체만으로도 독립된 추상회화로 볼 만한 일정 수준의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맑은 고딕화면을 조성하는 것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당연히 회화적인 효과 때문이겠지만, 작가의 경우에는 그 이상의 어떤 의미가 더해진다. 말하자면 이렇게 조성된 추상화면이 흡사 색 바랜 느낌이랄지 오래된 인상과 같은 시간의 지층을, 시간의 질감과 결을 암시해주고 있는 것이며, 이는 그대로 원형의 복원에 맞춰진 주제의식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마주보기_245.0×210.0cm_혼합재료_2009
일단 이렇게 원하는 시간의 질감이 맑은 고딕화면에 조성되고 나면, 그 위에 여타의 모티브들을 끌어들여 적당한 자리에 포치시킨다. 그 주요 모티브들을 보면 나무 창살이 여실한 창호문과 그 문에 달려있는 무쇠로 만든 원형 문고리, 그리고 기와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연화문이 비교적 사실적인 방법으로 그려지고, 여기에 각종 꽃문양과 함께 흡사 환영처럼 피어오르는 색색의 점경(아마도 상실감만큼이나 화려했을 꿈과 이상을 상징하는)이 중첩된다. 특히 꽃문양은 현저하게 평면적이고 추상적이고 양식적인 기호와 패턴을 상기시키는데, 작가는 이를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진 다른 모티브들과 대비시켜 화면에 일종의 공간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보기에 따라서 꽃문양의 패턴은 흡사 인디오의 주술문양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 역시 원형에 대한 복원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마주보기_116.7×91.0cm_혼합재료_2009
여하튼 이 모티브들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유년시절에 기인한 것들이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흔히 전통적인 모티브 내지는 아이템으로 알려진 전형적인 소재들이다. 적어도 이 소재들에 관한한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이 상실한 유년시절(그리고 그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며, 더불어 우리 모두가 상실한 전통을 복원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이건 시간의 복원과 연동된 것이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단순한 과거의 현재화 이상의 시간관념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과거란 말 그대로 과거지사에 지나지 않는 종결된 시간이 아니라, 현재를 밀어 올리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계기이며, 현재 속에 녹아들어 현재를 재구성하는데 복무하는 현재의 일부분이라는 말이다. 이렇듯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말 그대로 과거 자체를 지시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일부로서 작동하고 있는 과거, 현재진행형으로서의 과거, 현재를 잉태하는 살아있는 계기로서의 과거를 증언한다. 작가가 현재화하고 있는 과거의 편린들은 말하자면 현대인에게 어떤 가치관이나 특정의 정서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테면 상실한 것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작가는 이를 위해 우선 모티브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연후에 그 표면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처리해(마치 빗질로 쓸어내린 듯) 그 형상과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사실적이지만 흐릿하게 드러나 보이는 이 형상에 일종의 왜곡상이 더해진다. 이를테면 작가의 그림에서의 모티브 중 특히 창호문은 한눈에도 볼록거울이나 오목거울을 통해서 본 왜곡된 형상을 연상시킨다. 이렇듯 흐릿한 형상과 왜곡된 형상이 도입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모티브 자체가 시간의 지층을 뚫고 과거로부터 현재로 건네진 것임을 암시하며, 이와 함께 과거를 현재화하는 기제인 기억의 불완전한 복원력을 암시한다.
마주보기_910.0×72.7cm_혼합재료_2009
그리고 문고리는 일종의 경계를 상징한다. 과거와 현재, 저당 잡힌 유년과 현재의 상실감, 무의식 속에 차곡차곡 쟁여져 있는 추억(그 추억 중엔 억압된 욕망과 함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도 있다)과 의식에 붙잡혀 있는 현재를 가름하는 경계다. 의식이 지배하는 현실원칙에 지칠 때면 나는 언제든 그 문고리를 잡아 열고 흡사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그 방(무의식의 방) 안쪽으로 도피할 수도 있고 안식할 수도 있다. 비록 작가의 그림에서 그 방은 다만 암시될 뿐이지만, 사실은 창호문이나 문고리 이상의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테면 정신분석학에서 방은 자궁을 상징하며, 이로써 작가는 어쩌면 어머니의 품, 자연의 품, 존재론적 원형의 품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우리 모두의 그리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작가의 그림은 보편성을 얻는다. 이로써 강철기의 그림은 저마다 상실한 유년의 추억과 마주서게 하고, 자신의 무의식적 자아와 대면케 하고, 무엇보다도 현대인이 상실한 것들을 곱씹게 만든다.
마주보기_40.9×31.8cm_혼합재료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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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기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 졸업 | 중앙대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양화 졸업 개인전17회{서울. 부산. 미국(LA). 중국(북경). 일본(나가사키)} 단체전 및 기획초대전 | 국민일보 현대미술초대전 | 한국미술의 빛 초대전 | 현대미술-새로운 시작전 및 250회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미술협회 청년분과 부위원장, 대한미국미술대전 최우수상, 한일미술교류회이사, 무진회 청년분과위원장, 송파미술가협회 서양화분과위원장, 한성미술대전 운영위원, 한강미술대전 심사, 회룡미술대전 심사, 행주미술대전 심사 역임, 경기북부작가회. 한일미술교류회.. 무진회. 송파미술가협회. 수목회 버질국제미술협회 작품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아트뱅크. 송은문화재단. 국민일보. 광주북구청. 부산수산청. 송파문화원. 아산병원. 삼성의료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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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090902-강철기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