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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 展
- 일상의 깊이, 먹 - 꼴라쥬를 통한 적묵(積墨) 표현 -
<080923> 130×162cm, 순지에 먹. 꼴라주, 2008
동덕아트갤러리
2009. 6. 24(수) ▶ 2009. 6. 30(화)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 B1 | 02 732 6458
<070913> 130×162cm, 죽지에 먹. 꼴라주, 2007
일상의 깊이, 먹 - 꼴라쥬를 통한 적묵(積墨) 표현
1. 나의 표현 - 일상(日常)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고민거리는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라는 것이다. 이런 고민에서 나는 일단 내 주위의 것들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나는 주로 방안 풍경, 집안 풍경, 작업실 풍경, 내가 지나치는 거리 풍경 등을 그린다. 이런 공간들과 대상들은 내(나 자신)가 아니지만 나의 행위와 일상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상의 표현은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일상의 사물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작업을 통해 표현되는 경우, 그것은 온전히 나의 생각, 느낌이 표출될 수 밖에 없다. 세잔의 사과가 세잔만의 사과인 것처럼, 나의 그림에는 나의 관심과 내가 그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대상에 담겨 화면 안에 나타난다.
<071119> 130×162cm, 죽지에 먹. 꼴라주, 2007
2. 꼴라쥬 내 작업 과정은 크게 나누면, 종이위에 선을 그리는 작업과 이를 찢어 화면에 붙이는 작업으로 나뉜다. 내 작업이 종이를 붙이는 꼴라쥬 작업이기는 하지만, 붙여지는 종이는 책이나 인쇄물 등의 기성 재료가 아니라, 내가 직접 종이에 선을 그린 한지이다. 나는 보통 물감 등을 이용하여 선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이 종이를 찢어 붙인다. 아교의 有無로 생긴 농담의 먹선 : 먼저 죽지(순지)위에 아교물로 선을 긋는다. 그것을 완전히 말린 후, 평붓으로 먹물을 바르면 아교가 묻어 있는 선 부분은 먹이 잘 스며들지 않아 옅게 나타나고, 그 외의 부분은 먹선이 진하게 나타난다. 선의 굵기와 간격, 먹의 농담 등을 조절하여 여러 종류의 먹선 종이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를 가위나 칼 등의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찢고 풀을 발라 붙여 화면을 만들어간다. 손으로 찢은 종이는 좀 더 투박하면서 거칠지만, 종이자체의 질감이 드러나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찢어진 종이조각들은 그 찢어진 자체가 화면에서 어떤 일종의 붓 터치의 역할을 한다.
<080319> 130×162cm, 죽지에 먹. 꼴라주, 2008
3. 수묵(水墨)에 의한 오색표현 내 작업에서는 검은 먹색 이외의 색깔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서양화의 검정색(black)이 다른 색들과 동등한 위치를 갖고 있으면서 모든 색의 合인 것과 달리, 동양의 먹빛은 먹색 하나로 온갖 색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검은 색을 뜻하는 ‘현(玄)’이라는 한자의 뜻이 ‘天’을 상징하면서, 검은 색이라는 의미 외에 ‘오묘하다’, ‘심오하다’, ‘깊다’, ‘고요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에도 알 수 있다. 빛과 대상 : 색은 빛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색상을 드러내지 못한다. 어둠속에서는 물체의 형과 색이 묻혀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나로 하여금 어떤 것이 과연 물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색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내가 유일하게 사용하는 검은 먹빛은, 그러나, 어둠의 색을 나타내는 색이 아니다. 내 그림은 분명히 빛 아래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사물과 일상이다. 비록 화면에서는 모노톤의 단순한 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마치 흑백 사진을 보듯이, 우리가 지금껏 시각적으로 인식해 왔던 색깔로 그것을 읽어낼 수 있다.
<090331> 162×130cm, 죽지에 먹. 꼴라주, 2009
4. 꼴라쥬에 의한 선(線) 선은 펜이나, 연필 등 끝이 뽀족한 도구를 사용하여 길게 그어서 만들어낸 흔적이다. 내 작업은 두 가지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꼴라쥬와 꼴라쥬 사이의 공간, 즉 사물(대상)의 외곽을 나타내는 비어있는 선, 윤곽선이다. 이 윤곽선은 그 부분을 의도적으로 비워둠으로써 만들어졌다. 둘째는 사물의 외곽선 안쪽의 공간을 채우는 먹으로 이루어져 있는 선이다.(그림2) 전자는 사물을 구별하는 요소로, 후자는 사물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어서 생긴 선과 붙이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제거해 만들어진, 채움과 비움이라는 각기 다른 두 가지 선은 선을 면단위로 확대시키는가 하면 다른 면단위와 합하여 전체 화면을 구성한다. 초기 작업은 수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수직, 수평을 깨트리는 자유분방한 붓질 같은 선들의 모음으로 한 화면을 구성했다. 표현된 내용도 단순한 몇 개의 면들로 구성된 풍경이나 정물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한 방향의 선, 즉 수평선으로만 구성하거나 수직선으로만 구성하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후반부 작업은 편안한 안정적인 느낌이 일상의 평온함과 지루함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수평선만으로 구성하였다.
<090414> 162×130cm, 죽지에 먹. 꼴라주, 2009
5. 단순 구성에서 복잡 구성으로 초기의 작업은 거리 풍경 등을 몇 개의 비교적 넓은 공간의 면으로 구성하였으나, 최근에는, 예를들어, 공간이 방안의 어느 한 구석 등으로 좁혀지면서, 배치된 사물들의 개수가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주로 책상과 책장, 책꽂이 그리고 자잘한 소품들로 이루어진 방안 풍경이 많다. 반복적인 가로선들로 인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우므로 여러 가지 소품들을 배치하였다. 책꽂이의 책들은 일반적으로 세로로 꽂혀 있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들이 수직으로, 때로는 비스듬하게 늘어서 있다. 두루마리로 말려 있는 종이들도, 세로로 길쭉길쭉 늘어선 모습이 책꽂이의 책과 유사하다. 이런 세로로 긴 사물들은 가로방향의 선(찢어붙인 종이의 선 방향)들로 이루어진, 자칫 지루해질 뻔한 화면에 긴장감을 준다. 여러 가지 사물들은 화면 안에서 조합되기도, 첨가되기도, 생략되기도 하면서 화면 구성이 풍부해 지는 효과를 준다.
<070404> 130×162cm, 죽지에 먹. 꼴라주,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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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0090624-박정림 展 |